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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껌딱지 Sep 24. 2023

[직업상담이야기] case 6. 중소기업
퇴사 희망자

2020년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이직 케이스 상담 신청이 접수되었다.


상담 신청 내용에는 거의 욕(?)이 반이었는데,  처음에는 '왜 욕을 하지?'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정확히 욕이라기보단 어떤 대상을 지칭하는 합성어 이자 줄임 어였다.


그것은 바로 '좃소=좃 같은 중소기업=  몹시 마음에 안 들거나 보기 싫은 중소기업' 이었다.


사실 중소기업, 대기업(파견직), 공공기관 등 종류별로 직장을 다녀본 사람으로서 내담자가 왜 본인이 다니는 회사를 '좃소'라고 표현하는지는 충분히 알고 있다. 열악한 근무환경에, 낮은 연봉(최저시급), 체계 없는 업무 분담, 수당 없는 시간외 근무, 사장님의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그날의 회사 분위기, 출장비 및 유류대 지원 없는 출장 등 직원에게 월급 주기 아까워하는 것 마냥 기본적인 사항조차 지켜지지 않는 중소기업이 생각보다 우리 주위에 너무 많다는 것을 알고 실제로 경험 했기 때문이다.


또 대한민국 근로자들의 분포를 보면 대기업에서 일하는 사람 10%이며  대다수 90%는 중소기업에 일하는데, 중소기업을 낮잡아 부르는 '좃소'라는 말을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직접쓰는 것을 보면 그들의 직업만족도가 얼마나 낮은지 누가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이번 내담자도 현재 직업만족도가 최하위 레벨이었고 중소기업에 퇴사하여 더 근무환경이 좋은 곳, 급여가 더 높은 곳으로 이직을 원했다. 하지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고 심지어 무섭기까지 하다며 빠른 상담을 희망했다. 나는 접수된 바로 다음 날, 오전 10시 첫 시작으로 일정을 조정하여 일정을 잡았고 무거운 표정을 한 내담자를 맞이했다.


사실, 이번 상담의 주제가 '더 높은 곳으로의 이직'이라면 상담의 방향성과 조언은 정해져 있다.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든 일정 규모가 있는 곳으로 이직을 원한다면 신입과 경력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툴은 거의 비슷하다.


토익 700 이상, 컴퓨터 활용능력 1급~2급,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


위 3가지는 나뿐만이 아니라 보통 취업전문가, 취업컨설턴트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소히 말하는  기본 세팅 값으로 반드시 스펙으로 만드는 것을  추천하고 강조한다. 실제로 2022년 하반기 창원 세코에서 열린 채용박람회에 왔던 유명 취업컨설턴트도 위 3가지를 기본 세팅 값으로 강연했었다.  만약에 이 글을 보는 취업 준비생, 이직 준비생이 있다면 꼭 기억하고 기본으로 구성해 놓기를 바란다.


그날 만난 내담자에게도 3가지를 설명하고 준비하기를 권유했었다. 그런데 취업상담사로써 이직을 위한 객관적인 사실을 말하면서도 직장을 다니면서 준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임을 잘 알고 있었다. 솔직히 말이야 쉽지, 하루 종일 회사에 매여있고 스트레스 받는 사람이 자신의 시간을 쪼개서 공부를 한다는 것은 웬만한 의지와 다짐으로 하기 어렵다. 필자도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공부할 당시 군청 사무보조원으로 근무 중이었기에 업무량이 많지 않았음에도  매일 밤 울면서 문제를 풀며 시험을 준비를 했었다.  정말 피곤하고, 안 외워지고, 틀린 거 또 틀리고...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긴 내 인생 최악의 순간 중 하나였다. 


내담자 역시  08시~ 17시 30분까지를 기본 근무로 주 3회 이상 2시간씩 시간외 근무를 했었고 매주 토요일도 나와 업무를 처리해야 했었다. 당연히 일요일에는 녹초가 돼서 쉬거나 한 주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푸느라 바빴고 다시 월요일이 오면 뫼비우스의 띠처럼 영혼 없이 일을 시작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일을 그만두고 이직 준비에  100% 올인한다? 당장의 생계를 감당할 수 없고 내가 성공할 거라는 확신조차 없었기에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또 무엇보다 그런 내담자 스스로의 선택이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을 만들어 버릴까 봐 무섭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가 머리로는 알다시피 앞으로 한 발짝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 한다. 최선을 다한 노력과 결과가 결국 '배신, 실패'이라 할지라도 행동하지 않으면 변하는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경력직으로 이직을 한다고 해도 지원자격의 일정 조건이 있을 수도 있고, 직업계열과 경력을 포기하고 완전한 신입으로 준비를 한다면 더욱이 폭넓은 지원을 위해서라도 공부는 필수로 해야 한다.  


나는 우선. 내담자에게  회사를 다니는 것이 스트레스 인지, 돈을 안 버는 게 스트레스인지를 물었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 쪽을 알아야 공부를 할 수 있는 약간의 에너지라도 만들 수 있기에 해당 부분 파악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내담자는 '돈을 안 버는 게 더 스트레스'라고 답했고 그렇다면 회사를 다니면서 이직을 준비하는 것이 더 내담자에게 맞는 것으로 사료되어 내담자의 상황을 정리하고 긍정적인 부분들을 설명했다.


내담자의 상황

1. 주 6일 근무, 일 8시간 30분 근무, 시간외 근무 2시간

2. 연차 및 업무분야 : 3년 차 품질 및 생산(생산 스케줄 관리 포함)

3. 중견기업 이상, 경력직으로 이직 희망

4. 이직 희망 분야 : 생산직(라인, 조립 포함)



내담자의 상황에서 다행이라 여겼던 부분은 중견기업 이상 생산직으로 이직을 희망한다는 것이었다. 생각 외로 생산직의 경우 지원 자격에 특별한 조건이 없고  대기업의 1차, 2차 협력사에 일한 경우, 특히 대기업 생산공장 내 라인에서 일한 경우에는 면접 시 정확하게 답변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기에 경력직 모집에는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 (*참고: 대기업의 경우 생산공장에 3개의 생산라인이 있으면 생산라인의 일부는 협력사 직원이 상주하며 업무를 보는 곳도 있다.)


내담자의 회사는 대기업의 1차 협력사에 속했고, 대기업 내 생산공장 라인에서 상주하며 근무를 하진 않았지만 여름 성수기 시즌 또는 문제가 있을 시 내방하여 근무를 했었기 때문에 해당 대기업 생산직 채용이 있다면 충분히 이직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무작정 언제 뜰지 모르는 채용공고만 기다리며 일할 수는 없기에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을 제안했다. 


            첫째, 지금 상황에 너무 매몰되지 말 것. 지금 상황에 너무 매몰되어 버리고 부정적인 생각이 깊어지면 한없이 기분  이 다운되기 때문에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를 부탁했다.          

            둘째, 3가지 세팅 값 중에 하나라도 시작할 것. 퇴근이 아무리 늦어도 선택한 한 가지는 10분 이상 보고 취침할 것을 권유했다. 가끔은 변화를 위한 시작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주변이 환기되고 에너지가 생기기 때문에 스트레스 조절에도 도움이 되고 실질적인 이직 준비에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셋째, 취업포털 사이트, 카페 등 주기적으로 확인할 것. 대기업 생산직 공고는 불시에 공개되거나 자체 포털사이트 등에만 게시하는 경우가 있어 희망하는 기업의 채용공고 확인을 위해 관련 사이트의 주기적 확인은 필수였다.          


다행히 나의 말에 귀 기울여준 내담자는 3가지를 꼭 지킬 것을 약속하고 1차 상담을 종료했다. 이후에는 별다른 연락 없이 각자 생활에 충실하다 2020년 2월, 연관 대기업 경력직 생산직 채용에 면접 컨설팅을 요청했다. 정말 다행이었다. 3년의 경력, 내부 생산환경 직접경험 有, 품질 업무까지 볼 수 있는 역량, 면접에서 실수만 없다면 합격할 확률이 높아 보였다. 나는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맥을 동원하고 폭풍 구글 검색과 내가 가진 자료를 종합하여 예상 면접 질문 리스트를 작성했고 2시간에 걸쳐 면접 컨설팅을 진행했다.


모든 운이 다 따랐던 것 같다. 실 면접에서 예상 면접 질문 리스트에 있던 내용들이 모두 다 나왔고 1차 상담 시 약속했던 '3가지 세팅 값 중 하나라도 하기'에서 내담자는 컴퓨터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어 자기 계발 질문에서도 막힘없이 답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최종 합격이라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이때가 직업상담사로 일하며 진심으로 뿌듯했던 순간 중 하나이다. 나와 내담자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글로 적는 지금도 기쁘고 흐뭇한 미소가 흘러나온다.


수많은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이직을 희망하며 '내가 이런데 밖에 못 오는 사람인가?'라고 자책하고 있을 수 있다. 나 역시도 중소기업을 다니며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겼고 나를 깎아내렸다. 지금도 100% 스스로를 훌륭하다 생각하진 않지만 인생을 살며  단 하나 잘했다고 생각이 드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동했다는 것이다.' 지금 이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 조금 더 만족하는 나를 위해  무엇이라도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랬고, 내담자도 그랬고. 행동한다면 변화의 씨앗은 반드시 새싹을 틔울 것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지금이 너무 힘들고 슬프고 짜증 나고 답답하다면 하루의 한 줄 책 읽기라도 좋으니 꼭 행동해 보자. 


누가 알까? 그 책 한 줄에서 희망을 찾게 될지. 


                                                                *상담 내용, 시기는 약간의 각색이 있음을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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