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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세상에 태어나서 해야 할 사명을 깨달아라

1장-삶의 의미, 자세 그리고 꿈

by 온계절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천명을 알지 못하면 군자가 될 수 없고, 예를 알지 못하면 세상에 설 수 없으며, 말을 알지 못하면 남을 알아볼 수 없느니라.' 즉, 세상에 태어나서 해야 할 사명을 이루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면 군자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 논어 요왈 편에서


유교에서 군자란 도덕적으로 완성된 인격자를 말합니다. 통상 성인·군자라고 하면 아무나 도달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른 사람, 도를 깨우친 사람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런데, 성인·군자로 칭송받는 공자 스스로도 논어 술이편에서 "성인을 내가 만날 수 없다면, 군자라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했습니다.


성인이 인간 세상을 초월한 최고의 인격자를 상징한다면, 군자는 누구나 노력에 의하여 도달할 수 있는 높은 도덕성을 가진 사람을 의미합니다.


논어의 마지막은 세상 사람들이 군자와 같은 도덕성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하며, 이를 위한 3가지 핵심 실천과제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천명을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것은 우연일까요? 아니면 이유가 있을까요? 왜 우리는 1021년이 아닌 2021년의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일까요? 하늘의 명에 순응하여 살아야 한다면, 가난하게 태어나고, 희귀병에 걸리고, 불의의 사고를 당하여 불행한 삶을 사는 것조차, 수긍하고 살아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러고 보니, 너무나도 잔인하고 인정 없는 말로 느껴집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공자 자신도, 64세 아버지와 16세 첩의 사이에서 태어나, 세 살 때 아버지를 잃고, 큰어머니와 이복형제에게 배척받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17세에 어머니마저 잃고 외톨이가 돼버리고 맙니다. 만일, 불행을 한탄하며 하늘을 원망하고 살았다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논어의 주인공 공자는 없었을 겁니다. 즉, 천명을 알아야 한다는 것은 지금 당장 손해가 되는 일이 있더라도 피하지 말고,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노력하는 긍정의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너무 눈앞의 이익만 바라보지 말고, 당장의 이익과 손해를 나만의 소명이라는 저울 위에 올려놓고 인생 전체의 큰 그림 위에서 균형을 맞춰가는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두 번째로, 예를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논어에서는 직접적으로 예의 의미를 설명하지 않고 있지만, 여러 편에 걸쳐 예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안연편에 나오는 극기복례(자신의 사욕을 이겨내고 천리(세상의 당연한 이치)의 절도와 격식을 따르다)가 대표적입니다. 즉, 사람을 공경하고 존중하는 경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는 예에 따라 행동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절로 따르고 인정할 거라는 의미입니다.


예를 알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라면, 차별도, 다툼도, 불평도, 시기도 모두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말을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말을 알아야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 역시 쉽게 해석되지 않습니다. 세상의 모든 일이 사람에 의하여 좌지 됨을 생각해 보면, 나와 마주치는 사람이 정직한지 간사한지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겉으로는 달콤하게 들리는 말속에, 나쁜 의도가 숨겨져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말의 잘잘못을 가려낼 수 있는 지혜와 통찰력이 필요합니다.


세 가지 덕목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독서를 통해 동서고금의 지혜를 깨우치려는 노력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어느 날, 둘째 아들이 밖에 나갔다 들어오더니, 들뜬 목소리로 제게 다가와 말했습니다. "아빠, 나 엘리베이터에서 공자가 한 말 읽었어요."


제가 물었습니다. "무슨 말이 쓰여있었는데?"


그러자 큰 소리로, "군자는 마음이 평정하며 넓고, 소인은 항상 걱정에 싸여 마음이 초조하다"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논어 술이편에 실린 글귀입니다.


흐뭇했습니다. 제가 논어를 읽고 있는 걸 알고 있고, 간간이 공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준 게 기억에 남았는지,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나 봅니다. 가정에서 부모의 말과 행동이 중요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논어 1회 통독을 마치고, 힌두교의 가르침이 녹아 있는 "바가바드기타" 개론서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채사장 작가의 "지대넓얖 제로"를 통해 알게 되어, 저의 독서 지도에 포함한 책입니다.


놀랍게도 기원전 4세기부터 기원후 4세기까지 근 800년의 세월을 통해 쓰인 "바가바드기타"의 핵심적인 가르침인 "다르마"의 의미가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성스러운 임무를 가지고 태어났다. 그러니, 신이 내린 임무에 충실한 다르마의 길을 가야 한다."라고 합니다.


논어의 마지막 문장인 "천명을 알지 못하면 군자가 될 수 없다"가 오버랩되는 순간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읽혀 내려오며 고전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기원전 4세기를 전후하여, 인류 문명을 이끌어온 성인들이 많이 나타난 것도 이유가 있겠죠?


"바가바드기타"의 가르침을 통해 깨달음을 넓혀가는 아침 재독 시간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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