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르담 심리 에세이>
어느 맑은 봄날,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겁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겁니까.
스승은 제자가 가리키는 곳은 보지도 않은 채, 웃으며 말했다.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뿐이다.
- 영화 [달콤한 인생 中]
요즘 들어 바람에 휘날리는 나뭇가지를 많이 본다.
(영화 속) 스승의 말에 따르면, 그마만큼 내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마음이 흔들린다는 건 그리 긍정적인 표현이나 상황이 아니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거나, 유혹에 흔쾌히 넘어가는 이미지랄까.
스스로에게 묻는다.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있을 수 있을까?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단언컨대, 이 세상에 가장 불완전하고, 가장 불안정한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내 마음일 것이다. 나도 모르겠는 마음, 어디로 튈지,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마음의 주인이 정말로 나인지 확신이 없다.
마음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걸 받아들이기로 한다.
이것을 받아들이는데 꽤 긴 시간이 걸렸다. 좀 더 어릴 땐, 흔들리지 않고 꼿꼿한 것이 올바른 것인 줄 알았다. 흔들리는 사람들을 보며 손가락질했던 기억도 있음을 고백한다. 흔들리지 않는 척, 고고한 척, 정의로운 척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혔다. 손가락질하던 (하나의) 손가락보다 더 많은 손가락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젠 좀 알겠다.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면, 제대로 흔들려야 한다고. 흔들릴 때 불필요한 것들을 털어낼 수 있다고. 안 흔들리려 악쓰려 하면 할수록 목이 갈라졌고, 몸부림치면 더욱더 고달팠다. 이젠 힘을 좀 뺀다. 흔들려야 할 때 흔들리고, 이전 보다 조금은 더 잘 흔들리려고.
한결 마음이 후련해진다.
흔들리는 건 죄가 아니고, 부끄러운 것도 아니다. 내가 말한 걸 뒤집을 수도 있고, 넘어가지 말아야 할 것들 앞에서 단호하지 못한 것도 흠이 아니다. 그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거라 생각한다면, 흔들리는 모습에 자책하지 않는다면, 그 순간의 나를 직시한다면. 제대로 흔들릴 수 있고, 제대로 살아갈 수가 있다.
흔들리지 않는 척 살기보단.
잘 흔들리며 사는 것이.
제대로 된 삶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바람은 불고. 나뭇가지가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