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르담 에세이>
오랜만의 한국 출장길.
바쁜 가운데에서도 감사하게 몇몇 분께서 시간을 내주었다. 오랜만에 맛보는 서울의 공기는 낯설지가 않았다. 주재원 신분으로 오래간만에 한국에 들어가는 건, 어찌 보면 커다란 수고이지만 고향에 온 것과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여행이 아닌 출장이기에 눈코뜰 새 없음에도.
오랜만에 모인 우리의 이야깃거리는 온통 '건강'이었다.
이곳이 아팠던 이야기, 저곳이 아팠던 이야기. 서로의 반가움으로 각자의 얼굴에 웃음은 가득했으나, 고통스러웠던 그때를 이야기할 땐 잠시나마 웃음기가 사라지곤 했다. 그리고, 마지막엔 서로 짠 듯 "(건강) 조심해야 해요."란 말을 남겼다.
어쩌다 우리의 이야기는 건강이 주(主)가 된 것일까.
하나 둘 망가지는 몸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나이가 되어서일 것이다. 바로 어제와도 다른 마음의 변화를 인지하면서일 것이다. 건강은 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개 건강 이상은 마음의 병에서 온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병원에 가 의사로부터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라는 공통된 처방(?)을 받는 게 전혀 이상하지가 않다.
건강하시죠?
건강하세요.
건강 잘 챙기세요.
건강을 기원합니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입니다.
요즘, 타인에게 건네는 인사의 레퍼토리다.
입에서 나오는 말들, 특히나 그것이 반복된다면 그건 결핍 또는 깨달음에서 올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남에게 건네는 인사가 나와 전혀 상관없지가 않다는 걸 느낀다.
건강하시라는 인사가, 건강하자는 다짐임을.
하루가 다른 몸과 마음을 이끌고 하루를 시작하며 다시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