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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23. 2018

신호등

운전대를 잡은 모든 사람들은 조급하지 않을까

앞 차가 머뭇거렸다.

그것이 답답해 나는 경적을 짧게 울리고, 차선을 바꿔 앞서 달렸다. 그 차를 뒤로하고 달리니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은 후련해졌다. 그런데, 나는 곧 신호등을 만나고 멈춰 섰다. 내가 앞질러온 그 차는 그 속도 그대로 달려와 나와 같은 선상에서 멈췄다. 거참 머쓱한 상황이었다.


삶은 도로 위를 달리는 차를 연상하게 한다.

각자의 차는 각자의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그 속도는 제각각이다. 운전 스킬도, 차종도, 배기량도 다르다. 한 가지 공통점은, 누구 하나 느리게 가고 싶은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그 도착 지점에 다다르려 안간힘을 쓴다. 빽빽이 막힌 도로라면 마음은 더 조급해진다. 뻥 뚫린 도로라면, 달리는 즐거움을 만끽하기도 하면서.


달리는 도중에 다른 차들을 본다.

주로, 나보다 앞서가는 차들이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 나보다 잘 나가거나, 먼저 인정받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나는 뭐 하고 있는 건지. 왜 내가 가는 차선만 이렇게 막히는 건지.


그렇게 우리 삶에도 '신호등'이 있음을 깨닫는다.

어제 잘나가던 사람이 오늘 주저 안직도 하고, 오늘 별 볼일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내일 나보다 더 큰 인정을 받기도 한다. 돌아보면, 나도 그 보이지 않는 '신호등'에 영향을 많이 받아왔고 지금도 그렇다. 신호하나 걸리지 않고 때에 맞추어 켜지는 파란불로 속도를 내기도 하고, 사사건건 걸리는 빨간불 때문에 좌절한 적도 여러 번. 내가 한 것 이상으로 인정을 받을 때 그랬고, 진급 누락 등의 쓰디쓴 경험을 하면서 느꼈던 것들이다.


지금은 모든 신호엔 어느 정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빨간 불이면 잠시 쉬고, 파란불이면 속도를 즐길 줄 아는 여유를 가져야지 마음먹는다. 원래, '신호등'의 신호는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 무리하게 신호를 어기면 사고가 나고 마니까. 


도로에서는, '나보다 늦게 가는 바보 또는 나보다 빨리 가는 미친 X만 있을 뿐'이란 말이 있다.

삶 속에선 나보다 늦게 오는 사람은 보지 못한다. 오직, 나보다 잘 나가는 사람만 보일 뿐. 그러다 늦게 오는 사람이 나보다 더 잘 나가면, 그 순간부터 그 사람은 또 '잘 나가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 또 어느 신호에 맞추어 그 순서는 재조정될 것이고.


조급함을 버려야지 하면서도 그게 참 쉽지 않다.

운전대를 잡은 사람 모두는 그렇지 않을까.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우리 모두는 그렇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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