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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an 05. 2019

스트레칭

내가 나를 위해 당장 해야 할 '닥친 일'

"아, 찌뿌둥해"


언제부턴가 이 말을 달고 살았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어렸을 때부턴 아니었다. 그건 신체의 성장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은 그즈음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어른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된 그때. 보다 확실한 건,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그 말을 더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통은 날씨를 보고 하는 말이지만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몸 상태가 별로일 때도 찌뿌둥 하단 말은 그때 내가 느끼는 모든 것을 종합해서 한 마디로 표현해주는 기특한 단어였다.


찌뿌둥함은 오늘도 함께 했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니 몸은 천근만근. 본능적으로 두 팔을 들어 머리 위로 올렸다. 만세 삼창이 어울릴 그때쯤. 나는 깨달았다. 


'그러니까, 내가 스트레칭을 해본 게 언제지?'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 같지만, 사무실에선 대부분 '닥친 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모니터와 눈싸움을 하며 누가 이기는지를 내기라도 하듯이 분노의 자판을 두들기고, 한 순간이라도 상사의 눈 밖에 나지 않을까 살얼음판을 조마조마하게 걷는다. '닥친 일'을 제 순간에 하지 못하면 인정받지 못할 거란 두려움에 허덕인다. 그러니 '닥친 일'은 사람을 혼미하게 만든다. 마음의 여유도 없다.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몸은 언제나 뒷전이다. 직장인이 건강을 챙겨야 하는 이유다.


직장인은 그렇게 경직된다.

경직되다 못해 위축된 가련한 존재의 몸뚱이는 본능적으로 살겠다고 두 팔을 들어 올려 마침내 스트레칭을 한 것이다. 어쩌다, 스트레칭 한 번 시원히 못하면서 살게 된 걸까. 마음의 여유가 없어 스트레칭 한 번 마음껏 해주지 못한 나 자신에게 미안해하면서, 그 순간 나는 최선을 다해 스트레칭을 했다. 쥐며느리 벌레처럼 안쪽으로 구부정한 어정쩡한 몸이 반대로 펼쳐지면서 입에서는 작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몸과 함께 펼쳐진 찌뿌둥했던 마음의 소리였을 것이다.

마음 한 편에 무거운 주름이 잡혔던 근심거리와, 아무렇게나 구겨져있던 자존감이 조금은 펴지면서 내는 소리.


기지개 한 번 맘 편히 키지 못하고 허겁지겁 출근 준비를 하는 나를 한심해하며, 그럼에도 한 번이라도 더 스트레칭을 해주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지금 몸과 맘의 상태를 보건대, 스트레칭은 내가 나를 위해 당장 해야 할 '닥친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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