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상담이야기
창원**새로일하기센터에서 취업교육담당자로서 첫 강의를 위해 강단 앞에 섰던 날, 10명 남짓한 교육생들은 반드시 취업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보단 '이거 듣고 취업이 되겠어?'라는 반신반의한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중 가장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던 20대 후반의 여자 교육생이 있었는데, 그 교육생이 내가 취업교육담당자로서 처음으로 상담하고 취업까지 연계한 '9년 차 공무원 준비생'이었다.
그녀의 고민과 현재 상황은 아래와 같았다.
1. 대학교 2학년, 21살 때부터 공무원 준비를 했고 현재 9년 차가 되었음
2. 공무원 준비만 했기 때문에 그 흔한 영어점수(토익 등), 아르바이트, 봉사활동 등 대외경험 없음
3. 올해를 끝으로 공무원 시험을 마무리하고 지역 내 중소기업 사무직 또는 서비스직 취업희망
4. 개인 취업 성향 파악 및 진로상담,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작성 지원을 원함
5. 향후 면접 시 '공무원 준비를 왜 그만두셨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두려움 극복
나도 1년 정도 서울 대방동-노량진에서 공무원 준비를 해봤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공무원 준비생들이 있는지, 또 공무원 준비를 오랫동안 한 사람(=장수생)들이 왜 쉽사리 포기하지 못하는지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 장수생들의 경우 처음 1~2년은 조금만 하면 될 것 같은 마음에 포기하지 못하고 공부를 이어나가다 5년, 6년이 되면 '이제 와서 무엇을 내가 할 수 있을까, 남들 취업 준비할 동안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는데'라는 생각'으로 아닌 걸 알면서도 공무원 준비를 포기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다 문득 정신 차리면 20,30대 청춘이 서울 노량진 바닥에 파묻혀 버린 후였고 앞으로의 삶을 생각하면 답답함에 가슴이 조여온다는 말을 자주 들었었다.
그래서 그녀가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꽤 많은 용기가 필요했음을 가슴속 깊이 헤아릴 수 있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위해 취업연계 및 성공을 위한 계획을 세웠다.
첫 번째, 2회 이상 진로상담 및 개인 취업 성향 파악 진행
두 번째, 고등학교 ~ 대학교 졸업까지 조별 활동, 과제 수행과 같은 학교생활 파악
세 번째, 관내 중소기업 주 업종 및 서비스직 종류 안내, 파악, 선택
네 번째, 희망직종 관련 모의 면접 실시
우선 진로상담 및 개인 취업 성향 파악을 진행해야 했는데 수업의 특성상 교육 중간에 따로 나와서 상담을 진행해야 하다 보니 시간과 깊이가 많이 부족했다.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사무직이라도 어떤 직종의 사무직이, 서비스 직이라도 어떤 형태의 업무가 성향에 적합한지 유추할 수가 있는데 현 상태로는 파악하기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첫날 수업 '나는 누구인가?'에 사용했던 MBTI 검사지를 조금 더 면밀하게 해석했다. 단순 내향, 외향을 떠나서 3차 기능과 부기능은 무엇인지까지 파악함에 따라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더 받는지 혹은 어떤 형태의 일을 선호하는지를 알 수 있었고 그것을 기반으로 재 상담을 실시한 결과 조금 더 정밀하게 그녀의 진로와 개인 취업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그 이후에는 현재 취업알선을 희망하는 사무직 및 서비직에 사용할 공통양식(or 자사양식) 이력서, 자기소개서 작성을 진행했다. 앞선 MBTI를 활용한 상담에서 내향형(I) 이긴 하나 감정형(F)를 같이 가지고 있어 사람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개별 업무보단 업무를 공유하는 일 또는 내방 고객을 안내하며 할 수 있는 서비스 사무직 관련 직무로 방향을 잡고 자기소개서 작성을 시작했다. 관련 경험은 경우 9년간에 어떠한 사회활동 경험도 없었기에 고등학교~대학교 생활 내 조별 활동 또는 팀원 활동 등을 파악했다.
물론 자기소개서의 기본 원칙은 최근 경험 즉 1년 이내의 관련 경험을 자기소개서 질문에 맞춰 적는 것이지만 9년간의 공백에서는 불가능했기에 최대 고등학교까지의 경험을 끌고 와 작성해야 했다.
간혹 차라리 비우는 게 낫지 않냐는 질문도 받았지만, 절대로 자기소개서에서 빈 문항은 있을 수 없다. 먼 과거라 할지라도 직무에 필요한 능력을 발휘했던 경험이 있다면 반드시 적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2시간 정도의 모의면접을 실시했다. 그리고 그녀가 가장 걱정했던 질문 리스트를 뽑았다.
' 공무원 준비를 9년 동안 했는데 왜 그만두셨나요?'
' 끝까지 하지 못한 것이면 결국 끈기가 없는 것이 아닌가요?'
' 나중에 맡은 직무가 너무 어렵거나 안 맞으면 바로 포기하시는 것 아닌가요?'
이러한 질문을 하는 면접관의 의도는 결국 '우리 회사에 잘 적응하겠느냐?', ' 우리 회사에 오래 다닐 수 있겠느냐?'를 알고자 함이기에 답변의 초점을 공무원 준비를 9년이나 했지만 결국 포기했다는 것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한 가지의 일을, 특히 공부라는 고독한 나와의 싸움을 9년이나 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준비했다. 그리고 포기할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하다는 것을 마지막 포인트로 더 추가하여 질문에 대한 댭변을 마무리하였다.
그렇게 5일간의 취업교육 프로그램을 마치고 3~4번의 취업연계(=알선)와 추가 상담을 진행했다. 마침내 그녀의 용기는 빛을 보았고 그녀는 성향과 희망 사항에 만족하는 병원 원무과 쪽으로 취업에 성공하였다.
그녀와의 만남은 직업상담사로서 나에게 '스펙이 없는 사람은 있어도 경험이 없는 사람은 절대 없다.'라는 직업관을 정립해 준 귀중한 상담 케이스가 되었고 향후 직업상담에 많은 응원이 되어주었다.
- 스펙이없어요 : case1.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