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찌된 일인지 스트레스 하나 없이 정시에 퇴근한 평범한 하루였다. 기분 좋게 남편과 밥을 먹고 우리고양이들의 고로롱(*고양이들이 기분좋을 때 내는 소리)를 들으며 오랜만에 TV프로그램을 시청했다. 그리고 밤 10시, 남편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며 천천히 꿈의 나라로 항했다. 더할나위 없이 평온했고 최근들어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 이런 날은 꿈을 안 꾸거나 꿈속에서조차 평안해야하는게 아닌가 싶지만 나는 그날 2022년 최고의 악몽을 꾸게 되었다.
꿈 속에서 나는 친구와 함께 높은 빌딩에서 비행기 프로펠러에 묶인 밧줄에 오르는 체험을 했다.
안전요원은 무조건 안전하다며 안심시켰고 친구가 먼저 그 체험을 시작했지만 체험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프로펠라가 오작동을 일으켰고 내 친구는 밧줄에 꽁꽁 묶인채 아슬아슬하게 프로펠러 끝에 매달려 있었다. 안전요원은 나에게 다가오지 말라며 큰소리를 치며 본인들이 전문가이니 알아서 하겠다고 외쳤다. 하지만 프로펠러가 부서지면서 내 친구는 그대로 추락했고 즉사했다. 1층으로 급하게 뛰어내려갔지만 내 친구의 모습은 꿈에서 조차 표현하기 힘들정도로 참혹한 모습이었고 나는 눈물도 흘리지 못한채 사고현장을 수습했다.
친구의 시신에서 잠깐 멀어지려던 순간 친구의 손이 나의 오른쪽 발을 꽉 잡았고 그 느낌은 실제로 누가 발을 잡은 것 마냥 생생했다. 너무 놀라 꿈에서 깨는가 싶었지만 귀가 뚫리고 정신만 돌아올 뿐 눈이 떠지지 않았고 나는 그대로 가위에 눌려 움직이지 못했다. 발 볼이 아플정도로 꽉 잡는 친구의 손을 벗어 날 수 없었고 자고 있는 남편을 깨우기 위해 소리도 질러보았지만 입 밖으로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정말 우연의 일치처럼 우리집 고양이 '아옹이'가 내 얼굴을 핧으며 나는 가위에서 벗어 날 수 있었다.
가위에 몇번 눌린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까지 벗어나기 힘들고 생생했던 적은 처음이었다. 더할나위 없이 평온하고 행복했던 오늘 나는 왜 이런 악몽을 꾼 것일까? 네x버에 꿈 내용의 키워드를 검색해서 해몽을 해보았지만 대부분의 해몽에서 '누군가 죽는 꿈'은 나에게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길몽이라 설명되어있었고 이와 함께 꿈은 무의식의 표현이라는 간단한 문구가 적혀있었다.
꿈은 무의식의 표현이다.
최근에 상담심리이론과 관련된 책을 본적이 있다. 꿈이라는 무의식과 관련된 대표적인 이론 2가지가 있는데 프로이드의 정신분석이론과 융의 분석심리 이론이 있었다. 프로이드는 어릴적 성적본능에너지(리비도)가 충족 되지 않으면 성장과정에서 퇴행이나 고착이 오게 되고 이것이 무의식 속에 있다가 꿈이라는 것을 통해서 의식으로 떠올라 우리를 의식하게 만들며 경고나 메세지를 전달 한다고 한다. 반면 융의 정신분석이론에서는 꿈은 내담자의 부적응적현상의 진단과 치료의 중요한 단서라고 말하며 반복되는 꿈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피하지말고 의식적으로 직시함으로써 자기실현을 통해 부적응적현상을 치료한다고 말한다.
내가 정확히 해석하고 이해한 것이 맞는지는 확신할 수는 없지만 프로이드와 융의 말을 종합해보면 결국 꿈이라는 것은 과거에 충족되지 못한 욕구나 공포가 꿈으로 나타나 부적응현상을 유발하는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그렇다면 내가 꾼 악몽은 나의 과거의 무엇이 발현된 것일까? 무엇의 발현이기에 이토록 공포스럽고 아프게 나의 꿈에 나타났을까? 혹자들은 낮 동안 활발하게 움직였던 뇌가 가수면상태에 들어가면서 여전히 활발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그것이 꿈을 꾼다고 말하기도 한다. 만약 그렇다면 평안과 행복으로 시작됐던 하루를 다시 되돌아 볼 수 있는 꿈을 꿔야하는 것이 아닐까? 결국 나는 1시간 남짓 꿔버린 무서운 꿈 때문에 오늘 하루를 공포스럽게 마무리 하게 되었다.
아직도 여전히 왜 무서운 꿈을 꾸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무서운 꿈을 꾼 그 다음날은 한번 더 주위를 살피고 조심하려 애쓰고 있다. 무의식의 발현이던, 렘수면 상태이던 공포스러운 꿈을 꿨다는 것 자체가 매우 찝찝하기 때문이다. 그런의미에서 본다면 무서운 꿈은 어쩌면 평화롭게 혹은 평범하게 살아가던 일상에서 방심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 메세지가 아닐까?
가끔 미스테리한 이야기를 다루는 TV프로그램을 보면 꿈을 통해 사고를 방지하거나, 죽음을 면하거나 하는 사례가 종종 등장한다. 그것의 진위여부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무서운 꿈을 꾼 날, 삶의 약간의 조심성을 한 스푼 더하는 것으로 무서운 꿈을 꾸는 이유를 조금은 스스로에게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며 오늘은 무서운꿈을 꾸지 않기를 소원하며 잠을 청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