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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Oct 04. 2015

책가방 휘날리며?!

저 걸 다시 쓸까? 아니면 버릴까?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출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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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어느 날.

출근하려 집을 나서는데, 머리 위에 뭔가가 흠칫 느껴진다.


펄럭이는 깃발만 있었다면 서늘한 기운은 없었을 거다.

근데 뭔가 대롱대롱 달려 있는 것에 금방 고개를 들어보긴 했지만, 당최 예견은 하지 못했더랬다.

(갑자기 헝거게임의 'Are you? Are you? 노래가 생각나면서...)


저건... 뭐지?

"OOO 휘날리며!"라는 제목에 알맞은 OOO 은? 이라는 유치한 질문을 던지려다 사진에 이미 답이 나와 있어, 'OOO'은 '가방을'이라고 밝혀두며 그렇다면 "왜?"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하는 쇼를 해보고자 한다.


"6월 둘째 주에 일어나는 일"


그러고 보니 이거 작년에도 분명히 보았던 풍경이다.

가방이 달려 있는 것으로 봐서는 학생과 연관된 듯 싶다.

그리고  올해 6월 어느 날 본 풍경이니, 작년에 본 그 시점도 6월 언젠가였겠거니...유추해본다.

작년에도 신기해서 찍어본 것이 기억나 사진첩을 뒤져보니, 그래 맞다. 6월 맞았네.

정확히는 6월 둘째 주!


"Bag-on-a-flag"


쉽게 유추할 수 있겠지만, 이는 고등학교 졸업 시험 (Summer exam)이 끝났음을 알리고, 이 가방의 주인공은 그 시험을 Geslaagd (Passed) 했다는 뜻이다. 네덜란드에서는 일종의 '성인식'의 한 관문으로 여겨질 정도로 중요한 전통이다.


언제부터 이 전통이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재미있는 건 1970년대 정치인들 사이에서 신성한 국기를 이러한 Celebration에 사용해도 되는지에 대한 깊은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결과는?

보시다시피 'Harmless'로 결정이 났고 지금도 그대로 전통은 이어지고 있다.


"그냥 몇 가지 더"


1. 왜 가방을 달았는지에 대한 자료를 Search 하는 중 재미있는 표현을 찾았다.

"The Dutch do love any excuse to celebrate and this is just one of the ways they do it."

이 표현을 보며 무릎을 탁 치며 공감했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정말 이렇다. 흥이 있고 즐거움이 가득한!


2. 가방은 날씨가 궂어 비가 오든, 폭풍이 불든 달려 있다. 

현지 친구에게 그 이후에 이 가방을 또 사용하냐고 물었더니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참고로 그 친구는 가방을 버렸다고 한다.


3. 인터넷이나 SNS가 없던 시절에는, 이러한 전통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동네 한바퀴 돌며 친구의 상황을 알 수 있도록...(가방을 못 건 아이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4. 가방 외에도 공부했던 책을 줄줄이 엮어 달기도 한다. 

또한 "Passed"라는 조그만 깃발을 덧붙이기도 한다.


5. 네덜란드는 다국적 (모로코, 인도네시아, 수리남 등) 학생들이 많은데, 시험을 통과하면 자국 국기를 걸까?

그런 사람이 간혹 있다고는 하나 대부분 네덜란드 국기를 단다고 한다. 나도 아직 다른 국기가 걸려 있는 것은 못 봤다.


6. 네덜란드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갈 때, 이미 우리나라에서 문과/ 이과를 나누는 작업을 한다. 

어렸을 적부터 이미 공부에 관심이 있는지, 아니면 전문학교로 가서 취업을 할 것인지, 그냥 농사나 단순 노동을 할 것인지를 정한다고 한다.


VWO: 대학교를 가는 과정이라 보면 되고 6년제로 운영된다.

HAVO: 전문학교를 가기 위한 과정이라보면 되고 5년제로 운영된다.

VMBO: 농업 또는 단순 노동 (ex. 슈퍼마켓 Cashier 등)의 직업에 투입된다.


각각의 과정 중에 이동은 할 수 있으나 그리 활발하게 오가진 않는다고 한다. 어쩌면 일찍부터 정한 진로에 만족하며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일지 모른다.


물론, 직업의 귀천을 떠나 자신이 버는 만큼 세금 내고, 또 적게 벌면 적게 쓰는 생활이 몸에 배인 그들에게는 그리 통탄할 일은 아니다. Cashier를 하더라도 무시받지 않고, 아껴 쓰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사회제도와 시민의식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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