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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y 02. 2017

작은 여행

그리고 큰 울림


아빠가 말이야.

요즘은 좀 힘들더라.

뭐, 뻔하지.

회사에서 일도 많고,

또 마음처럼 되질 않으니 말이야.


그래서 저녁 7시 30분쯤.

내일 학교 가야 하는 너희를 데리고 어딜 나가냐는,

너희 엄마의 잔소리를 뒤로하고

산책을 가자고 했지.


흔쾌히 따라다오는 너희 두 녀석.

어찌나 든든하던지.




힘들면 힘들수록,

고되면 고될수록,

가족이 생각나더라.


일을 손 놓고,

우리 가족에게 달려가고 싶은 맘.




그거 알아?

둘째가 사내 녀석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엄마는 펑펑 울었었어.


아마,

엄마도 자기편이 필요했나 봐.

엄마는 여자니까.


그래 놓곤,

둘째 네 녀석이 나왔을 땐

미안하고 사랑한다며 또 한바탕 울었지.




그러니,

잘해야 해 너희들. 엄마한테.


엄마 힘들게 하지 말고,

외롭게 하지 말고.


아빠 출장 갔을 땐,

너희들이 엄마 지켜주고.




우리는 말이야,

각자의 인생을 사는 거야.


우리는 함께 하지만,

각자의 삶이 있는 거라고.


내 삶에는 엄마가 있고,

너희들이 있어.

가족이 말이야.


그래서 고마워.

너희 삶에도 언제나,

내가, 엄마가, 형과 동생이 함께 하길.


그렇게 각자의 삶이,

함께 여행하는 것처럼 말이야.




가족 여행은 계속되겠지만,

각자의 삶이기에

언젠간 얼굴을 많이 못 볼 날도 올 거야.


그러니 지금,

함께 볼 수 있을 때,

같이 떠날 수 있을 때.

많이 즐기려고.

많이 아웅다웅하려고.

너희들이랑.




오늘의 산책이,

이 작은 여행이,

우리 삶에 큰 자욱이 되기를.

어느 여행보다도 큰 울림이 되기를.


그래서,

우리 이 날을 훗날 꺼내어 볼 때,

그랬었지 하며 미소 지어 보기를.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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