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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Oct 21. 2015

여행이 정답은 아니야

힌트라면 모를까, 답은 일상에서  찾아야 해!

난 오늘 여행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해.


아, 그리고 이번엔 말투를 좀 바꾸어서 이야기해보려고.

'젊음이 젊음에게 멘토링'이니까. 너도 젊고 나도 젊고. 그러니까.

오늘은 왠지 그러고 싶네^^;;


내 나이를 굳이 밝힐 필요는 없지만, 느낌상 나보다 어리다고 생각하면 편하게 받아줘.

근데 저보다 나이가 많다고 느껴지면 꼭 안 읽으셔도 돼요. 저보다 나이 많은 분들은 알아서 잘 하실 테니까!


'여행' 참 흔한 말이 되어버렸어


요즘엔 말야. '여행'이란 말이 정말 너무나도 흔해서 '흔해빠진'이란 말이 크게 어색하지 않게 되었어.


그거 알아? 예전엔 해외여행 맘대로 못 갔다는 거.

1989년 1월 1일을 기해서 '여행자유화 조치'가 내려졌거든.

그 전에 관광여권이 처음 생긴 83년에는 여권 발급이 50세 이상으로  제한되었고, 관광 예치금 명목으로 200만 원을 납입해야 했어. 해외 출장도 회사의 매출액을 따지면서 허가했기 때문에, 사실상 해외 나간 사람이 별로 없었지. (당시 해외로 나간 한국인은 48만여 명!)


근데 지금은 해외로 나간 사람이 몇 명인지 알아? 정말 많아서 그것도 추정치로 작년 기준 1,500만 명이래.


감이 안와? 우리나라 인구 3명 중 1명이 '작년 한 해' 동안 해외를 다녀온 거야. 누적으로 보면 뭐 말 다했지.


당장 여기 브런치나 각종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들을 봐봐.

메인에 걸리는 이야기들 대부분이 여행인 걸?

솔직히 가끔은 지겹다는 생각도 해.

그렇지 않아?


'여행'만이 '답'인 것처럼


여행에 대한 명언들을 읽으면 당장 떠나고 싶어.


여행하지 않은 사람에겐 이 세상은 한 페이지만 읽은 책과 같다. -아우구스티누스 -
여행은 정신을 다시 젊어지게 하는 샘이다. - 안데르센 -
인생은 짧고 세상은 넓다. 그러므로 세상 탐험은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다. - 사이먼 레이븐 -


어때? 왠지 당장 짐 싸고 싶지 않아?

이 지겨운 일상, 이 힘들고 고단한 세상, 그래 훌쩍 떠나고 싶다. 다 때려치우고.


그래서 너도나도 여행을 해.

그리고 다니면서 곳곳의 예쁜 사진과 다짐을 SNS에 정성껏 올리지.

다녀와서도 마찬가지야. 추억을 곱씹고  그때의 다짐을 기억해내려 정리하고 또 정리하지.


그런데 말이야.

여행을 다녀와서 바뀐 게 있어?


공부를 하든, 직장을 다니든 여행 다녀와서 아마 하루만 지나도 바로 일상에 찌들지 않아?

지겨운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여행'이 '답'일 줄 알았는데.

아니, '답'이어야만 했는데...


아... 그게 아니네... 가서 깨달음이 적었던 걸까?


근데, '여행'이 무엇이지?


사전을 뒤져보니 '사전적 의미'는 이렇대.

'자기가 사는 곳을 떠나 유람을 목적으로 객지를 두루 돌아다님'

아, 그런데 '유람'은 뭐지?

다시, 유람은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거래.


누가  정의했는진 몰라도 참 못했다. 그치?

우리가 생각하는 건 그 이상인데.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새로운 문화를 보고, 일상을 벗어나 생각도 정리하고 깨닫기도 하고, 새로운 벗을 만들고 기타 등등, 기타 등등.


아마 주위에도 한 명 쯤은 있을 법한 내 후배 이야기 좀 할게.


그 후배는 소위 말하는 일류 대기업에 들어갔어.

그러다 직장인의 쳇바퀴 같은 일상에 환멸(?)까지 느껴서 과감하게 직장을 때려치운 거야.


그러고는 멋지게 세계 여행 길에 올랐지.

그의 SNS에는 찬사가 쏟아졌어.


"진정 멋있는 선택"

"부러워요! 나는 용기가 없어서 못하고 있는데!"

"난 그 회사 입사하는 게 꿈인데... 여하튼 멋지네요!"


물론, 그 후배도 떠나기 전에 아래와 같은 글을 남기며 떠났지.


"지긋지긋한 일상, 나는 이를 거부하련다. 쳇바퀴 돌듯 하는 사람들처럼 살고 싶지 않아. 나는 떠난다!"


그 후배는 멋지고 즐겁게 1년 간 긴 여행을 하고 와서는 지금 뭐하고 있을까?


다시 어떤 회사에 들어가서 돈을 벌고 있고, 번 돈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어.

떠났다는 친구가 결국 돌아왔어.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지는 올리지 않아.

지금도 그 친구는 몇 년 전에 다녀온 여행에 대한 사진만 올리고 있지.

회사도 적응이 잘 안되나 봐. 벌써 두 번째 옮겼어.


난 그 후배가 잘못되고 틀렸다고 말하고 싶진 않아.

하지만, 과감하게 떠난다는 그 후배의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감히 엄두도 못 내는 것을 한 후배가 사실 조금은 더 멋지게 돌아와서 '무언가'를 할 줄 알았어.

그 '무언가'가 뭔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그런 기대가 생기더라.


사실, 나도 그런데 그 당사자는 어떠할까?

본인도 여행을 했으면 여행에서 그 '무언가'를 가지고 돌아와 새롭게(?) 살아야 할 텐데.

결국 이전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살며, 그저 다시 여행 갈 날만 기다리고 있어.


그에게 여행은 무엇일까? 어떤 의미일까?


과연, '여행'이 답일까?


사실, 나도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써 본 적이 있긴 해.

당시의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무언가를 깨닫고, 일상에서 벗어나 이방인으로서의 시선으로 바라본 것들에 대한 흔적을 남기기 위해.


근데 솔직히 까놓고 이야기해서, 은연 중에 '나 여기 가봤다.', '나 해외에서 뭐 해봤다'라는 것을 내세우려 한 마음이 앞섰었어. 물론, SNS에 말이지.


각종 블로그나 여기 브런치만 해도 올라오는 여행에 관한 글을 보면, 그러한 것들이 보이는 글들이 꽤 있어. 남들이 가지 않은 곳에 대한 이야기라 메인에 자주 뜨긴 하지.


그런데, 그 글 중에서 진정한 깨달음에 대한 고민은 많지 않더라고.

물론, 나도 그러한 깨달음이 깊진 않고, 또 여행이 꼭 깨달음만을 위한 것은 아니니까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마. 하지만, 그렇다고 여행이 남들 안 가본데 가보고 어디서  무엇해봤다는 글을 남기기 위한 여정도 아니잖아? (아, 부정하진 말아야지... 그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우린 서로 존중해야지! 각자의 '생각'은 '다른'거니까! 다르다고 틀린 건 아니니까! 그러니 내 글도 너그럽게 보아줘^^)


서두에 제목 잡기가 매우 어려웠어. 고민 많이 했지.


1번:  "여행이 정답은 아니야!"
2번: "여행은 정답이 아니야!"


위 두 가지 중에서, 정말 생각 많이 했어. 토씨 두 개 다른 건데, 의미가 확 다르더라고.

1번은 여행이 정답이 될 수도 안될 수도 있다는 뜻이고, 2번은 여행 그 자체가 답이 될 수 없다는 것으로  생각되니까. 누군가에겐 여행이 정답일 수도 있거든.


'일상'의 소중함. 그리고 '여행'이라는 '삶의 힌트'


여행에서 정답을 찾는 사람들은 참 부러워. 정말 필요한 시간을 본인이 만들어 냈으니.

근데, 아마 그 사람들도 여행에서 찾은 의미를 일상에 잘 적용했기 때문에 답을 찾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난 그 후배가 "쳇바퀴 돌듯 사는 사람들처럼 되고 싶지 않아"라는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았어. 왜? 내가 바로 쳇바퀴 돌듯 살고 있었거든.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밥 먹고 회사 가고 야근하고 퇴근해서 쓰러지고.


근데, 나는 말야. 나는 그 쳇바퀴 속에서 솔직히 많은 깨달음을 얻고 있고 때론 슬프고 화나고 기쁘고 익사이팅한 모든 것을 경험하고 받아들이려 하거든. (나 변태 같아?^^)


그리고 말야, 쳇바퀴 돌듯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어야 세상은 굴러가거든. 자유로운 영혼들이 여행을 떠나도 이 사회를 굴릴 수 있게 말야.


그리고 하나 더, 쳇바퀴 돌듯 사는 '일상'이 있어야 여행도 의미가 있는 거라 생각하거든.


그래서 나는 생각해.

'여행'이 정답은 아니야. 물론 될 수도 있어.


하지만, 난 여행은 힌트를 주는 것이라 생각해. 그리고 그 힌트를 받아들이고 깨달음을 얻었다면, 일상에서 써먹고 나의 삶을 바꾸어 나아가는 에너지로 삼는 거지. 즉, 정답은 우리의 일상에 있다는 것.

그리고 한 순간에 만들어지지 않으니, 많이 여행하고 많이 깨닫고 우리 일상에 많이 적용하자는 것.


여기 다행히, 마침 내 생각을 뒷받침해 주는 명언들도 있네.

한 번 잘 같이 생각해 보자.


우리에게 '여행'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우리의 삶이 '여행'이라면, 삶 자체 즉, 우리의 일상을 무한으로,  온몸으로 즐겨야 하는 것은 아닌지 말야.


인간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 세계를 여행하고 집에 돌아와 그것을 발견한다. - 조지무어 -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데 있다. - 마르쉘 푸르스트 -

익숙한 삶에서 벗어나 현지인들과 만나는 여행은 생각의 근육을 단련하는 비법이다. - 이노우에 히로유키 -

여행에서 지식을 얻어 돌아오고 싶다면 떠날 때 지식을 몸에 지니고 가야 한다. - 사무엘 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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