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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Oct 03. 2015

네덜란드와 서울의 그 어디쯤

이방인으로 바라보기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출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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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한국 출장이다.

일 년에 3~4번은 한국에 잠시 들어오지만, 그래도 매번 새롭다.


"이방인 예찬론"


어쩌면 난 이방인이다.

그런데 보통 이방인은 자신의 '적(迹)'이 있고 '다른 곳'에 있기에 이방인이지만, 난 운(?)이 좋게도 그 양쪽에서 '이방인'일 수 있다.


네덜란드에서 주재원으로 일을 하지만, 난 여전히 "네덜란드는 왜 이래?"라며 '이방인'일 수 있는 권리가 있고, 한국, 여기 서울에서도 난 "네덜란드에 살고 있지만 잠시 출장 나온" '이방인'이 될 수 있다.


한국 와봤자 거기서 거기다.

변화가 그리크지 않고, 큰 변화라고 해봐야 시대 흐름에 맞추어 바뀌는 식당/ 카페 간판들이 전부다.

역시나 많은 카페와 고깃집, 거대 팥빙수 집들이 즐비하다.

아마, 몇 개월 후에 와보면 분명 무언가 또 바뀌어 있으리라.


앞에서 난 '운이 좋게도'라고 말했다.

그렇다. 이방인이 된다는 건 때로는 즐거움이자 권리가 된다.


여행을 간다는 건, 아마도 '이방인'이 되기 위함일 것이다.

'이방인'으로서 그들의 일상을 바라보고 신기해하며, 나도 잠시 그 일상을 맛볼 수 있는 것.

멀리 보면 희극, 가까이 보면 비극이라는 말에 충실한 해석이다.

일상에 깊숙이 개입되고 빠져드는 순간, 더 이상 '이방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방인 느끼기"


네덜란드에서 오랜만에 (그래 봤자 몇 개월이지만...) 온 사람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누구도 나를 '이방인'으로 생각하지 않겠지만, 나는 '이방인'이 되기로 결심했고, 사람들과 주변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공항에서 서울로 들어가는 길에 있는 한강의 물줄기나, 산으로 에워 쌓인 주변이 못내 흥미롭다.

다닥다닥한 아파트들이 신기하기도 정감 있기도 하고, 10월의 날씨는 청량하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의 움직임은 활발하고 햇살 아래 즐비한 차들과 곳곳 강 근처에 나들이를 온 사람들이 조화로워 보인다. 오우, 네덜란드에서 친근한 자전거를 탄 사람들도 꽤 많이 보인다.


거리를 걸어본다.

나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진다.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머지않아 사람 사이를 휘젓고 다니는 법을 몸이 먼저 기억해낸다.


"서울이, 그리고 내가 변한 것들"


옛 추억이 가득한 종로 거리를 걸어본다.

멀리 보이는 젊음의 거리. 영어학원과 나이트, 그리고 맛집으로 꽉 차 있다.

우리나라의 젊음은 이것으로  규정되는 걸까?

젊음의 거리, 너 참 낯설다.


홍대 거리를 가니 많은 사람들과 휘황 찬란한 환경에 약간의 현기증이 난다.

아... 이래 봬도 홍대 앞 클럽을 대관해서 밴드 공연을 했던 때도 있었는데...

나이 탓으로 귀결이 될까봐 네덜란드의 고요한 분위기 때문이라고 빠른 변명을 해본다.


변해도 많이 변했다. 바로 내가.

약 2년 떠나왔을 뿐인데, 스스로 이방인인척 한다고 정말 이방인이 되다니.

(절대 나이 들어서가 아니.................................................................)


"낯설거나 정겹거나"


아무리 그래 봤자 난 한국인이다.

요즘 한국인의 자부심을 느끼기에 어려움이 있어 아쉬울 뿐, 부정할 순 없다.


인터넷의 발달로 한국의 뉴스는 더 많이 들여다보고, TV 프로그램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그래서 한국이 크게 낯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리 정겹다고 볼 수도 없다.


지나가는 젊은 친구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우연히 들었다고 하면 이상할 정도로 취업과 경제적인 이야기로 점철되어져 있다. 그런 친구들을 일부러 지나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나 또한 젊은 시절 많은 고민을 했었고, 지금도  계속하고 있지만 '한국'은 '더 이상' 아니면 '아직은' 살기 좋은 곳으로 받아들여지진 않는다. 그리고 요즘은 그 강도가 더 세지고 있다.


얼마 전에 네덜란드에서 만난 젊은 한국 친구들의 모임에 우연히 간 적이 있는데, 그들의 가장 큰 고민은 비자 취득/ 연장과 일, 사랑에 대한 것들이지 한국에 돌아가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가장 큰 고민은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어떡하지... 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네덜란드와 서울의 그 어디쯤"


지금 호텔에서 글을 쓰며 생각해본다.

나는 지금 "네덜란드와 서울의 어디쯤에 있을까?"


아마도 "그 어디쯤"일 것이다.

'이방인'일 수 있는 이유다. 두 곳에서.


가끔은 멀리서, 그리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좋다.

언젠가 한국으로 돌아와 살아야 하는 그때에도, 스스로 '이방인'이 되어 가끔은 삶을, 일상을 다른 각도로 보는 법을 잊지 않겠노라고 다짐한다.


P.S


반복되는 지겨운 일상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사람은 그렇게 살아가야 하나보다.

그리고 또 하나. 집은 건물이 있는 곳이 아닌, 가족이 있는 곳이라는 당연한 생각을 문득 해보면서.

('이방인'이라 그런지 외롭다고 느껴진다. 가족이 보고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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