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 속 성장을 경험하는 프로젝트 수업
거꾸로 캠퍼스 수업은 크게 두 개의 큰 틀로 구성된다. 앞서 설명한 주제 중심 수업을 통해 세상 속 문제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그 첫 번째이다. UN 지속가능 발전 목표 중 하나를 국·영·수·과·사 등의 교과목 속에서 한데 어울려 살펴보면서, 어떤 문제를 한 가지 틀에만 고집하여 푸는 것이 아닌 다양한 접근으로 그 해법을 찾는 사고력을 기른다. 주어진 주제로 넓고 깊게 바라보며 응용하는 연습을 코칭교사의 도움과 친구들과의 토의를 거쳐 학습했다면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문제를 탐색하고 그 해결책을 찾는다!
거꾸로 캠퍼스를 찾았을 때 창업사관학교 같은 느낌이 들었던 이유가 여기 있었다.
창업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1. 기존에 없는 것을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창업가.
2. 기존에 있는 것 중, 불편하고 개선이 필요한 점을 찾아 변화시키는 창업가.
학생 프로젝트의 대부분은 2번 영역에 속한다.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은 실제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고민한다. 사회 속 불편함, 불평등, 문제, 필요성 등을 파악하고 그것이 정말 해결책을 요구하는 문제인지 예측하고, 상세히 알아가는 데 필요한 관련 자료를 찾고, 인터뷰하고, 해결에 필요한 도구를 만드는 실행을 하며, 다수의 피드백을 받으며 성찰하는 과정이 프로젝트 속에 오롯이 담긴다.
예측(Anticipation) - 실행(Action) - 성찰(Reflection)
모든 배움은 반드시 이 세 단계를 거쳐야 한다.
공식 문서에 담긴 글을 옮긴 것이라 표현이 어렵다. 쉽게 말해, 무엇이 필요할지 생각하고, 해결책을 찾아 실천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돌아본다! 학생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경험하는 과정이다.
“이번 부트캠프에서 '대치동 스트레스 프리존 개선'을 주제로 미니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요. 현장을 나가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 이해관계자 맵을 그리는 과정은 어려워했지만, 실제 대치동 거리로 나가서 현장을 관찰하고 이용자들을 인터뷰할 때 학생들은 생기가 돋아났습니다. 또한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를 기반으로 프로토타입(빠른 솔루션)을 만들고, 거캠 친구들에게 피드백을 받을 때 긍정적인 칭찬과 날카로운 피드백을 받을 때 학생들이 팔딱팔딱 살아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코칭교사 A)”
교실 속 수업은 실천 영역이 매우 한정적이다. 내가 발표한 내용이 세상에 닿기 어렵다. 하지만 팀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 낸 해법은 세상으로 바로 나아갈 실천 가능 영역이 담긴다. 알파랩에서 세상의 소통 도구 (말글랩, 코딩, 디자인 등)를 익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서 학생들을 문제 해결책으로 '원활한 소통을 위한 카드게임'을 만들고 '환경 보호 실천을 독려하기 위한 앱'을 만든다.
다음은 공개 발표 시간에 만났던 학생들의 주제들이다. 모든 아이디어의 저작권은 거꾸로캠퍼스 학생들에게 있다.
학생들이 스스로 찾은 문제와 해결책을 참관자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여러 사람에게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설명해야 하는 시간이 지칠 법했지만, 내가 그리고 우리가 이뤄낸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어 하는 학생들의 생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즐겁게 프로젝트에 임하고 있었다.
학생들 스스로 고민하고 행동하는 과정에는 실수, 실패도 함께한다. 본인들이 연구하고 고안한 해결책이 친구들 사이에서 나쁜 평가를 받기도 하고, 큰 관심을 얻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피드백을 받으면 새로운 대안을 찾고 다음을 고민한다. 그렇게 성장해 나간다.
앞서 '학교는 협력의 중심지' 글을 통해 프로젝트 수업에서는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자문단도 꾸려지는 것을 소개하였다. 팀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하고, 내 생각을 표현하고 조율하고 합치는 연습뿐만 아니라 적절한 도움을 잘 받는 연습 또한 프로젝트에서 하고 있다. 그 결과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이룬 성과물로 여러 기관과 대회에서 다수의 상을 받기도 한다.
이렇게 학생들은 학교에 다니는 동안 세상을 경험한다. 다시 말해 사회 속 일원으로 나의 배움을 실천할 방법을 연습한다. 그 과정에서 개발, 마케팅, 디자인, 기획, 글쓰기 등등 다양한 영역을 경험하고 나의 재능과 역량을 확인한다.
프로젝트팀의 일부는 거꾸로 캠퍼스를 exit (거캠에서 사용하는 졸업의 다른 표현) 한 후에도 아이디어를 계속 발전시켜 실제 창업으로 이어가기도 한다.
다음 글에서 거캠 수업 밖의 학생들의 삶과 졸업 후의 모습 일부를 살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