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무엇을 쌓고 있는가
마일리지는 숫자다.
그리고 그 숫자는 내가 어느 정도 거리를 이동했는가를 짐작케 해주는 잣대다. 무던히도 다녔다. 비행기의 작은 공간, 좁은 의자에 몸을 맞추어 앉아 열 시간을 넘게 이동하면 피곤함과 뻐근함, 시차의 고통과 마일리지가 남는다. 그것들은 쌓이고 쌓여, 내 삶에 영향을 미친다.
마일리지가 쌓이면 혜택이 주어진다.
다른 사람들보다 탑승을 좀 더 먼저 하거나, 전용 라인을 통해 보안검색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기내 사무장님이 찾아와 별도로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짐을 좀 더 무겁게 보낼 수 있고,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 바우처도 제공 받는다. 마일리지와 함께 쌓일 피곤함과 수고에 대한 위로일까. 어찌 되었건 시간이 되면 나는 다시 좁은 좌석에 몸을 구겨 열 시간을 넘게 버틴다.
마일리지가 쌓이는 것만큼, 또 다른 것들도 쌓여간다.
나이가 그렇다. 나이는 소멸되지 않는다. 마일리지처럼 유효기간도 없다. 이월이 되거나, 추가 적립되지도 않고 정직하게 일 년 단위로 쌓인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얼마만큼의 노력을 했는지, 무엇을 경험을 했는지, 연륜은 쌓았는지는 정확하게 나타내지 못한다. 나이가 많다고 현명한 것도 아니고, 나이가 적다고 모든 것이 어눌하기만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마일리지'는 거리와 비례하지만, '나이'는 정도와 비례하지 않는 것이다.
'마일리지'와 '나이'가 합쳐져, '나일리지'란 말이 생겼다.
정말이지, 이런 신조어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그저 말장난이 아니라, 작금의 상황을 잘 우려내기 때문이다. '마일리지'가 높은 사람들 중엔, 그들이 받는 '혜택'을 '특권'이라 착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서비스에 문제가 생겼을 때, 작게는 소리를 치거나 크게는 난동을 부리는 사람까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항공사 직원의 얼굴에 삿대질하는 사람을 여럿 봤다. '나이'를 '마일리지'로 착각해, 그와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은 더 많이 봐왔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이미 그러진 않았을까 나는 두렵다.
나는 지금 무엇을 쌓고 있는가.
그 쌓여가는 것들이 무언가에 비례하는, 그러니까 좀 더 나아지는 것들일까.
마일리지가 쌓여 등급이 올랐다는 안내문을 받고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