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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29. 2018

불완전한 타인

어차피 혼자고, 외롭고, 이기적이다. 사람은. 직장인은.

휴대폰의 모든 정보를 공유하며 주인공들이 화들짝 놀라는 영화를 봤다.

시작은 코미디 영화처럼 보였지만, 메시지 알림 소리 하나 그리고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그것은 공포영화로 변했다. 완벽하게 타인이 아니기에, 그 휴대폰에 담긴 내용들은 서로에게 소리치고 슬퍼하고 분노하게 했다. 그러나, 결국 영화가 말하고 싶은 건 나를 뺀 우리네 주위 사람들은 모두 타인일 뿐이란 것이다. 그것도 완벽하게. 함께 살아온 오랜 세월이나, 당장 폭발할 것 같은 사랑의 크기도 무의미하다. 각자의 비밀 앞에서 그것들은 한낮 허공에 날리는 깃털과 같았다. 사람은 그렇게 철저히 혼자고, 지독하게 외롭고, 이기심으로 가득하다.


그렇게 '타인'이란 말을 곱씹다가 직장을 생각했다.

'타인'들이 모인 곳. 일이 아니었다면 만나지도 않았을 사람들. '완벽한 타인'이란 말이 잘 어울린다. 실제로, 일로 엮이지 않으면 같은 사무실 공간에 있어도 인사조차 하지 않는다. 어떤 일로라도 엮여야, 그제야 이름을 나누고 안면을 튼다. 사실, 그전부터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는 형성된다. 오가다가 본 인상이나 행동, 또는 묻지도 않았는데 들려오는 말들. 직장은 생각보다 무서운 곳이다.


직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완벽하게 타인이 되긴 어렵다.

타인은 타인인데, 불완전한 타인이 되는 것이다. 같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상대방을 넘어서야 가능한 일도 있다. 목표가 같다면 같이 해야 하고, 목표가 다르다면 넘어서야 한다. 각자의 밥줄이 얽히고설켜있어 그 관계의 복잡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때론 타인이 아닌 척 친근감을 표시해보기도 하고, 또 때론 무자비하리만치 등을 돌려 타인을 표방하기도 한다. 아예 모르는 사람끼리는 그럴 수 없다. 타인이면서 타인이 아니니 가능한 일. 그렇게 직장인은 서로 불완전한 타인이다.


형, 동생이라 부르며 친근한 호칭을 쓰는 사람도 많다.

그것은 어쩌면 '타인'이라는 장벽을 거두기 위해 쓰려는 수작 일지 모른다. 힘든 직장 생활 동안 그렇게 편하게 부르고 지내는 사람이 있다면 위로가 될 수도 있겠으나, 각자의 밥그릇 앞에서 그것은 무의미하다. 극단적으로 예를 들어, 친한 누군가를 위해 내가 승진을 양보하거나, 회사를 대신 그만두어줄 상황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불완전하지만 '타인'이기에 그나마 그 마음은 덜 무겁다.

'불완전하게' 타인이라서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경우도 있을 테고.


직장인은 그렇게 철저히 혼자고, 지독하게 외롭고, 이기심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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