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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Sep 28. 2024

조급히 죽어가고, 서서히 살아가고

<스테르담 철학관>

하루는 일 년보다 길고.

일 년은 하루보다 짧다.


더디게 가는 하루.

어느새 사라져 버린 일 년.


그러니까 우리가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냐면.

'지금'이라는 시간은 한 없이 영원할 것이라 믿고.

그보다 긴 시간은 그저 한낱 기억으로 치부하고 만다.


망각에 묻힌 기억은 하루보다 더 짧다.

하루라는 기억 또한 겹겹이 쌓인 일 년이라는 일련에 함께 부식된다.


이를 달리 말하면.

우리는 조급히 죽어가고.

서서히 살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생각해 보자.

우리는 살아가는 것인가.

아니면 죽어가는 것인가.


살아간다는 건 죽음으로 가까이 가는 과정이고.

죽어간다는 건 삶으로써 버티어 가는 과정이다.


죽음의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삶도 느리지 않다는 것이다. 삶은 죽음으로 귀결되지 않는가.


고로, 조급히 죽어가고, 서서히 살아간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죽음의 시간과 삶의 시간은 동일하다. 삶이 소진되어야 죽음에 이르니, 죽음의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삶 또한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느린 건 없다.

더딘 것도 없다. 어차피 우린 다 기억하지 못한다. 오늘 하루가 느린 건, 단기 기억 덕분이다.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며 소실되고 소멸되는 기억들은, 우리네 삶의 시계태엽을 재빠르게 돌려놓을 것이다.


오늘은 내 인생 가장 젊은 날이자.

또한 내 인생 가장 늙은 날이기도 하다.


죽음으로 바라본다면 가장 젊은 날이고.

삶으로 바라본다면 가장 늙은 날이다.


그래서 뭐.

뭣이 중한가.


그저 숨 쉬고 있다는 게 신비하고 허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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