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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Sep 24. 2015

네덜란드 날씨 이야기

이 정도의 변덕이면 역대급이다.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출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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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풍차나 치즈를 뒤로 하고 나는 단연코 '날씨'라  이야기할 것이다.


지금 나에게 네덜란드 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묻는다면 말이다.

단언컨대, '네덜란드 날씨'는 가장 완벽한 변덕이니까!


수식어를 생각해보자면 가지각색이다. '스펙터클'과 '다이내믹'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어메이징'이라는 말을 가슴에 안고 '롤러코스터'를 탄다는 표현도 가능하다. 이 무슨 '오버' 같은 표현이냐고 할 수 있지만 겪어보면 안다. 그게 무슨 말인지. 아니, 어쩌면 이 곳에서 살다 보면 이런 수식어로는 그 날씨를 다 표현할 수가 없을지 모른다. 그 정도란 말이다. 


그럼, 네덜란드 날씨는 과연?


잘 아시다시피 네덜란드는 북서쪽에  위치한다. 사실, 네덜란드가 서유럽이냐 북유럽이냐...라고 단정 지어서 말하기가 애매한 부분이다. 코에 걸면 북유럽, 귀에 걸면 서유럽의 모양새다. 북쪽이기에 매우 추울 것 같지만 멕시코 난류의 영향으로 기후는 온화한 편이고, 서안해양성 기후 영향으로 강력한 서풍이 불어 바로 이 바람이 풍차를 돌려 왔다.


네덜란드에서 짧게든 길게든 지내고자 한다면 아래 날씨 특성은 알아 두는 것이 좋다.


1. 겨울엔 습하고 여름엔 건조하다.


네덜란드의 여름은 천국과 같다. 행복지수가 수직으로 올라가는 때다. 평균 기온이 약 15도쯤 되고, 한국과 달리 습하지가 않아 여행하기 딱 좋다. 물론, 최근 온난화 영향으로 '가끔' 30도까지 가긴 하지만 그것도 오후 한 때뿐. 강렬한 태양과 어우러지는 자연의 향연은 우울증도 치료할 수 있을 정도다. 네덜란드 사람들도 겨울 동안 받지 못한 햇살을 받으려, 햇살만 나면 어디든 앉거나 누워있는다.


겨울엔 평균 기온이 약 영상 2도이고 0도 이하로 내려가는 일이 손에 꼽을 정도라, 눈은 1년에 1~2번 오는 편인데 강수량이 많다 보니 한 번 오면 주로 큰 함박눈이 온다. 또한 습도가 높고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기온은 0도 근처에 머물지만, 어쩌면 한국의 겨울보다 더 춥게 느낄 수 있다. 한국 사람이 가장 취약한 추위로 전기장판으로 기어들어가고 싶은 으슬으슬한 추위다. 반면, 네덜란드 친구들은 한국의 영하 14~18도라는 숫자에 놀라곤 하지만 출장으로 한국을 같이 가 보면 생각보다 춥지 않다고 한다. 실제로 한국에 최초로 귀화한 박연은 겨울에도 내복을 입지 않았다고 문헌에 기록되어 있다.


으슬으슬한 추위는 마음까지 춥게 하지만, 그래도 눈에 보이는 많은 것들이 '초록'을 유지한다. 나뭇가지들과 잎사귀들은 사그라들었지만, 드넓은 평야와 곳곳의 잔디는 '초록'을 빛내며 버텨낸다. 겨울과 '초록'의 조화가 낯설지만 어느새 익숙해진 그 모습이 그래도 좋다.


2. 겨울엔 "비 올 것 같은 날씨와 비 오는 날씨"의 무한반복!


여름엔 없던 우울증도 치료되지만, 겨울엔 없던 우울증도 생길 정도다. 위도가 높아 여름엔 서머타임을 적용하면 밤 11시까지 밝아 잠자는 것이 미안(?)하고, 열심히 야근하고 10시에 퇴근해도 밖이 밝아 그것도 미안(?)할 정도지만, 겨울은 반대로 오후 4시 이후면 급격히 어두워진다.  오후 4시만 되어도 야근한 느낌이다.


게다가, 겨울 날씨는 "비 올 것 같은 날씨와 비 오는 날씨"의 반복으로, 어두운 일상에 어두운 힘을 더해주고 귀신 소리를 내며 강하게 부는 바람은 화룡정점을 이룬다. 해서 여름에 오는 것이 아니라면, 방수 소재의 모자 달린 외투는 필수다. 바람이 습해서 모직코트는 쉽게 추위에 뚫리고, 비는 언제든 오기 때문이다. 내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은 많은 후배들이 출장 와서 후회하고 결국엔 내 말을 잘 듣게 될 정도다. 


3. 네덜란드 날씨는 "매력적인 변덕쟁이" 


부임한 지 한 달 정도 지났을까?
회사 동료는 뜬금없이 나에게 사과를 했다.

"I'm sorry, Charley!"
"What did you say? Why do you apology to me?"
"Sorry for the weather of Netherlands"

웃어넘기면 될 일인데, 진지하게 사과를 받아 한바탕 서로 웃은 적이 있다. 네덜란드 사람을 대신해서 날씨에 대해 사과를 하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그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여기는 비가 오고, 바로 옆은 비가 안 오고, 5분 전까지만 해도 세찬 비가 내리치다가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햇빛이 비추고. 여름이나 겨울이나 상관없이 일어나는 일에 이젠 익숙하기도 하다. 운(?) 좋은 날엔 4계절을 맞이하기도 한다. 일 년에  한두 번 이상은 꼭, 눈/비/우박/햇살/더움/추위가 하루에 공존한다. 네덜란드는 나라 전체가 거의 평지이고, 바람이 많이 부니 구름의 이동이 매우 빠르기 때문에 날씨는 이처럼 시시각각 변화한다. 


네덜란드를 방문하는 가장 좋은 시간은 역시 여름이지만, 난 많은 사람들이 네덜란드의 겨울도 꼭 겪어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오히려, 저지대를 독하게 간척하고 자연과 맞서 온 네덜란드 사람들의 spirit을 느끼기엔 겨울이 더할 나위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비가 오고 강풍이 불어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을 정도여도 굳세게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네덜란드 사람들을 만든 건, 어쩌면 신이 아닌 날씨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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