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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껌딱지 Sep 12. 2023

[직업상담이야기] case 4. 군대 전역이후의 계획

좋아하는 일보다 참을수 있는 일

청년***프렌즈에서 근무할 때  군인들의 진로상담 신청 건 수가 급증한 적이 있다.  하루에 적게는 2건에서 많게는 4건까지 신청이 들어왔었다. 1일 최대 상담가능 건수가 7건 정도인데 이는 30~60%정도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대다수 신청사유는 군 전역이후의 진로 상담이었는데,  신청 당일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이상하게 빨리 끝내고 싶어하는 모습이 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상담신청하신 다른이유가 있나요?' 라고 물으니  '사실 진로상담 확인증을 군 부대에 제출하면 1일 휴가를 받을 수 있어서요.' 라고 말끝을 흐렸다. 헛웃음이 나왔지만 군인에게 '휴가'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알고 있기에  별 말 없이 5분만의 상담을 종료하고 확인증을 발급해 주었었다. 한동안 이러한 현상은 지속되었다. '진로상담확인증 발급가능 센터'라 소문이 났는지 동일 부대 휴가자들이 진로상담을 여럿신청했고 처음엔 좋은 마음으로 5분 상담 후 확인증을 발급해 주었으나 취업시즌이 시작되면서 실제로 취업,진로상담이 필요한 취업준비생들의 상담이 어렵게 되면서  결국 '진로상담확인증 발급 불가' 안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확인증발급 불가 안내 이후에는 군인들의 진로상담 신청이 뚝 끊겼다. 그러던 중 말년휴가를 나온 군인 한명이 전화로 진로상담을 신청했다. 홈페이지 안내문구를 보지 못한 것 같아 '진로상담확인증 발급이 되지 않는데 괜찮으세요?'라고 물으니 '상관없는데요, 저는 상담이 필요한건데요.' 라는 것이 아닌가?  그 말이 왜 그렇게 설레이던지


바로 날짜와 시간을 잡고 그 날만 기다렸다. (*아직도 왜 그렇게 설레였는지 잘모르겠다. 대체 뭐였을까......) 


반듯하게 다려진 군복을 입고 내방한 그는 매우 호감형이었다.  갑자기 무슨 소리인지 의아스러울 수 있겠지만 정말 그랬다. 반듯한 머리에, 정돈된 눈썹, 깨끗하게  면도한 턱, 여드름 하나없는 피부 그리고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 


본인 스스로를 이렇게 관리하는 사람이라면 오늘 상담의 목적이 분명할 것이고 나는 그 목적을 달성하는데 반드시 일조(?)해야 겠다 다짐하며 상담을 시작했다.


그는 4년제 대학 휴학중, 전기전자공학부, 3학년으로 복학예정이었다. 재학생 시절 아무리 생각해도 본인이 하고 싶은일이 무엇인지, 학과 관련 직업전망이 좋은지, 나쁜지 판단이 서지않아 갑작스레 휴학을 결정했고 군대라도 빨리 마치고자 바로 군 입대를 했다고 했다. 군대에서도 진로고민은 여전했고 그냥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워  컴퓨터활용능력2급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그 뒤론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가만히 있었다고 했다. 


그의 고민은 단호했다.


"저는 오늘 저의 진로를 결정하고 싶어요." 



역시 나의 예상이 맞았다. 상담목적이 매우 분명했고 상담을 통해 본인의 고민을 완벽히 해결하고자 하는 그를 보며 단시간에 방향성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1. 직업과 진로의 차이점 정확히 인식하기


2.취업 vs 경험 사이 우선순위 정하기


3.취업을 위한 기본세팅 값 확인하기


4. 직업가치관 파악하기 


 본격적인 상담을 진행하기 전 '진로' 상담 자체는 내담자의 '결정'을 대신해주는 것이 아닌 내담자가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길'을 제안하는 것임을 설명하고 이에 이해를 구했다.  답답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가나 세상의 모든 상담이 그렇 듯 '객관적인 문제'가 있어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 아닌 이상 정확한 답을 내려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그가 정확하게 직업을 가지고 싶은지, 진로를 탐색하기 위한 시간을 가지고 싶은지를 확인했다. 많은 내담자들이 '진로상담'을 신청해서 오지만 막상 상담을 해보면 대다수 '취업' 또는 '스펙' 상담인 경우가 대다수이다. 이는 직업과 진로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선 ①'직업'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적성'과 '능력'을 이용해  일을 수행 한 후 댓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을 말하고 ②'진로'는 개인의 전 생애(직업준비기간~은퇴이후) 걸쳐 '일'과 관련된 모든 행위의 총체로 교육, 자기계발, 봉사활동 등을 포함하는 것이다. 


다시말해 '진로'를 정한다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을 결정하는 '직업'과는 달리 '어떤경험을 해야하는가?'를  결정해야한다.  그리고 그 경험이  나의 '적성'과 '능력'을 파악하여 '직업'선택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필자를 예로 들면 필자의  직업은 '직업상담사'는 이지만 진로는 '직업상담이라는 경험을 통해  어떤 직업상담사가 되고싶은지(청소년 진로상담사, 대학원진학원 후 직업진로 상담교사 등)'이라고  볼 수 있다.


해당부분을 설명한 후 상담을 진행한 결과 그는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살려 공기업, 대기업 쪽으로 취업을 하고 싶으며 취업을 위한 기본적인 스펙이 무엇이 필요한지 상담을 통해 정확히 알고 싶어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포인트는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찾을 것이냐 이다. 매우 애매한 부분이였다. 왜냐하면 공기업, 대기업 채용직군은 '행정'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관련학과 전공생이 지원할 수있는 전문직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즉 관련 전공이 아니면 아무리 내가 그 일을 심적으로 좋아한다고 해도 자격을 갖출때 까지 시간이 필요하거나 애초에 지원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① 학과 전공을 살리고 싶은지  ② 해당 전공을 포기하고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싶은지 를 물어보았다. 


그는 '2년동안 배운것이 아깝기도 하고, 이제와서 다른 전공으로 가는 것도 시간낭비인것 같고, 그렇다고 내가 지금 하는 전공 공부가 엄청 재미있는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3학년말, 4학년 초에는 꼭  취업을 해아한다.'고 했다. 아마 대한민국 대학생들이 가지는 보편적인 고민이 아닐까 싶다. 점수 맞춰왔거나, 고등학교 계열에 맞춰왔다면 1~2년 정도 학교를 다녀보고 '이것이 맞나' 싶은 고민이 엄청나게 드는 순간이 있으니 말이다.


이럴 때에는 '좋아하는 것'에 포인트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참을 수 있는 것'에 포인트를 맞춰야한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것은 너무 포괄적이고 경험이 필요한 일이기에 시간이 많이  소요 된다. 그런데  좋아하는 것을 탐색할 시간이 없다면 지금 하는 공부가 미친듯이 싫지 않고 어느정도 참을 수 있다면 해당 전공을 살려 '원하는' 공기업,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현 상황에서는 최선의 방법임을 조심스레 전했다. 그리고 나의 경험을 예로 들며 개인이 의지만 있다면 취업 후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생겼을 때 진로를 위한 경험을 충분히 해 볼 수 있으니 당장의 선택이 앞으로의 모든 인생을 결정짓는 것이 아님을 당부했다. 


그 이후에는 공기업, 대기업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의 기본세팅 값을 설명했다. 보통 일선의 취업관련 전문가들이 말하는 기본값은 한국사능력검정시험 3급이상, 컴퓨터활용능력 2급, 토익700이상, 전공 관련 자격증 2개, 대외활동 2~3개(방학활용)이다.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전문가들 마다 견해차이는 있다.)  


마지막으로  향후 진로 탐색과 직업선택에 꼭 필요한 직업가치관을 설정할 수 있도록 도왔다. 앞서 말했듯이 직업 가기관은 직업+가치관(삶에대한 근본적인 태도, 중요하게 여기는가치) 합성어로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생겼을 때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도록 기초를 닦아놓는 과정이다. 직업가치관이 분명해 진다면 진로 탐색에 확실하게 도움이 될 것이다.


상담은 약 2시간 정도 이루어졌고 다행히 내담자는 상담신청의 목표를 달성했다며 만족스러움을 전했다.


이번 상담은 정말 어려운 케이스였다. 사실 모든 일은 직접경험해 보지 않는 이상 내가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를 명확하게 알수 없고 설령 좋아했던 것도 '직업'으로써 만나게 되면 싫어지게 되는 경우도 많기에 '경험'이란 베이스없이 내담자가 이해할 만한 답(?)을 내놓기란 어지간히 쉬운일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MBTI 성격유형검사를 사용하지 않았다. 지금 내담자에는 개인의 성격을 파악하는것 보단 '취업'이 더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이번상담의 주제가 저는 앞으로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할까요? 가 였다면 MBTI검사를 실시한 후 유형별 직업군을 공유하고 8가지 유형에 따른 개인의 강점, 약점을 설명하며 조금 더 디테일한 상담을 이끌어 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부족함이 많이 느껴져 더 열심히 공부해야 겠다고 다짐했다. 


그래도 다행히 내담자는 심적인 만족을 얻었고 훗날 스스로에게 여유가 찾아올 때 다시한번 진로 상담할 것을 약속하며 인사를 전했다.


만약에 당신이 지금 앞으로의 직업,진로가 너무 고민이라면 가끔은 '좋아하는 것'을 찾기 보다 '참을 수 있는 것, 싫어하지 않는 것'을 생각해보길 권유한다.  생각의 전환이 답을 줄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상담내용, 시기는 약간의 각색이 있음을 참고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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