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두번째 상담이야기
창원**새로 일하기 센터(=새일센터)는 경력단절 여성들이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었기에
주 고객이 30대 이상의 경력단절 여성이었다. 짧게는 2년에서 많게는 18년까지도 경력단절이 된 경우가 많았다.
경력단절이 된 이유는 대부분 비슷했다.
'첫째만 키우고 취업하려 했는데 둘째가 생겨서'
'애기 낳은 김에 저도 좀 쉬고 싶어서'
'엄마가 24개월(2년)은 키워야 정서발달에 좋다고 해서'
'애기를 따로 돌봐주거나 키워줄 사람이 없어서'
'남편이 돈 벌어다 줄 테니 쉬라고 해서 '
'아무 생각 없이 자식만 키우다 보니 어느 순간 이렇게 시간이 흘러서'
어떤 이유에서건 육아에 전념하여 엄마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던 시간들이
자녀가 자라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취업에 걸림돌이 된 '경력단절'의 시간으로 변해버렸다.
왜 경력단절에 취업에 걸림돌이 될까?
내가 새일센터에서 일하며 만난 관내 중소, 중견기업 사장님들, 서비스직 사장님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감을 잃어버렸잖아요. 처음부터 열까지 어떻게 하나씩 가르칩니까?'
'아기가 있잖아요, 일하다가 아기 아프다고 뛰어가고 연차, 외출 자주 쓰면 일은 누가 합니까?'
대기업, 공기업이 아닌 이상 신입사원 교육은 드물고, 대다수 기업들은 현장에 '바로' 투입되어 '당장' 일할 사람을 찾는데 경력단절 여성은 거기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거기다 아기까지 어리면 병치레가 많아 연차, 외출 사용이 잦고 공백이 생겨 업무에 지장을 준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때마다 사장님들께 '반은 맞을 수도 있지만 반은 무조건 틀렸습니다.'라고 말했다.
업무에 감을 찾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고, 연차, 외출 사용이 잦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회사에 첫 출근을 하면 적응 기간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그 적응 기간 안에는 업무 인수인계 시간도 필요하고 회사의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그 시간을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 이지 경력단절 여성이라고 무조건 감이 없고 같이 일하기 불편한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다.
또한 연차, 외출 사용이 잦을 수 있다. 하지만 100% 개근한다고 일 잘하는 사람인가? 연차, 외출 사용을 한 번도 안 하면 일 잘하고 역량이 뛰어난 사람인가? 그저 사장님이 돈을 주는 사람으로서 일 안 하고 유급 급여를 줘야 하는 게 그냥 싫고 아깝다고 생각하는 거 아닌가? 당장 일을 시키고 결괏값을 얻어야 하는데 자리를 비워서 본인이 답답해서 그런 것 아닌가? 가슴의 손을 얻고 잘 생각해 보시라고 말한다.
연차의 사용은 지극히 개인의 역량이다. 업무가 많은 상태에게 아기가 아파 그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갔을 때 가장 불안하고 찝찝한 것은 사장님이 아니라 직원 본인이다. 책임감 있는 직원이라면 아기가 아파도, 연월차 사용이 잦아도 맡은 바 업무를 제시간 안에 반드시 끝낼 것이다. 사장님이 해야 되는 일은 그 기간 동안 조용히 기다려 주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장님들께 너무 공격적이지 않았나 싶지만, 지나친 오해와 편견으로 능력 있는 여성들이, 일이 필요한 여성들이 취업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너무 화가 났었다. 그리고 어쩌면 나의 미래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어필하고 바로잡으려 노력했던 것 같다.
이번에 찾아온 구직자는 경력단절 12년 차 아이 둘 엄마였다. 경력단절이 오래되어 지원서를 넣어도 계속
떨어지고 설령 면접을 가도 아기 엄마라고 하면 사장님들의 표정이 좋지 않다고 했다. 모든 이유가 경력단절 때문은 아니겠지만 (서류가 미흡했을 수도 있고, 면접 시 답변이 사장님 마음에 안 들었을 수도 있다.) 분명히 그 이유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보았다.
과거 사무직으로 일했던 그녀는 다시 일하기 위해 컴퓨터 활용능력 2급, 워드프로세서, ITQ MASTER 자격증도 취득했다. 컴퓨터로 하는 일이 많을 것이기에 미리 감을 익히기 위해서라고 했다. 자녀도 10살, 12살이라서 09~18시까지 근무가 가능했고 야근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 남편과 스케줄 조정으로 충분히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매우 간절했다. 그 이유가 돈이건, 개인적인 이유이건 취업이 간절했고 열심히 하려는 마음가짐이 충분해 보였다.
진로를 고민하고, 나에게 맞는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요즘 청년'들보다 다른 의미로 '취업' 자체에 대해서 더 간절하고 원하고 있었다. 사장님들 입장에서도 이토록 간절한 사람을 직원으로 고용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사장님들이 원하는 대로 쉽게 그만두지 않고 열심히 일하며, 최선을 다해 맡은 바 업무에 책임을 다할 테니 말이다.
※ case 2-1. 경력단절 12년 차, 아이 둘 엄마에서 계속>> 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