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얽매이지 않는다. 지식과 지혜는 세상 어디에나 있다.
OECD 학습나침반은 모든 교육과정에 걸쳐 배움과 학습에 필수적인 핵심 기초 역량을 제시하고 있다
- 기능(Skills), 지식(Knowledge), 태도(Attitudes), 가치(Values).
핵심 기초 역량은 학생 주도성과 변혁적 역량을 개발하는 기반을 제공한다.
거꾸로캠퍼스 수업은 OECD 학습나침반 속 역량을 쌓는 시간이다.
학교는 핵심 기초 역량을 습득하는 공간이다. 이 시대의 가장 큰 화두가 되어버린 문해력(디지털 문해력 포함)을 시작으로 수리력, 사고력, 사회-정서적 기초 역량 등등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토대를 학교라는 공간 속에서 갖추는 연습을 한다. 2024년 현재 거꾸로캠퍼스는 국어, 사회, 영어, 수학, 과학, 체육 시간을 통해 이러한 핵심 기초 역량을 쌓고 있다.
앞서 거꾸로캠퍼스는 모듈(module)마다 UN의 지속 가능 개발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중 하나를 중심 주제로 정해서 수업을 진행함을 설명했다. 즉, 한 모듈에서 다룰 SDG 주제가 정해지면 그것을 중심으로 여러 교과 수업이 새롭게 구성된다. '교과서와 강의가 없다’는 것은 줄줄 읽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닌, 학생들의 시간을 채울 콘텐츠와 배움 방식을 코칭교사가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큰 주제 아래 교과별로 다루는 내용은 다양하다. 여러 표현 방식으로 생각을 뻗어나간다. 하나의 주제를 어떻게 확장하는지 그 과정을 연습하면, 어떤 주제가 나오든 응용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하루에 3시간, 코칭교사의 도움 아래 학생들은 친구들과 함께 집중해서 이해하고 펼치는 시간을 갖는다. 수업 시간은 세상을 잘 배우는 방식과 방법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코칭교사들은 각 교과에서 필수적으로 학습하고 개발해야 할 교과 역량에 기반하여 수업을 디자인한다. 또한 거꾸로캠퍼스 수업이 갖고 있어야 할 7개의 요소(지식의 깊이 있는 이해, 자기 주도적 학습 유도, 협력과 소통, 비판적 사고, 융합적 배움, 진짜 세상과 연결된 학습, 수업에서의 배움과 성장에 대한 성찰)를 선정하여, 이 요소를 갖춘 수업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 점검하고 함께 고민해 나간다.”
사실 SDGs를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는 부분이 제일 이해하기 어려웠다. ‘매번 다른 주제로 관련 수업을 짜야한다니 교사분들 정말 힘드시겠다. 정말 연구 많이 하셔야겠다.’ 나는 왜 교사를 걱정하고 있었을까? 아니 난 의심하고 있었다. 주어진 것만 가르치던 선생님이 많았기에, 이렇게 세심하게 수업을 디자인한 선생님을 본 기억이 너무나 드물기 때문이다.
물론 수업 디자인 속에는 교육부 개정교육과정과 연계된 기초 학습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그것에 한정되지 않는다. 주제가 정해 진 뒤 주어지는 한 달여의 시간 동안 코칭교사는 다양한 자료를 검토한다. 사실 기본 교과학습과 모듈주제 연결이 100% 촘촘하게 완벽히 이뤄지기는 어렵다. 어떤 것에 더 주안점을 둘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코칭교사들은 함께 나눈다. 수업 공유 회의는 정기적으로 진행되는데, 자신이 디자인한 수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전부 다 미리 계획을 세워서 회의에서 보여준다. 코칭교사 구성은 교직 이수를 하신 분들과 사회 현장 경험을 지닌 분들이 어우러져 있다. 학습과 실습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기본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하나의 주제 아래 끌어낼 수 있는 이야기는 무수히 많았다. 매번 다른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수업을 새로 디자인해야 하는 시간. 세상에 콘텐츠는 넘쳐난다. 그 속에서 양질의 자료를 찾는 것이 중요하기에, 큐레이션이라는 일이 주목받고 있다. 코칭교사는 주제에 맞는 적절한 자료를 찾는 동시에 학생들이 효과적으로 접근하고 탐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수업의 의도, 모듈과의 연관성 하나하나 세심하게 설계하고 반영한다. 참관했던 영어 수업에서는 기후위기 극복 성공 사례를 유튜브 영상을 통해 소개하고 있었다. 몬트리올 의정서(Montreal protocol)에 관한 영상을 학생들 보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지금 학생들에게는 너무나 낯선 '오존층 파괴와 프레온가스'에 관한 내용을 당시의 생생한 영상 자료와 설명을 통해 이해하고 내 생각을 ChatGPT를 활용해 발표한다.
- '교수법'의 정의: 학문이나 기예를 가르치기 위한 체계적인 지식과 기술.
거캠의 모든 수업에는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고, 쓰고, 말하는 시간이 담겨있다. 코칭교사는 학생들의 사고력과 표현력을 기를 수 있는 다양한 교수법을 연구하고 실천한다. 지식을 쌓아가는 것뿐만 아니라 알고 있는 것을 세상과 연결하는 방법도 함께 익힐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한다. 콘텐츠가 범람하는 세상에서 검증된 양질의 자료를 찾고 적절히 활용하는 방법이 수업 시간에 담겨있다. 내 생각을 잘 표현하고 타인의 의견을 듣고 조율하는 연습도 한다. 코칭교사와 학생들의 시간과 정성, 시행착오가 담긴 교수법을 글로 소개하는 것은 지적소유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실제 진행된 수업의 핵심 목표 몇 가지만 열거한다. 주제만 보아도 단순한 학습이 아닌 생활 속 응용, 나와 세상의 연결이 모든 학습 속에 담겨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가짜 자료를 분석하고 팩트체크 하는 방법, 가치 있는 정보를 선별하는 법 학습
확증편향에 관해 공부하고 실제 사회 실험을 진행
학습한 경제 개념을 통해 물의 가치 추론하기
세계사의 물관리 사례 탐구 및 물관리에 관한 논쟁점 토론
정치적 요인으로 발생한 역사적 기근 사례와 구제책에 대해 알아보고 설명
측정의 관점에서 물을 사용하고 숨어있는 기하의 원리 발견
‘우리는 물을 아껴야 할까’를 설명하는 동화책 제작- 동화책 투자 설명회
청소년 인권을 통계와 연결하기
과학이 인권에 도움이 된 사례 찾기, 과학 인권 교과서 다시 쓰기
청소년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바탕으로 입법 제안서 작성 및 발표
AI 역사 탐구_ChatGPT를 활용한 자료 탐색 및 토론 준비
다양한 증명법, 알고리즘, 순서도 학습
AI 기술을 사용한 제품 조사 및 발표
모듈 주제와 함께 그래프, 논리, 기하 추론 및 해석 연습
모듈별 교육과정보고서는 100쪽이 넘는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교과별로 15~18시간 동안 학생들과 무엇을 어떻게 배울 것인지,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디자인된 교수학습 과정은 익혀야 하는 영역을 놓치지 않고 학생들의 역량을 차근히 성장시킬 수 있길 바라는 코칭교사들의 정성이 담겨있다.
“ ‘여기에서는 어떤 궁금증이 생길까?' 먼저 고민해 보고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해 본다. (코칭교사 B)”
“‘사회'를 잘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 학생들이 느끼고 실제 삶에 녹아들 수 있게 고민하고 수업을 계획한다. (코칭교사 C)”
수업 속에는 생각하는 법, 읽고/쓰고/말하는 법, 세상을 읽는 방법,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는 방법 그리고 그것을 나와 세상에 적용하고 활용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담겨있다. 참고로 영어와 수학은 수준에 따라 반을 나눠 진행하며, 수업에 따라 현장실습을 진행하기도 한다. 학생들의 시간이 얼마나 알차게 채워지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면 거꾸로캠퍼스의 교육과정보고서 열람을 요청해 보길 권한다.
*다음 글에서는 학교는 어떻게 협력의 중심지가 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