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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리 불안한 날

모두가 나를 미워한다고 생각하는 날

by 껌딱지

유달리 그런 날이 있다.

타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 신경 쓰여 숨소리조차 내기 힘든 날.

정말 아무 이유 없이 모두가 날 미워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나 모르게 뒤에서 본인들끼리 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만 같은, 모든 것에 예민해지는 날이 있다.


난 평소에 단순 수다용 사내메신저 사용을 좋아하지 않는다.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산책하는 것도 즐기지 않는 편이다. 회사에서는 최대한 나 혼자 있으려고 애를 쓰는 편인데, 모두가 나를 미워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날이면, 혼자 있는 그 시간이 너무 불안하고 무기력해져서 1분 1초가 매우 늦게 흐르는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기분이 드는 날에도 나는 선뜻 동료들에게 연락을 해 수다를 떨거나, 산책을 함께 하자고 권유하지 않는다. 나의 마음이 불안한 것보다, 또다시 불필요한 감정소모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더 불편하기 때문인 것 같다.


마음을 불안한데, 동료들과 함께 산책을 하거나, 수다를 떨거나 하는 건 하기 싫고...

그런 내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내가 가지는 불안함은 자업자득이라 생각하면서도 하루 종일 미세하게 콩닥거리는 가슴이 물 한 모금, 키보드 타이핑 한 글자, 서류 1장 쉽사리 넘어가지도 보지도 못하게 한다.


아, 그렇다고 회사동료들과 사이가 안 좋은 건 아니다. 사내 연수를 떠나면 하루 종일 수다 떨 동료도 있고 일적으로 고민 있을 때 같이 의논할 동료들도 있다. 필요한 만큼, 가끔 필요이상만큼 의지가 되어주는 동료들이 있는데 이상하게 '일' 넘어선 단순 일상대화를, 그 어떤 방법으로도 평소에 하기가 싫다.


그러면서 불안해 하기는 왜 불안해하는지

왜 친함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지. 그런데 왜 또 행동은 안 하는지


스스로도 정말 이해할 수 있는 이 시기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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