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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Oct 19. 2016

네덜란드 '낮은 땅의 높은 곳 이야기'

흔치 않은 높은 곳/것 이야기

도시의 정수리는 매우 중요하다.


그 모습에 따라 도시의 이미지가 결정되기 때문에. 아니, 어쩌면 그 도시의 이미지가 베어 나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정수리 모습을 생각하고 조성한 도시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을 것이다. 프랑스의 개선문이나 에펠탑에 올라 바라본 파리 시내는 마치 정수리 모습을 생각하고 만든 듯 가지런하다. 프라하 성에 올라 바라본 프라하 시내의 붉은 지붕들은 그리 가지런하지 않지만, 의도치 않게 '낭만'을 떠올리게 한다. 서울의 정수리는 계획되어 있지 않은 것이 확연하다. 그리고 낭만이나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멋진 야경을 자아낸다. 심지어는 차 안에 있으면 교통지옥일, 강남으로 이어지는 어느 한 대교도 위에서 내려다보면 아름답다. 이렇듯 도시의 정수리는 땅과 건물, 그리고 강이나 산과 같은 몇 가지 조합 이상의 것을 만들어낸다. 그것이 분위기이고, 도시의 성격이며 결국에는 이미지인 것이다.


각 도시의 높은 곳.


그래서 각 도시는 저마다의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유명한 도시는 대부분 마천루나 전망대를 가지고 있는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 또한 어느 한 도시에서 가장 높은 곳이 있다면, 기어코 오르고 마는 습성이 있다. 네덜란드 손님들을 데리고 한국을 방문하는 경우도 대게 첫 번째 코스로 남산타워 전망대를 택하는 이유다. 특히나 네덜란드는 그리 높은 곳이 없다. 대부분이 평지인 데다, 가장 높은 산이라 봤자 해발 300미터가 조금 넘을 뿐이다. 참고로 우리가 만만하게 보는 서울 청계산은 약 877미터 정도. 독일과 벨기에, 그리고 네덜란드의 세 국경이 한자리에 모인 이곳은 산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허전하다. 그저 약간의 기울기를 가진 언덕에 올랐다고나 할까. (참고 글 "네덜란드 에베레스트에 오르다")


지형이야 그렇다 치고, 바다를 메운 지반은 약하기 때문에 그리 높은 건물도 많지 않다. 물론, 암스테르담을 벗어나 외곽으로 가면 로테르담이나 헤이그는 좀 더 높은 건물들이 많다. 높은 곳을 자주 오르지 않았던 탓에, 가끔 손님들을 63 빌딩이나 그보다 높은 건물로 안내를 하면 눈이 휘둥그레지는 사람들이 꽤 있는 편이다. 참고로 네덜란드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로테르담에 위치한 'Maastoren'으로 45층, 약 165m의 높이다. 지반이 약한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35층, 150m 높이의 'Rembrandt Tower'다. (63 빌딩은 지상 60층 250m, 부산 해운대 아파트는 지상 80층 300m 수준, 남산타워 높이는 약 237m로 해발 기준 480미터 높이다.)


암스테르담 전망대


지반이 약하고 그리 높은 건물이 없다고 하더라도 암스테르담도 도시의 정수리를 볼 수 있는 곳은 있게 마련. 굳이 우리나라로 치자면 남산타워 같은 곳. 17층 높이의 건물 위에 전망대를 덧붙인 이 건물은 암스테르담 내에서 22번째로 높은 건물이다. 그래서 정수리를 바로 내려다본다기보다는 약간 비스듬히 보는 모양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건, 17층 건물에 덧댄 전망대가 22층 수준이지만 옥상에 위치한 그네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그네'라고 불린다는 것. 130cm의 키만 넘긴다면 누구든 탈 수 있다. 전망대로 향하는 길에는 남산타워에서도 볼 수 있는 합성사진 찍는 코스가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천장을 보며 가는데, 천장이 투명으로 되어 있고 조명으로 치장되어 있어 시선이 가긴 간다. 다만, 그리 높지 않은 높이기에 고개를 들고 몇 초가 지나면 이미 전망대에 도착한다. 지루할 틈이 없는데, 조금이라도 지루하지 않게 하려는 배려(?)가 느껴진다.



17층 건물 위에 전망대가 덧붙여져 있다. 그래서 굳이 따지면 22층 높이 정도.
저 멀리 암스텔 강을 가로질러 중앙역이 보인다.
남산 타워 전망대 입구에서도 진행 되는 합성사진 찍기.
엘리베이터 천장이 투명이고 조명으로 한껏 치장했다. 높이가 높지 않아 지루할 틈이 없는데도 배려를 한 것 같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그네. 키 130cm 이상이 되어야 탈 수 있다.
전망대에서 비스듬히 바라 본 암스테르담 정수리.
아래로 보이는 독특한 디자인의 아이센터
남자 화장실은 전망을 보며 작은 일을 볼 수 있다.


암스테르담의 정수리는 어떤 이미지일까?


그래서 뭘까. 암스테르담의 정수리를 공식적인 전망대에서 바라 본 느낌은 무엇이어야 할까. 와 닿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솔직히 그저 떠오르는 느낌이나 분위기가 별로 없다. 말 그대로 감흥이 없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큰 강과 희미하게 보이는 곳곳의 운하들, 저 멀리 보이는 몇몇의 성당 첨탑들이 이곳이 암스테르담이긴 하구나...라는 기억을 되살려 주지만 어째 그간 지내온 암스테르담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어째 낯설기까지 하다. 내가 봤던 그리고 좋아하던 정수리의 모습은 따로 있어서 일까. 그저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기에 기대를 품고 봤지만 이내 이전에 맞이했던 암스테르담의 정수리 기억을 떠올리게 한 걸 보면, 내 기대가 컸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되새겨본다. 이 정수리를 보면 많은 감정이 생겨나고, 암스테르담의 이미지를 이리저리 생각하게 된다.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고, 어떤 느낌을 갖게 될지. 각자의 몫으로 여백을 남기며.

(참고 글 "암스테르담 전망")


담광장에 들어선 대관람차를 타면 볼 수 있다.
지평선과 어우러진 암스테르담의 정수리




참고 글: 네덜란드에서 가장 높은 10가지 것들 (출처: dutchnews.nl)


1. 가장 큰 구조물: Gerbrandy Tower

방송 송출탑으로 높이가 382.5m에 다다른다. 1961년에 지어져 300m 높이의 에펠탑을 누르고 12년간 유럽에서 가장 높은 구조물로 등극했다.


2. 가장 높은 나무: Apeldoorn royal family palace에 있는 'Douglas Fir'

공식 높이 49.75m로 네덜란드에서 가장 높은 나무로 알려져 있지만, 미국 워싱턴에 같은 종의 나무 높이가 99.76m로 비교하면 왠지 초라해진다.


3. 가장 높은 다리: Erasmus Bridge

로테르담에 위치한 유명 다리로 139m 높이다.


4. 가장 높은 산: Vaalserberg

본문에서도 언급한 세 나라의 국경이 만나는 지점. 공식 높이는 322.7m다.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의 국경이 만나는 곳


5. 가장 높은 모래언덕: Schoorl in Noord Holland

높이는 54m다. 해수면보다 낮은 네덜란드에겐 어쩌면 산으로 여겨질 수도.


6. 가장 높은 빌딩: Maastoren in Rotterdam

본문에서도 언급한 45층, 165m 높이의 빌딩.


7. 가장 높은 교회탑: Utrecht Dom Tower

위트레흐트 시에 위치한 탑으로 112.3m 높이다.


8. 가장 큰 풍차: Ambtenaar turbine in Wieringermeer

135m의 높이이고 날개가 최고점을 향했을 땐 198m다. 재미있는 것은 이 터빈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Webcam이 연결되어 있다. (실시간 영상을 보려면 클릭)


9. 가장 높은 굴뚝: Two Shell Pernis chimneys

213m 높이의 굴뚝


10. 가장 큰 사람: Robert Zwaan

네덜란드 사람으로 가장 큰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사람으로 2.23m의 키를 가지고 있다. 다만, 1940년에 사망한 Robert Wadlow라는 세계 최장신 기록을 가진 사람보다는 50cm가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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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모음]

'견디는 힘' (견디기는 역동적인 나의 의지!)

'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나!)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알지 못했던 네덜란드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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