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광고 예산은 이해의 문제
11월 30일 오전. 다음 달 매체별 광고 집행 예산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효율은 원하는 만큼 어느 정도 나왔으나 광고비 규모 자체가 조금 부담이었던지, 클라이언트 측에서 집행 예산을 일시 하향 조정하길 원했다. 충분히 그럴 만한 상황인 점을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담당자가 뭔가 주저하는 뉘앙스가 느껴졌다.
어떤 일인지 궁금하여 물어보니 혹시나 광고 예산을 줄인 것이 광고 효율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진 않을까 하고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알게 된 사실은, 의외로 클라이언트 측에서 광고 예산의 규모와 광고 효율의 연관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다는 사실이다.
처음 매체별 광고를 시작하게 되어 월 광고 예산을 논의할 때, 클라이언트의 반응은 대개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최대한 적은 예산을 투입하고 싶어 하는 유형. 매월 고정비처럼 나가는 광고 예산이 부담스럽고, 최저 예산으로 최대 효용을 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두 번째로는 예산 규모가 좀 크더라도 광고비 대비 매출액(ROAS)과 구매전환율이 잘 나온다면 예산 증액을 해서라도 성장세를 만들고 싶은 유형. 광고 예산을 투자 개념으로 생각하고 필요할 땐 과감하게 증액할 의향이 있다. 당장 ROAS가 250%, 300%인데 광고비로 나올 수익을 본능적으로 계산하고 아쉬워한다.
둘 중 어느 유형이 더 유리할지 정답은 없지만, 광고비를 더 많이 사용할수록 광고비 대비 매출액(ROAS) 효율은 일반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C 섹터와 같이 월 광고 예산이 대폭 늘어난다는 것은 두 가지를 의미할 수 있다. 우선 기존 예산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사람들과 넓은 범위의 타겟에게 광고가 송출될 수 있다. 그래서 정교한 타겟팅과 세그먼트보다는 광범위한 노출과 도달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목표로 하는 고객들의 행동, 즉 구매나 문의 접수 등의 전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사람들에게도 폭넓게 광고가 노출될 수 있고 이는 광고 효율 자체를 떨어트릴 수는 있다.
만약에 광고가 노출되는 타겟의 규모가 고정으로 제한되어 있다면, 각 타겟은 더 자주, 많은 횟수의 광고를 시청하게 된다. 너무 자주 광고에 노출될수록 광고에 대한 피로도가 올라가게 되고, 자칫 정교하게 설정하지 않았다면 이미 구매를 했거나 문의를 접수한 고객에게도 광고가 계속 반복적으로 보일 수 있다. 즉, 이 또한 광고 효율 자체를 떨어트릴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면 ROAS가 낮아지더라도 결국 영업 이익은 점차 증대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섹터다. 충분한 예산을 활용한 광범위한 노출과 인지도 제고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규모의 경제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광고 예산이 늘어날수록 효율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으니, 무작정 줄이는 것이 좋을까?
메타의 스폰서드 광고, 구글의 구글 애즈, 네이버 GFA와 카카오 비즈보드 등 많은 광고 매체들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머신러닝을 실시하고 광고 효율을 최적화한다. 다시 말해 누가 광고 목표 달성에 가장 최적화된 타겟인지, 어떤 유형의 사용자와 광고 지면이 구매 또는 문의 전환을 많이 발생시킬 수 있을지 광고를 집행하면서 쌓이는 데이터를 살펴보고 점점 학습을 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머신러닝이 제대로 이뤄지고 최적화될수록 광고 효율은 높아진다.
그런데 A 섹터를 살펴보면 광고비를 너무 적게 사용했기 때문에 효율 자체가 떨어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족한 광고 예산으로 인해 매체별로 머신러닝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광고 집행 데이터가 축적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적절한 광고 예산의 한계점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광고 예산을 어느 정도 사용하면서 광고비 대비 매출액(ROAS)이 조금씩 낮아지고 있는 상태의 섹터가 있다. 즉, 순수하게 광고만으로 광고비 대비 매출액(ROAS)을 높일 수 있는 데에는 한계가 존재하더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대부분 클라이언트들은 이 구간에서 광고비 대비 매출액(ROAS) 효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이유로 광고비를 대폭 축소하거나 일시중단 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광고 소재나 셋업에 문제가 있었고 이로 인해 광고 효율이 낮아지는 경우라면 바람직한 결정이겠지만, 광고비 대비 매출액(ROAS)만을 핵심 성과 지표(KPI)로 삼는다면 시장 확장과 점유를 할 수 없고 전반적인 영업 이익을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결국 성과와 효율 중심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는 방법론이다. 하지만 전방위적인 광고 집행과 브랜드 인지도 제고, 그리고 시장 점유율 강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가는 것도 경우에 따라서는 반드시 필요한 방법이 아닐까.
결론적으로는 우리 브랜드에 있어서 퍼포먼스 마케팅이 차지하는 비중을 장기적으로 점차 줄여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가는 과정이 건강한 브랜드를 만드는 유의미한 단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