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르담 Nov 11. 2018

마일리지

나는 오늘 무엇을 쌓고 있는가

마일리지는 숫자다.

그리고 그 숫자는 내가 어느 정 거리를 이동했는가를 짐작케 해주는 잣대다. 무던히도 다녔다. 비행기의 작은 공간, 좁은 의자에 몸을 맞추어 앉아 열 시간을 넘게 이동하면 피곤함과 뻐근함, 시차의 고통과 마일리지가 남는다. 그것들은 쌓이고 쌓여, 내 삶에 영향을 미친다.


마일리지가 쌓이면 혜택이 주어진다.

다른 사람들보다 탑승을 좀 더 먼저 하거나, 전용 라인을 통해 보안검색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기내 사무장님이 찾아와 별도로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짐을 좀 더 무겁게 보낼 수 있고,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 바우처도 제공 받는다. 마일리지와 함께 쌓일 피곤함과 수고에 대한 위로일까. 어찌 되었건 시간이 되면 나는 다시 좁은 좌석에 몸을 구겨 열 시간을 넘게 버틴다.


마일리지가 쌓이는 것만큼, 또 다른 것들도 쌓여간다.

나이가 그렇다. 나이는 소멸되지 않는다. 마일리지처럼 유효기간도 없다. 이월이 되거나, 추가 적립되지도 않고 정직하게 일 년 단위로 쌓인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얼마만큼의 노력을 했는지, 무엇을 경험을 했는지, 연륜은 쌓았는지는 정확하게 나타내지 못한다. 나이가 많다고 현명한 것도 아니고, 나이가 적다고 모든 것이 어눌하기만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마일리지'는 거리와 비례하지만, '나이'는 정도와 비례하지 않는 것이다.


'마일리지'와 '나이'가 합쳐져, '나일리지'란 말이 생겼다.

정말이지, 이런 신조어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그저 말장난이 아니라, 작금의 상황을 잘 우려내기 때문이다. '마일리지'가 높은 사람들 중엔, 그들이 받는 '혜택'을 '특권'이라 착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서비스에 문제가 생겼을 때, 작게는 소리를 치거나 크게는 난동을 부리는 사람까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항공사 직원의 얼굴에 삿대질하는 사람을 여럿 봤다. '나이'를 '마일리지'로 착각해, 그와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은 더 많이 봐왔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이미 그러진 않았을까 나는 두렵다.


나는 지금 무엇을 쌓고 있는가.

그 쌓여가는 것들이 무언가에 비례하는, 그러니까 좀 더 나아지는 것들일까.


마일리지가 쌓여 등급이 올랐다는 안내문을 받고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스테르담 글쓰기 클래스

스테르담 인스타그램


[저서 모음]

'견디는 힘' (견디기는 역동적인 나의 의지!)

'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나!)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알지 못했던 네덜란드의 매력!)


이전 05화 완벽한 일처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