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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08. 2018

휴가 중 전화

휴가 중이라고 직장인이 아닌 건 아니니까

"안녕하세요. 어디 지역 누구입니다. 지난번에 보내 주신 그 자료 관련해서요..."


나는 휴가 중이었다.

저 멀리 해외에서 걸려온 전화라 발신 번호를 보고는 업무 전화라는걸 직감했다. 그럼에도 난 전화를 받았다. 휴가 중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난 직장인이 아닌 것이 아니다. 엄연히 내가 맡은 업무가 있고, 내가 휴가 중이라도 그 업무는 진행이 되고 있기에. 심호흡 한 번 하고 나면, "지금 휴가 중이거든요?"라는 톡 쏘는 말을 스스로 가로막을 수 있다.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본다.

그는 내가 휴가인 줄 모르고 전화한 것이다. 내가 휴가 중이라도 '일'은 구천을 떠돈다. 그렇게 여기저기를 떠돌다, 결국 나에게 온 것인데 그 물꼬를 전화한 사람이 튼 것이다. 그러니 내가 휴가라고 톡 쏴서 말하면 상대방은 영문을 모른 채 미안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분은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설령, 휴가라는 것을 알고 전화했다면, 오죽 급했기에 전화했을까. 그저, 그렇게 나는 직장인이고 전화 한 사람은 나름의 사연이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흔쾌히 전화를 받는다.


다만, 외부에 있어 바로 회신을 하지 못할 땐 정중히 '휴가 중'이란 말을 한다.


"아, 죄송하지만 제가 휴가 중이라서요.
아마 1시간 이후에난 온라인 접속이 가능할 텐데,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그러면, 상대방은 미안해하면서도 고마워한다.

같은 월급 받는 사람끼리 서로 짜증내서 뭐할까. 휴가 중에 업무 전화받았다고 남은 시간을 망치는 것보단 최선을 다해 응대하고, 남는 시간을 다시 즐기는 것이 낫다. 내가 업무 전화를 했을 때, 상대방이 휴가가 아니란 법은 없는 것이니까.


주 52시간 근무, 대체 공휴일, 징검다리 휴일 등.

경험상, 근무 시간이 줄고 휴일이 많아진다고 일의 양이 줄어들진 않는다. 그러니 이러한 전화를 주고받을 일은 더 늘어날 것이다. 서로가 기분 상하지 않게, 한 달 벌어 한 달을 버티며 성장을 도모하는 가련하고도 기특한 존재들임을 서로 격려하며, 휴가 중 전화를 흔쾌히 받을 수 있었음 좋겠다.


물론, 그 시작은 나로부터.

(휴가 중 전화가 오지 않도록, 가능한 업무는 끝마치려 노력해야지란 다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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