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시간이 내게 가져다 준 의미
난 시간을 시계시간과 사건시간으로 이루어진 모임이라 정의한다. 시계시간이란 시계의 초침과 분침이 가리키는 시간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처럼 물 흐르듯이 흘러가기만 할 뿐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시간말이다. 매일 반복되는 평일 아침, 학기마다 돌아오는 시험 기간, 조별 과제, 매일 출퇴근길 지하철을 타는 시간. 시계시간은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다.
이와 달리 사건시간이란 흘러가는 시간이 아닌 특정한 사건을 말하며 내게 의미가 있는 시간을 말한다.
당신이 행복했던 시간은 언제인가?
여러 가지 사건이 떠오른다. 친구들과 여행을 갔던 날, 군대 전역일, 주말을 앞둔 금요일 저녁, 대학교 합격 날, 시험이 끝나고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었던 날. 우린 흘러가는 시계시간처럼 살 수도 있고 의미 있는 사건시간처럼 살 수도 있다.
시계시간이 엄청난 의미의 사건시간으로 여겨지던 때가 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를 시계시간처럼 여겼다. 매일 공부와 자습으로 반복되는 일상은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었다. 난 오로지 수능이 끝나는 날과 대학 합격 날이라는 사건시간만 고대하며 살았다. 고3 보충수업이 끝난 후 5시 40분부터 6시 40분까지는 학교에서 저녁을 먹는 시간이었다. 학원에 다니지 않는 학생들은 6시 40분 이후에 진행되는 야간자율학습에 참석했다. 난 야간자율학습을 같이하는 친구들과 함께 저녁밥을 먹은 후 마트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샀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공원에서 운동기구를 탔다. 우린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실컷 수다를 떨었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어가면 다 먹은 아이스크림 막대를 들고 학교로 걸어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몇 년 뒤 그 공원에 들린 적이 있다. 운동기구는 어느새 녹이 슬었고 공원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공원 앞 마트는 사라지고 은행 건물이 들어와 있었다. 같이 아이스크림을 먹던 친구들은 모두 직장인이 되어 함께할 수 있는 날보다 떨어져 있는 날이 훨씬 많았다. 아이스크림만으로 똘똘 뭉칠 수 있던 그때가 너무나 그리웠다. 시계시간처럼 느껴지던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은 사실 내게 너무나도 소중했던 사건시간이었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시간은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어쩌면 그저 흘려보낸 시간 모두가 소중한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흘려보낸 시간을 다시 잡을 수 없다. 그러니 수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봐야지. 어제완 다른 새로운 오늘이 찾아왔단 의미다. 굳게 다짐한다. 시간을 절대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는 일은 없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