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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Feb 04. 2019

자비 없이 찾아온 슬럼프에 대처하는 법

[직장내공] 2장: 직장생활의 고비를 여유롭게 넘기는 마음내공

쿵! 뭔가 떨어졌다.


급락하고 쇠퇴한 듯.

걸려들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나락으로 떨어진 느낌, 서서히 다가온 이유 모를 무기력감. 누군가 파놓은 함정에 푹 빠진 것처럼, 누군가 음식에 넣은 알 수 없는 뭔가가 몸에 쫙 퍼진 것처럼, 마침내 올 것이 왔다.


‘오랜만이야. 슬럼프.’


슬럼프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찾아온다.

자비란 없다. 그중에서도 직장인에게 찾아오는 슬럼프는 으뜸이다. 사춘기에 그랬듯 그것을 벼슬처럼 누릴(?)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사춘기야 으레 그러려니 하지만 직장이라는 인생 실전의 세계에서 슬럼프는 못난변명으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자칫 그 슬럼프가 계속되어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생기면 남은 직장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그러니 슬럼프가 왔을 때, 직장인은 조심해야 한다.


슬럼프는 다음과 같은 증상을 동반한다.


첫째, 초심을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해도 별 감흥이 없다. 초심은 ‘슬럼프라는 자물쇠를 열어주는 열쇠’라는 말이 있지만, 언제나 통하는 ‘만능키’일 순 없다.


둘째, 만사가 귀찮다.

초심도 잊고, 만사가 귀찮다.

그저 본능에 충실해진다. 본능이란 녀석은 슬럼프를 만나 포텐이 터진다. 해야 할 일은 산더미인데, 다 미루고 잠을 잔다. 다이어트가 시급한데, 스트레스를 핑계로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마구 먹는다. 이후에 몰려오는 자책감은 슬럼프를 더 키운다.


셋째, 자신감이 사라진다.

내일이 기대되지 않는다. 이렇게 잠이 들어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내일을 기대하며 잠들던 ‘행복한 피곤감’은 사라진 지 오래다. 목소리 자체에도 자신감이 없고 무기력하다. 자꾸만 위축되는 존재에게 내일의 희망이 있을 리 없다.


넷째, 무엇보다 행복하지가 않다.

자신감이 사라지고 행복하지가 않다.

행복하지 않다는 감정이 온 세포를 지배하고 만다.


예전엔 슬럼프라는 녀석과 참 많이도 싸워댔다.

불청객처럼 찾아온 슬럼프에서 당장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벗어나려 애쓸수록 심해지는 증상을 경험하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어쩌면 슬럼프는 우리에게 보내는 쉬어가라는 신호 아닐까? 잠시, 아주 잠시라도 멈춰보라고 보내는 신호 말이다. 슬럼프가 보내는 신호를 감지하고 잠시 멈춰 서서 나와 주위를 둘러보자.


슬럼프는 열심히 달릴 때는 보이지 않던 다음과 같은 것을 생각하게한다.


첫째, 방향을 생각하게 한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이 중요하고, 또 그것보다는 ‘무엇을, 왜 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죽을힘을 다해 뛰는데 결승선이 반대쪽에 있는 경우도 많다. 살다보면 말이다.


둘째, 다른 사람을 생각하게 한다.

슬럼프가 나에게만 온 것 같지만, 관점을 달리해보면 오늘 직장에서 함께 일한 후배나 동료, 상사가 슬럼프에 빠져 있을 수도 있다. 각자의 ‘슬럼프 사이클’은 다르다. 성과를 잘 내지 못하는 후배나 실수를 연발하는 상사에게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던 그때, 어쩌면 그들도 슬럼프였던 건 아닐까?


셋째, 지난날과 바로 오늘을 돌이켜본다.

방향, 다른 사람, 자신을 돌아 본다.

슬럼프는 내일을 기대하지 않게 한다. 그러니 자연히 지난날을 돌아본다. 대부분 ‘후회’로 연결된다. 좀 더 잘하지 못했던 것, 하지 말아야 했던 말들……, 자연스럽게 겸손해진다.


이제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조언을 하기도 한다.


“슬럼프라도 괜찮아. 자괴감이 들 때 바로 그때가 의미 있는 시간이야.
자신을 다시 세울 수 있는 좋은 기회거든.”


물론 말은 이렇게 해도 나도 슬럼프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그럼에도 나는 그 기회를 통해 스스로를 다시 세우려 노력한다. 정말로 그럴 수 있는 기회라는 걸,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단, 직장생활은 프로의 세계이기 때문에 슬럼프가 오더라도 유념할 것이 있다. 

가능한 슬럼프라는 티를 내지 말아야 한다. 슬럼프라고 하면 다들 위로해줄 것 같지만, 목표를 향한 공동체의 전진 앞에 구성원의 슬럼프는 걸림돌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마음이 힘들겠지만, 최소한 내가 해야 하는 일과 책임은 완수해야 한다. 슬럼프와 싸우다 지쳐 그걸 나의 변명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결과를 책임질 사람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슬럼프가 온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슬럼프를 피하려고만 했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 슬럼프를 받아들일 때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마주해보는 것도 좋겠다.


잠시 쉬어가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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