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르담 Feb 27. 2018

직장에서 '자아 정체감' 찾기

Part 3. 심리학으로 바라보는 직장생활 #16

'정체감'이란 뭘까?


참 어려운 질문이다.

심리학을 택했던 그즈음으로 돌아가 보면, 그 기대가 컸더랬다. 심리학을 공부하고 나면 그 정답을 알 수 있을 거라는 기대. 아니, 정답까지는 아니라도 그래도 뭐라도 알게 되겠지라는 일말의 희망은 여지없이 날아가버렸다. 하긴, '정답'이 나왔으면 심리학은 더 이상 존재할 가치가 없다. 그저 정리된 책 한 권이 있으면 그것으로 끝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인생도 그렇다. '정답'이 없고, 직접 살아봐도 그것을 알 수가 없다. 좀 억울하긴 하다. 직접 살고 있고, 마음 또한 우리 안에 있는데 인생도 그렇고 심리도 그렇고 가면 갈수록 더 어렵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가치 있는지 모르겠다는 자기 위로와 합리화를 해본다.


'정체성'은 '어떤 존재가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을 말한다.

그런데 이 말도 정의 하기가 영 쉽지 않다. '존재'나 '본질'이란 단어부터 막힌다. 그 둘에 대한 정확한 정의도 풀어보려면 너무나 심오하다. 단어와 뜻부터 막히니 우리 자신을 정의하고, 그 마음을 들여다보려면 한도 끝도 없다. 그래도 사람은 포기하지 않는다. 인류의 번영과 발전은 거기서 왔다. 그 끝이 보이지 않을지언정 우리는 공부하고 또 공부한다.


'자아 정체감'을 굳이 말로 풀어보자면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자신에 대한 확신, 신념, 생각이나 평가를 뜻한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여러 특성(성격, 취향, 가치관, 능력, 세계관, 미래관, 인간관 등)을 이해하는 '심리적인 상태'를 뜻하기도 한다. 쉽게 말해 '나는 누구다', '나는 이러한 사람이다'라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면 '자아 정체감'이 정립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것이 그리 쉽지 않다. 우리는 성장하면서 '자아 정체감'의 굴곡과 변화를 맞이 한다. 내가 나를 '이렇게' 규정했는데, 실상 내 행동과 반응은 '저렇게' 나오니, 나조차도 나를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또 때로는 이성과 논리로는 생각할 수 없는, 자신도 예상 못한 반응이 튀어나와 스스로를 놀라게 하기도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인가?', '나 원래 이런 사람 아닌데'라며 말이다.


직장인의 정체감


에릭 에릭슨은 '이드(id)'의 역할보다 '자아'의 역할을 중시한 '자아 심리학'의 창시자로 불린다. 어린 시절의 환경이 자기 인식과 자아 정체성의 원천이 된다고 봤다. 태어나서는 부모와의 관계를 통해, 유아 때부터는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그것을 정립해 나간다. 청소년기에 이르러서는 가장 큰 위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에릭슨은 이를 '정체감 혼미'라고 이름 지었다. 이 시기를 잘 이겨내지 못하면, 자기 자신에 대하여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므로 타인과의 관계에서 친밀성을 형성하지 못하고 고립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환경'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직장은 정체감 형성에 양면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학생 신분에서 사회에 첫 발을 들여놓은 직장인으로 역할 변신을 하면서 맞이하는 그 충격은 대단하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그동안 자신이 확립해왔던 정체감이 흔들리기도 하고, 반대로 어떤 사람은 어수선했던 정체감을 확립해 나가기도 한다. 어찌 되었건 그 둘 모두에게 '직장'이란 '환경'은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더더군다나 직장은 '해야 하는 일'이 더 많은 곳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마음 편한 사람의 본성을 억눌러야 하는 곳. 그리고 사회적 가면을 몇 겹씩 쓰고 생활해야 하니 정체감에 혼란이 안 올래야 안 올 수 없다. 그래서 느끼는 정체감의 혼미는 청소년기를 능가한다. 자신이 생각하고 기대했던 직장에 대한 기대, 그리고 그것과 현실의 괴리감. 월급을 위해 또는 딸린 가족을 생각하며 자신의 신념을 저버려야 하는 순간순간들. 비참할 때도 있고, 속상할 때도 있다. 그것도 하루에 몇 번씩 말이다. 하지만,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이나 재능을 발견하거나 오히려 이래저래 확립하지 못하던 정체감을 하나하나 수립해 가는 순기능의 기회도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지금 자신의 '자아 정체감'을 생각해보자. 나는 직장에서 어떻게 정체감을 형성해 왔는가? 아기가 태어나 어렸을 때 부모를 보고 자란 것처럼, 아마도 선배나 상사를 보며 그것을 확립해 왔을 것이다. '동일시'는 가장 본능적이고 기본적인 '정체감 형성의 방법'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부모나 선배 그리고 존경하는 사람의 태도나 가치관, 행동 등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인다. 처음엔 대부분의 것을 받아들이다가, 어느 정도 정체감이 확립되면 선별적 또는 비판적으로 그것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어떤 선배를 보면서는 '동일시'를 하지만, 또 다른 선배를 보면서는 '아, 저러지는 말아야지'하면서 말이다.


'자아 정체감'은 매우 중요하다. 두말하면 잔소리다. 더더군다나 부침이 심하고 하루하루 감정의 기복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직장에서의 '자아 정체감'은 자신을 지켜주는 방어막이다. 직장에서 힘들 때는 일이 많을 때가 아니다. 인정을 못 받거나, 팀에서 성과를 못 내거나, 사람들과 잘 못 지내거나 존재감이 없을 때. '자아 정체감'이 흔들릴 때 가장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장에서는 직장에서 자신의 정체감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함께 가져봤으면 한다.




[종합 정보]

스테르담 저서, 강의, 프로젝트


[신간 안내] '무질서한 삶의 추세를 바꾸는, 생산자의 법칙'

[신간 안내] '퇴근하며 한 줄씩 씁니다'


[소통채널]

스테르담 인스타그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