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그치기보다 보듬어주세요

매번 지각을 하는 너에게

by 배재윤


고등학생 때 일이다. 8시 30분 즈음이면 담임선생님이 교실 뒷문에 서 계셨다. 지각하는 학생들을 잡기 위해서였다. 30분이 넘어서 오는 친구들은 “이눔 시키 오늘은 또 왜 이렇게 늦었어!”라는 구박과 함께 선생님의 매서운 등짝 스매시를 맞았다. 어느 날, 선생님의 등짝을 맞은 제 친구는 “아 선생님! 내일부터 안 늦을게요.”라고 툴툴거렸다. 물론 그 친구의 말은 거짓말이다. 다음날 또 늦었다. 담임선생님은 사회생활 중 기본이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며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며 포효했다. 불을 뿜는 공룡처럼 말이다. 하지만 지각하던 친구들은 또 지각했다.


친구들의 행동을 생각해보았다. 지각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쁜 행동임과 동시에 습관이다. 습관을 고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지각하지 않는 습관은 만들 수 있다. 말장난 같아 보이지만 우리의 사고방식과 관련 있다. 매번 지각하며 선생님의 호통을 들은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아마 이렇게 생각할 테다.


어차피 난 일찍 갈 수 없어. 매번 지각하는걸. 또 선생님이 혼내실 거야. 난 뭘 해도 안 될 거야.


부정적인 생각은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게 하고 나쁜 습관을 고칠 수 없도록 만든다. 그렇다면 매번 지각하는 학생을 어떻게 지도할 수 있을까. 우선 교사는 아이의 행동을 절대 바꿀 수 없다.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아이를 내버려 두란 뜻은 아니다. 교사는 아이가 스스로 행동을 바꿀 수 있도록 격려할 수 있다. 비슷해 보여도 완전히 다르다. 격려는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준다. 긍정적인 사고란 내 존재 방식을 그대로 인정하는 일이다.


매번 지각하는 학생이 있다면 이런 약속을 할 것이다. “OO야. 매번 지각해서 속상하지? 헐레벌떡 뛰어오는 모습에 선생님도 가슴이 아프다. OO에게 부탁할 게 하나 있어. 선생님과 약속 하나만 하는 거야! 10분 정도만 빨리 나오는 습관을 만들어보는 건 어때? 물론 OO가 힘들 수 있겠지만 OO가 약속을 지키면 선생님이 정말 기쁠 거 같아.” 학생이 이 말을 들으면 아마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그래 맞아. 난 매일 지각하는 습관이 있어. 내 단점을 인정하자. 내가 노력하면 바꿀 수 있을 거야. 선생님도 기대하고 있잖아. 일찍 오는 습관을 한 번 만들어볼까?




다그치기보다 보듬어야 한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친구가 약속을 늦었다고 해서 무작정 화내기보다 섭섭한 마음을 말해보는 건 어떨까. "네가 날 존중하지 않는 것 같아서 무척 속상해." 그럼 친구는 부끄러워 스스로 행동을 바꿀 거라고 믿는다.

이전 26화나만 책이 안 읽히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