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껌딱지 Sep 17. 2023

[직업상담이야기] case 5. 엄마의 전직


<※'전직'의 사전적 개념:  직업이나 직무를 바꾸어 옮김, 공무원의 직렬을 변경하여 임명함.>


창원**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에서 어린자녀가 있는30 대 중반 이후의 여성분들과 취업,진로상담을 하며 알게 된 씁슬했던 사실이 하나있는데 그것은 바로 (강제) 전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무원, 공기업 정규직,메이저 중견기업/대기업 사무직, 교사(직원) 등 상대적으로 다른직업보다 근로기준법을 정확히 지킬 수 있는 곳에서 일 할 경우 1년~3년정도의 육아휴직은 물론 복직 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자녀를 양육함에 있어 어려움이 덜하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는 일과 자녀 양육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그 고민은 대다수 30대 중반 이후, 자녀가 태어난 직후~ 초등학교 입학을 하는 시기에 절정을 이루게 되는 것 같았다. 지금은 육아에 참여하는 아빠의 비율이 높아 육아휴직을 아빠가 쓰는 경우도 있지만 내가 새일센터에서 일했던 17년~18도 당시만 하더라도 양육의 주체는 대다수 엄마였고 해당고민을 하는 것도 대다수 엄마였다. 


이번에 만난 30대 후반의 여성은 경력단절과 전직 중 고민하다  전직을 결정하고 새일센터를 찾은 6개월 된 자녀가 있는 엄마였다. 그녀는 상황은 이랬다.


1. 현재  주 양육자, 종합병원간호사, 1년 육아휴직 중, 3교대 근무, 현재 병원에서 빠른 복귀를 요청 중


2. 남편은 육아휴직 사용 불가 회사, 08시~18시, 토요근무있음.' 육아 참여도 낮음~중간'


3. 자녀양육에 참여할 수 있는 친정,시댁 식구 없음 (타지역 거주자)


4. 아이돌봄 서비스 또는 베이비 시터 고용은 고액이라 이용불가 


그녀는 간호사라는 직업을 너무 사랑하지만 내년에 만 0세반에 입학하는 자녀를 두고 3교대 근무와 주말근무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했다. 또한 아이들이 하원하는 4시에 데리러 가는 엄마는 못해도 연장보육이 끝나는 19시에는 아이를 데리러 가는 엄마는 꼭 하고 싶다며 09시~18시까지 일하는 직업으로 전직이 너무 필요하다고 했다.


남편의 경우에는 회사의 육아휴직은 있지만 회사 분위기상 사용하는것이 어려웠고, 무엇보다 아내가 3교대 근무시 그 기간동안 매일 19시에 자녀하원과 돌봄을 오롯히 혼자 감당하기에는 부담럽다며 그녀에게 간호사를 그만두거나 다른 곳을 알아봐 줄 것을 요청했다고 했다.   


상담하는 내내 객관성과 평점심을 유지하려 애썻지만 화가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육아는 엄마의 몫이 아닌 부부의 몫이며 아내의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남편의 말과 행동에 속에서 분노가 끓어올랐다. 물론 그녀의 일방적인 말이기 때문에 100%신뢰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일을 그만두고 전직을 선택해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양육의 밸런스가 무너진 것만은 확실해 보였기에 감정을 컨트롤 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녀의 조건은 딱 2가지였다. '집에서 30분거리, 09시~18시까지 근무할 수 있는 곳'이었다.  간호사로서 경력을 살릴 수 있는 개인병원도 좋지만 만약에 없다면 사무직부터 서비스직까지 다 괜찮다고 했다.


나는 한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사무직과 서비스직은 그녀가 기존에 하던 일과 전혀 관련이 없어 사실상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경력단절과 다름이 없었다. 그런데 모든 시간을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가정주부가 아닌  '전직'을 선택했는지 궁금했다.  조심스레 그녀에게 물으니 경제적 사정으로 남편이 맞벌이 하는 것을 원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아예 사회와 단절되어 버리면 나중에 복귀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크다고 했다. 간호사 일은 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일을 하고있으면 그것이 경력이 되어 다른 일을 하게 될 기회가 올 수도 있고 또 나중에 간호사로 복귀하더라도 조직생활에 대한 '눈치'를 잃지 않을 수 있어 적응하기 한결 수월 할것 같다고 했다.  


여담이지만, 이 때가 '대한민국에서 엄마로 산다는것은 쉽지 않는 일이구나.' 절실히 깨닫게 된 순간었다.


나는 그녀가 간호사로서 경력을 살려 전직하기를 간절히 희망했다. 감정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30대 후반, 간호사 경력 10년 이상 된 그녀가 관련성 없는 사무직, 서비직으로 취업 성공할 확률과 해당 직업에 적응할 확률이 낮다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직이 성공하려면 '직업' 자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직무'를 바꿀 때 성공확률이 가장 높다. 


예를 들어 '간호사'라는 직업은 그대로 가지되 공공기관 또는 사기업 '보건담당, 안전환경담당' 등으로 직무를 변경하여 지원하는 것이다.


나는 이런 부분을 설명하고 당장 취업을 하는 것보다 6개월이라는 시간을 '활용'할 것을 권유했다. 


① 만약 시간과 체력이 된다면 문서작성능력 자격증(워드프로세스, 컴활2급, ITQ 등) 1가지를 취득하고  ② 2017년도 후반~ 2018년도 초반 창원시청, 경남도청, 경남교육청 홈페이지 내 '간호사'관련 채용공고를 검색 하여 채용시기,분야,조건 확인을를 요청했다. 


왜냐하면 사무직으로 전직을 하더라도 사무업무의 기본은 문서작성이고 자격증은 나를  증명할 수 있는 기본요소 때문이다. 또한 과거 채용공고 검색으로 채용시기를 유추할 수 있고 채용시기에 맞춰 지원에 필요한 자격들을 갖출수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1차 상담을 마치고 도움이 필요하거나, 관련정보가 인터넷에 올라오면 반드시 연락할 것을 당부했다.


나는 일주일 동안 3년치 창원시 내 '간호사'관련 공공기관 채용공고를 확인했다. 당시 무기계약직(=공무직) 근로자 채용공고가 늘어나고 있던 추세였기에 채용시기와 자격요건 등을 하나씩 확인하고 전달했다.  자녀를 양육하는데 있어서 공공기관만큼 좋은 곳이 어디있을까? 물론 100%대민서비스라는 점에서 힘든점이 있을 순 있지만 10년을 종합병원 간호사로 일한 그녀에게 대민서비스가 무엇이 그리 어려울까, 그녀 또한 강한 자신감을 보였었다.


1차 상담이 종료된 후 2개월 동안은 서로 연락이 잘 되었지만, 이후에는 각자 육아와 업무로 연락이 어려웠다. 틈틈히 채용공고를 확인했지만 추천할 만한 공고가 올라오지 않았고 나는 사무직종 담당 선생님께 그녀의 구직상담서를 공유하며 조건에 맞는 알선을 요청했다.   


그러던 중 그녀에게 추천할 만한 공공기관 채용공고가 올라왔다. 


통합건강증진사업 내 공무직 근로자, 주5일, 09시~18시 근무로 나는 바로 연락을 취했고 근황을 물었다. 자녀양육으로 바쁜 와중에도 컴퓨터활용능력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며 기쁜 소식을 전했다. 나 또한 해당공고 지원을 추천했고 만족스럽게 통화를 마무리했다. 이후에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주고받으며 최종지원서류를 완성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합격','전직성공'이라는 아름다운 결말로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지만 최종적으로 그녀는 지원하지 못하였다. 접수마감 하루 전 날 부터 마지막 날 까지 아이가 아파 병원에 입원했고 방문접수만 가능했지만 아이 곁을 비울 수가 없어 지원을 포기해야만 했다.


'선생님, 안될려고 하니 이렇게 안되네요.' 


덤덤하게 말하던 그녀의 목소리를 잊을 수 없다.  '나'와 '엄마'라는 역할에서 당연히 포기 해야하는 것이 '나'라는 사실을 덤덤히 받아들인 그 목소리를 말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녀가 그토록 사랑했던 '간호사'라는 직업은 포기 하지 않았다. '간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채 주5일, 09시~18시까지 근무할 수 잇는 직장이 있다는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중에 아이가 괜찮아지고 안정되면 다시 연락할 것을 약속하며 조금은 아쉽게 최종상담을 마무리했다.


대한민국 엄마들은 누구나 한번쯤 '전직'을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나 또한 아이를 낳게 되면서 계약직이 아닌 정규직을 생각하게 되고 사기업이 아닌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을 생각하게 되었다. 직업상담사는 공무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정규직이 없다. 정규직으로 채용이 된다한들 정부지원사업 선정에 실패하면 모두 백수가 되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늘 불안정한 직업 중 하나에 속한다. 그럼에도 나는 이 일이 좋다. 그렇기에 포기하지 않고 유사직무를 찾아서 꼭 전직에 성공할 것이다! 그게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짱아야! 19시 전에 데리러가는 엄마할께!


저와 같이 '전직' 또는 '이직'이 고민인 사람이 있다면 우리 함께 포기하지 말고 문이 열릴 때 까지 계속 두드려 보았으면 좋겠다. 분명히 '나'와 '엄마'를 만족시키는 문 하나가  열릴 것이니 말이다. 


                                                                      *상담내용, 시기는 약간의 각색이 있음을 참고바랍니다.








이전 06화 [직업상담이야기] case 4. 군대 전역이후의 계획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