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07 짧은 노래 그리고 보헤미안 랩소디

1장-삶의 의미, 자세 그리고 꿈

by 온계절

“짧은 노래


벌레처럼

낮게 엎드려 살아야지

풀잎만큼의 높이라도 서둘러 내려와야지

벌레처럼 어디서든 한 철만 살다 가야지


다만 무심해야지

울 일이 있어도 벌레의 울음만큼만 울고


죽어서는 또

벌레의 껍질처럼 그냥 버려져야지"

– 류시화 시집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중에서


어릴 적 학교에서 시를 배울 때가 문득 떠오릅니다. 시의 운율, 형식, 작가의 의도라는 틀 안에서 배우는 시는 정말 재미없었습니다. 잘 이해도 되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기억에 남는 시가 거의 없습니다.


그러던 제가 독서를 하던 중 시를 쓰는 작가의 이야기에 마음이 움직여 아침 책 읽기 목록에 시를 추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류시화 시인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었습니다.


시를 읽다 보면 작가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생각으로 시를 썼는지 그 의도를 알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저에게 시라는 것은, 작가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보다는 시를 읽는 주체인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리고 내 영혼을 살찌우는데 한 점이라도 보탬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위의 시를 읽고 다음과 같이 해석해 보았습니다.


짧은 노래


불평등과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한 세상

힘 있는 자와 없는 자

가진 자의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


힘없는 자는 꿈꿀 시간조차 사치가 돼버린 세상

그저 시간의 노예가 되어 끌려가는 인생

애써 굴레를 벗어나려 발버둥 쳐보지만

한 굴레 넘어 억 겹의 굴레에 무기력만 남으니

그냥 주어진 배역의 소임을 조용히 마칠 뿐이네


프레디 머큐리

시를 읽은 즈음에 "보헤미안 랩소디"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를 보며 그룹 퀸의 리드 싱어 "프레디 머큐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짧은 인생을 살다 갔지만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조연으로 살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인생의 작가이자 주인공으로 짧은 인생이지만 노래로서 전 세계 팬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 그의 당당함, 자신감, 열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짧은 노래"였지만 지금까지도 울림을 멈추지 않는 그의 노래는 이제 "길고 영원한 노래"입니다.


저 조차도 사회가 정해진 틀에 너무도 오랫동안 길들여 왔습니다. 우리의 미래인 젊은 세대를 보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인 청소년 시기에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목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야 된다는 목표에 매몰되어 공부하는 기계가 되고 있습니다.


며칠 전 세계적인 IT기업 구글의 채용 담당자가 나온 유튜브 영상을 봤습니다. 구글의 인재상과 채용 인터뷰 관련 내용이었는데, 인상 깊었던 부분도 있었지만 씁쓸한 안타까움도 느꼈습니다.


구글에선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무언가를 제안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문제를 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것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진다.
“비행기 안에 탁구공이 몇 개나 들어갈까요?” 사실, 인터뷰 질문에 대한 답을 채용 담당자도 모른다. 정답은 없다. 답을 알고 있는지가 아니라, 답을 해결해 나가는 사고의 과정이 궁금하다.
우리나라 지원자는 인터뷰 질문을 받으면, 바로 문제에 대한 답을 풀기 시작한다. 채용 담당자에게 질문도 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소통 과정 없이 오로지 정답만 맞히려고 한다.

부모이자, 사회의 리더로서 우리 자식들과 젊은이들이 인생의 주인공으로서 자신의 꿈을 당당히 펼칠 수 있는 세상을 눈을 감고 생생하게 꿈꿔 봅니다.


저부터가 먼저 그러한 세상을 만드는데 하나의 주춧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keyword
이전 06화06 활활 타오르는 거센 불길이 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