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르담 페르소나 글쓰기>
나는 커피를 그리 많이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하루에 두어 잔 이상을 사거나, 또는 누군가 나에게 선사한다. 설령 그것을 다 마시지 않더라도.
왜일까.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 혼자 무엇을 집중하여해야 할 때,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 쉼이 필요할 때. (또한 나의 경우는 뭔가 달달한 걸 먹어야 할 때) 따뜻하든, 차갑든 커피가 필요하다는 강력한 신호가 뇌에서 흘러나오고, 우리는 실제로 커피를 사거나 타거나 전달한다.
스타벅스는 최고의 원두로 유명하지 않다.
정말로 원두의 질을 따지는 커피 마니아라면, 브랜드보다는 골목 곳곳에 있는 커피 전문점을 찾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스타벅스에 몰리는 건, 그곳이 제3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집이 제1, 직장이 제2의 장소라면 나를 위해 쉼을 갖거나 좋아하는 사람들과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 제3의 장소인 것이다.
이것은 실제로 스타벅스의 마케팅 요소였다.
제3의 장소 마케팅이 얼마나 효과 적이었는지를 증명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스타벅스 그 스스로였다. 효율화를 위해 사이렌 오더와 매장의 테이블, 의자를 빼면서 매출이 줄고 주가는 반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하여, 최근엔 스타벅스의 수장이 바뀌기도 했다.
제3의 장소라는 개념을 듣고, 나는 생각했다.
내 제3의 장소는 어디일까. 누군가 만들어 놓은, 선서한 곳이어야만 할까. 가정과 직장에 벗어난, '나'는 누구일까. 그곳에서의 내 페르소나는 무엇인가.
그러니까, 장소보다 중요한 건 제3의 장소에서 나는 누구여야 하는 것이다.
답은 의외로 쉬웠다.
제3의 장소에서 나는 더욱더 나 다운 나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려면 지금으로서 내게 가장 좋은 수단인 글쓰기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집과 직장에서 최선을 다한 나를 위한 선물이자 위로, 다시 집과 직장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에너지 발전소.
고로, 누군가 내게 제3의 장소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나는 장소를 말하는 게 아니라 '글쓰기'라는 동문서답을 내어 놓을 가능성이 크다.
글을 쓸 수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내겐 어디나 제3의 장소이고, 나는 그곳에서 조금은 더 나에 가까운 스스로를 만나는 것을 목적으로 할 것이다.
노트북을 싸들고 카페에서 글을 쓰는 것도 좋다.
다만, 꼭 그러해야 글이 써지는 건 아니다. 커피가 있어야 글이 써지는 것도 아니다.
글쓰기의 목적을 간파했다면, 장소나 무엇을 마시느냐는 중요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