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란한 여자

by starka

7.


인간 외의 다른 어떤 생물이 '키스'라는 것을 목격한다면 꽤나 놀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전은 '성애의 표현으로 상대방의 입에 자신의 입을 맞춤'이라는 함축적인 해석을 내놓았으나 키스라는 행위는 때로는 깃털보다 가벼울 수도, 어떤 때는 성애라는 표현이 담지 못할 정도로 지독하게 농밀한 행위일 수 있다.


입이라는 기관이 아이러니하게도 신체에서 가장 은밀하고도 성스러운 부위일 수 있다는 것에 두 가지 근거를 댈 수 있겠다.


1. 영양분을 섭취함으로써-보편적으로 접근했을 때-생명을 유지한다.

2.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함으로써-물론 보편적으로-관계를 맺거나 유지한다.


생명 유지의 지대한 공헌을 하는 입장에서 보았을 때 입은 분명 성스럽다고 말할 만하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관점에 입각하여 바라볼 때도 입이 관계를 형성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겉으로 드러나 있는 그 기관이 관계를 좌우할 만한 검지 손가락 크기의 '붉은 것'을 감추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충분히 은밀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크기에 비해 강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그 '붉은 것'들의 결합이야 말로 키스라는 행위를 지독하게 깊은 행위로 보이게끔 하는 것이 아닐까.(심지어 '붉은 것'은 예민해서 작은 상처도 허락하지 않을 만큼 민감하다. 그만큼 빨리 낫는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무슨 생각해?"


그녀의 한마디가 나를 현실세계로 끄집어냈다.


"응?"


엉거주춤하게 대답한 나는 그녀와 내가 마치 오래된 연인 사이인 듯한 착각을 받았다. 서로의 다리는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게 엉켜있었고, 내 왼손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고 있었다. 오른손은 정수리부터 시작해서 이제 막 쇄골 근처로 내려온 참이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이성이 열심히 일을 하려고 했지만 연하게 짓무른 그녀 입 주변의 립스틱 자국을 보니 참을 수가 없어졌다. 다시 주둥이를 내밀어 포개려는 순간 내 안의 무엇인가가 뒷덜미를 잡아챘다. 이성의 마지막 발악이었던가. 그 때문에 정신이 번쩍 난 나는 서둘러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여기가 어디지?'


-아까 그 술집 옆에서 500m 정도 떨어진 모텔.


'내가 왜 여깄지?'


-취해서.


'그럼 얘는?'


-살짝 기분이 좋아 보이는 정도? 전혀 취해 보이지 않는 걸.


'내가 지금 범죄 저지르고 있는 건가?'


-글쎄?


아까까지는 희미했던 기억들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하며 약간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소개팅 첫날만에 술을 마시고는 모텔이라니! 인생을 깨끗하게 살았다고 자신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더럽지는 않다고 가끔 자위하는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러면서 인터넷에서 보았던 '꽃뱀', '성폭행' 따위의 일화가 머릿속에 스쳤다.


"왜?"


"아니 그냥."


재촉하는듯한 물음에 당황해서 얼버무리려 했지만 몸을 맞대고 있었기 때문일까, 그녀가 정곡을 찔렀다.


"너 기억 안 나지?"


"어. 아니 내가 술을 좀 많이 마셨나. 그런 게 아니고..."


"어쩐지 무리하는 듯하더니. 지금 몇 신지는 알아?"


고개를 돌려보니 모텔 전화기 옆에 놓인 탁상시계가 00시 24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네가 하도 '어른의 세계' 어쩌고 하길래 데려왔더니 순 애였잖아? 돈은 내가 냈으니 안심해. 네가 술 값 냈으니 퉁치지 뭐."


마치 내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처럼 하는 대답에 말 그대로 안심을 했다가 이내 부끄러워졌다.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니 잊혔던 기억이 살아나면서 상황 파악이 되기 시작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문란한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