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지속 가능 발전 목표: 쓸모 있는 고민과 배움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는 UN회원국이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합의한 17가지 목표이다.
지속가능발전이란, 지금 우리가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우리 후손들이 누려야 할 자원(문자 그대로의 자원뿐만이 아니라, 삶에 필요한 물과 공기, 숲 등을 포괄적으로 포함한 환경)을 무분별하게 당겨 쓰거나 훼손하지는 말자는 의미이다.
출처: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빈곤/기아 퇴치, 환경보호만을 일방적으로 주장하지 않는다. 경제 발전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추구하는 개념으로, '경제개발이 곧 환경보호'이자 '환경보호가 곧 경제개발'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이 17가지 목표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하나의 목표 성취를 위해 수행한 행동은 다른 목표 달성에 유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회/경제/환경이 균형 있게,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7가지 SDGs 목표는 큰 틀에서 보면 5가지로 구분된다.
거꾸로캠퍼스에서는 지속가능발전목표 중 하나를 주제로 정해 수업을 진행한다. 모듈(module)로 불리는 교과 단위는 한 학기에 2번, 즉 1년에 4번 진행된다. 모듈 진행을 위해 SDGs를 크게 4가지로 분류한다. 사회발전(사람), 경제발전(번영), 환경보호(지구환경), 평화와 협력. 결국 1년 동안 네 가지 큰 주제를 한 번씩 경험한다. 서로 다른 주제의 큰 틀을 경험하면서 무엇을 중요하게 고려하고 생각해야 하는지, 접근법의 차이는 무엇인지, 세상을 이해하고 배우는 방법의 차이를 익힌다.
SDGs는 사실 굉장히 심오한 주제이다. 17가지 주제가 있다고 하지만 그 속으로 들어가며 169가지 세부 목표가 정해져 있다. 그래서 한 영역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주제를 선정할 것인지는 결국 ‘시의성’과 ‘필요성’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지금 이 시기에 필요한, 가장 활발히 논의할 수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코칭교사들은 함께 고민하고 토론한다.
모듈 주제 선정은 보통 다음 모듈 한 달 전쯤 이뤄진다. 2023년 3 모듈 주제인 기후위기는 6월 말~7월 초쯤 결정되었다. 이례적으로 더운 날씨가 일찍 시작된 후 오래 지속되었기에 기후위기를 주제로 다루기 적절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이전 주제들도 비슷한 맥락으로 선정되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시즌에는 스포츠가 주제였고, ChatGPT가 세상을 흔든 2023년 봄에는 ‘인공지능과 일자리’가 주제로 정해졌다.
주어진 주제 속에서 학생들은 직접 문제를 탐색하는 방법을 배운다. 사람, 경제발전, 지구환경 보호, 평화와 협력은 아주 크고 무거운 주제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기에, 주제 속으로 한 발짝 더 들어간다. 즉, 얘기할 수 있는 내용을 세분화한다.
2023년 1 모듈의 주제인 청소년 인권은 'SDG16. 평화/정의/강력한 제도'에 속하는 내용이다. 모듈의 목표는 '청소년 인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권 감수성을 갖고 인권 실현을 위해 노력한다.'이다. 과연 무엇을 생각하고 배울 수 있을까? 세부 교과과정 연결은 그 내용이 더 방대하기에 다음 글에서 별도로 다루고, 지금은 주제중심 프로젝트에서 학생 스스로 찾은 문제와 해결책을 살펴본다.
'협력적 문제해결능력'과 '학습과 삶에서의 자기 주도성'은 거꾸로캠퍼스에서 기르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역량이다. 이 역량 개발에 최적화된 방법을 '프로젝트 학습'이기 때문에 거꾸로캠퍼스에서는 다양한 프로젝트 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주제중심 프로젝트 수업은 나의 생각을 팀원들과 공유하며 함께 문제를 탐색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시간이다.
모듈 주제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얘기해 보고, 팀별로 탐구할 주제를 정한다. 팀 주제는 모듈 주제와 깊이 연관되어야 하며, 자신들이 탐색한 문제를 뒷받침할 근거 자료는 학생들 스스로 찾는다. on-off 구분 없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필요한 경우 현장 방문과 인터뷰도 진행한다. 문제라고 여긴 소주제를 언급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천할 수 있는 해결책도 함께 고민한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공유한다. 여러 단계를 거쳐 생각의 깊이를 더하고 실천을 이어갈 수 있는 연습을 하는 시간이다.
다음은 학생들이 팀별로 고민해서 찾은 청소년인권에 관한 소주제이다.
학생들이 찾은 주제는 지금 우리 현실에서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다. 문제는 누군가가 문제로 인식하고 사람들의 입에 올리기 전까지는 방치된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만이 창의성이 아니다. 현재 알고 있는 것들을 다르게 보고 변화를 시도할 생각을 하는 것에서 창의성은 시작된다.
기본적인 주제 중심 프로젝트 진행 단계는 우선 팀별 소주제에 사용되는 단어 및 개념의 정의를 확인하고, 관련된 사람은 누구이고 어떤 연관이 있는지 그 근거를 조사한다. 그리고 팀 소주제를 통해 주장하고 싶은 '최종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팀원들이 함께 찾는다. 정보 탐색과정에는 좋은 자료가 무엇이고, 어떻게 그런 자료를 찾을 수 있는지 방법을 연습한다. 자료가 충분히 수집되면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을 위한 로직트리를 만들고 팀원과 친구들, 코칭교사의 피드백을 받으며 내용을 정돈하고 확장한다. 관련 장소에 현장 답사도 진행하며, 사람/단체를 만나 인터뷰도 진행한다. 중간중간 팀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방향성이 맞는지는 수시로 체크한다.
이렇게 진행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된다. 글, 그림, 영상 등의 표현방식을 연습하고 전달력의 차이를 학생들 스스로 이해하게 한다. 청소년 인권과 관련된 주제의 결과물은 '청소년인권 증진을 위한 숏다큐 만들기'였다. e-book의 내용을 단순히 영상으로 옮기는 팀도 있었고, 숏다큐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형태에 충실하게 변형해서 제작한 팀도 있었다. 이 모든 내용은 발표 시간을 통해 공유하고 생각을 나눈다.
정답이 정해진 주어진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닌, 세상 속에 방치된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시간.
누군가가 풀라고 낸 문제가 아닌 학생 스스로 찾아낸 문제이기에 주도적으로 방법과 해결책을 찾는다. 언제든지 진행이 막히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코칭교사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의자에 앉아서 검색으로 찾는 내용에 안주하지 않고, 그와 관련된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이것이 정말 문제인지, 그리고 간과한 부분은 없는지 탐색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토론하고 생각한다. 생각을 공유할수록 그 내용은 확장되고, 깊어진다.
나의 학창 시절은 주어진 문제만을 풀던 시간이었다. 문제를 탐색해 본 적이 없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떠한가?
지금 여기 스스로 사회의 문제를 찾는 연습을 하는 학생들이 있다. 그리고 실천 가능한 해결책을 찾는 노력도 함께 한다. 학교라는 안전한 울타리 속에서 마음껏 연습한다. 내 목소리를 내고 친구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학생들의 프로젝트 결과 일부는 아래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