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마지막 수업
난 대학입시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수학교육과를 가고 싶었지만, 성적이 되지 않았다. 담임선생님은 일단 수학과로 진학해서 교육대학원을 가는 방법을 제안했지만 난 듣지 않았다. 수시 원서를 모두 수학교육과로 넣었다. 수학교육과를 갈 수 없다면 재수를 하기로 했다.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는 기분. 한숨을 쉬는 날이 많았다.
시간은 흐르고 단풍이 물드는 늦가을이 왔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식이다. 불어오는 찬 바람에 몸이 시리고 마음은 부르르 떨렸다. 몹시 불쾌한 기분이다. 오늘은 기분이 무척 좋지 않으니 야간자율학습은 도망쳐야겠다. 터덜터덜 교실 밖을 빠져나왔다.
운동장 옆에 우뚝 서 있는 은행나무들을 봤다. 난 잠깐 걸음을 멈췄다. 노을빛은 선선하게 은행나무 사이를 비추고 학교 주변은 전부 노랗게 물들었다. 세상은 이토록 아름다운데 왜 내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 갈까. 은행나무 앞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 싶었다.
바로 그때 은행나무길 사이로 내게 너무나도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내가 제일 사랑하는 수학 선생님이었다. 그의 모습을 찬찬히 살폈다. 슬로비디오처럼 은행잎은 가을바람에 천천히 떨어지고 그는 인도에 떨어진 은행잎을 밟으며 걸었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노을빛이 강렬했던 까닭일까. 난 도저히 그를 똑바로 볼 수 없었다. 그가 노을빛 사이로 사라진 뒤, 난 결심했다. 훗날 한 명, 한 명 가르칠 아이들에게 뒷모습을 보여주는 교사가 되겠다고.
그날 선생님이 내게 보여줬던 뒷모습은 나를 향한 마지막 수업이었다. 그 마지막 가르침을 여기에 새긴다.
재윤아 너는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