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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an 21. 2019

하고 싶은 일 하고 살라는 달콤한 거짓말에 속지 마라!

[직장내공] 1장: 일과 직장에 대한 흔한 착각

"하고 싶은 일 하고 살아."


나는 이 말이 아주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진로를 위한 고민이나, 선택의 기로에 선 이에게 스스럼없이 이 말을 건네는 사람을 보면 좀 무섭기까지 하다. 정말 상대방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하는 말인가? 상대방의 처지와 고민의 무거움을 공감하며 던진 말인가?


‘하고 싶은 일 하고 살아!’라는 말은 참으로 달콤하다.

너무나 달콤해서 문제

너무나 달콤해서 오히려 문제다. 지쳐 쓰러진 사람의 입을 벌려 그 안으로 초콜릿 10여 개를 욱여넣는 것과 같다. 달콤함을 툭 던진 사람은 의기양양할지 몰라도, 그것을 맛본 사람은 잠깐 달콤함을 느낄 뿐 금세 시무룩해진다.


미디어나 SNS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해서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정말이지 잘 포장돼 있다. 장밋빛으로 써 내려간 그런 이야기 속엔, 그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해왔던 ‘해야 하는 일’에 관한 것은 생략되기 일쑤다. 그들의 이야기에 자극을 받은 후 ‘나는 뭐 하고 있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뭘까?’라는 고민에 빠져들어 우왕좌왕하는 사람은 결국 무턱대고 해야 하는 일을 적대시하고 만다.



많은 사람이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이분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짙다. 정말 그럴까? 해야 하는 일을 하며 살면 불행한 삶이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면 무조건 행복한 삶일까? 단언컨대, 그렇지 않다. 그 둘은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한다. 그것도 아주 격하게. 그리고 시너지 효과를 내며 ‘성장’이라는 선물을 안겨준다.

이분법의 시선을 버려야 한다.


해야 하는 일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타의성’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해야 하니까 하는 회사 일, 게다가 익숙하지도 않은 일일 때가 많다. 그러니 두렵다. 억지로 한다는 생각이 온 세포를 휘감는다. 행복할 리가 없다.


하고 싶은 일은 어떨까?

듣기만 해도 달콤하다. 저혈당 상태에서 사탕을 한입 가득 머금은 듯 심장이 요동한다. ‘자의성’이 강하며, 익숙한 일이거나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싶은 일일 가능성이 높다. 나의 만족을 위한 일이니 얼마나 행복한가. 이런 관점으로 보면 그 둘은 상반되는 듯 보인다. 하지만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의 경계가 모호하다면 어떨까? 그 둘이 수시로 경계를 넘나든다면 말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툭 던진 말에 순간의 위로를 받았다가 다시 무기력해지기를 거듭하는 제자리걸음을 중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은 서로 요동하며 오간다.


이 둘을 따로 보지 말아야 한다.

서로를 끌어주고 밀어준다.

‘해야 하는 일’이 ‘하고 싶은 일’이 되는 경우가 있고, ‘하고 싶은 일’이 ‘해야 하는 일’이 되는 경우도 있다.

내 이름이 적힌 책을 출간하는 것은 일생일대의 ‘하고 싶은 일’이었다. 출판사와 첫 책을 계약하고 날아갈 듯한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분주했던 시간은 잠시, 마감 기일이 다가오며 그것은 어느새 미룰 수만 있다면 미루고 싶은 ‘해야 하는 일’이 되어 있었다.

한번은, 정말이지 맡고 싶지 않았던 업무를 받아든 적이 있다. 하지만 내가 계획한 대로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회사로부터 인정을 받기 시작하자 그것은 어느새 하고 싶은 일이 되었다. 야근은 물론, 주말에도 마다하지 않고 그 일에 몰두한 기억이 생생하다.


둘째,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는 ‘해야 하는 일’이 반드시 수반된다.


스타강사 김미경 씨가 말했다. (음성 지원은 각자의 몫으로.)

여행 할 땐 짐이 따라오는 것처럼.


“여러분,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알아요?
강의예요, 강의!

그런데 내가 가장 하기 싫은 일이 뭔지 알아요?
강의 준비예요, 강의 준비!”


앞서 언급한 책 출간과 글쓰기의 관계도 그렇다. 책을 내려면 글쓰기라는 막중한 의무는 필수다. 요즘 많은 사람이 유튜브 스타를 꿈꾼다. 그런데 쉽게만 보이지만 할 일이 산더미다. 컨셉을 잡아야 하고, 원고를 쓰고, 방송 장비를 구비하고, 찍고, 홍보하고, 사생활을 노출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정기적으로 반복해야 한다. 이 점은 간과한 채 멋지게 포장된 모습만 보고는, ‘저 사람들은 하고 싶은 일 하며 편하게 돈 벌고 재밌게 산다’고 결론짓는다.


셋째, ‘해야 하는 일’은 많은 선물을 안겨준다.


나는 지독한 문송(문과라서 죄송합니다)이다.

선물이란걸 알아차려야 한다!

숫자 감각은 제로에 가까웠고 엑셀은 이름만 들어본 상태였다. 하지만 입사해서 영업과 마케팅 업무를 하다 보니 숫자와 엑셀은 필수였다. 고역일 수밖에 없었다. 숫자와 엑셀에 서툴러 선배들 뒷골 잡게 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해야 했다. 익숙해지고 성장하는 거 외에 다른 옵션이란 없었다. 숫자와 엑셀을 다루는 일, 그것은 분명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다. 해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절대 능숙해지지 못했을 일이다. 해야만 했던 그 일을 통해 성장한 나는 이 능력을 다른 영역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말 그대로, ‘해야 하는 일’이 가져다준 선물이다.


넷째, ‘해야 하는 일’을 하다 보면 ‘하고 싶은 일’이 보인다.


 혹시, 해야 하는 일도 하기 싫고, 그렇다고 하고 싶은 일도 딱히 떠오르지 않는 부류에 속하는가?

시야가 넓어질 절호의 기회!

그렇다고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자. 자신을 미워하거나 세상을 탓하지도 말자. 아이러니하게도 해야 하는 일을 하다 보면 하고 싶은 일이 보이기도 한다. 해야 하는 일에 익숙해지면 전문가가 되기도 하고 그 일로 자신의 앞날을 꾸려가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하고 싶은 일을 잘 모르겠다면 현재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해보자. 바로 그 일 속에서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할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면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도 있다. 이건 만고의 진리다.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면 다음이 보인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적대적으로 구분할 필요가 없다.

그 둘은 서로 오가며 변하고, 상호 보완하며 시너지를 발휘한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많은 선물과 배움을 주고, 또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실마리를 제공한다.


당장 지금부터,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병행’한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너무 달콤하기만 한 거짓말에 더 이상 속지 않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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