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책이 안 읽히는 건가?

여섯 살 애가 책과 친구가 된 이유

by 배재윤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읽는다. 유튜브, SNS, 각종 인터넷 기사들. 종이의 활자보다 휴대폰 화면을 빠르게 스크롤해서 읽는 것에 익숙하다. 디지털 시대에 종이책을 읽지 않는다고 부끄러워해야 하는 걸까? 책을 읽지 않으면 난독증이 생긴다. 1년에 100권씩 읽었던 사람도 마찬가지다. 서울대학교 자율전공학부의 장대익 교수는 책 읽기가 뇌 성장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뇌는 20대까지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계속 변하죠. 지금부터 저글링을 일주일만 해도 변하는 게 뇌입니다. 따라서 20대 이후에도 꾸준한 책 읽기는 필요해요. 책 읽기는 몰입의 기능이자 깊이 사고하는 기능을 발전시키기 때문이죠.”


책 읽기를 힘들어하는 사람의 특징은 무엇일까. 먼저 스마트폰을 자주 본다. 펭귄 밀크라는 말을 아는가? 부모 펭귄이 물고기를 먹을 수 없는 새끼를 위해 음식물을 반쯤 소화시켜 토해주는 이유식이다. 스마트폰은 마치 펭귄 밀크와 같다. 좁은 화면을 빨리 스크롤해서 내리는 것은 단어를 곱씹는 것보다 문장을 훑어보도록 만든다.


목적에 따른 독서도 읽기의 흥미를 떨어트린다. 초등학생 때는 동화책을 스스로 펼친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면 자신의 흥미보다 교과와 연관된 독서를 한다. 고등학생은 더 심각하다. 전체 나이별 통계에 따르면 고등학생(17~19세)이 제일 낮은 독서량을 기록했다. 독서는 수능과 관련 없기 때문이다. 20대 이후 성인들의 독서는 승진과 시험을 위해서였다. 사람들은 목적이 없으면 책을 읽지 않는다.


박웅현 작가의 말에 따르면 “책은 한 영혼이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잘 정리해 놓은 것”이다. 그가 정의한 독서란 “책의 이야기가 내 속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는 것”이다. 그는 다독보다 정독을 권했다. 한 권을 읽더라도 천천히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친구가 되려면 시간이 걸리잖아요. 책도 마찬가지예요. 책과 친구가 되려면 그만큼 시간이 걸려요.”


나는 여섯 살 때 처음 책과 친구가 되었다. 아버지는 날 무릎 위에 앉히고 동화책을 읽어주셨다. 난 아직도 그때 읽었던 동화 내용을 기억한다. 꽁지 닷발 주둥이 닷발이란 동화이다. 이야기를 간략히 말하자면 이렇다. 아주 먼 옛날 꽁지 닷발, 주둥이 닷발이란 큰 새 두 마리가 있었다. 집채만 한 부리를 가진 그 녀석들은 아들이 밭일하러 간 사이 어머니를 납치했다. 아들은 큰 새 두 마리가 사는 동굴을 발견했고 새들이 잠들었을 때 가마솥에 태워 죽였다. 어머니를 구한 아들은 재가 돼버린 새를 돌절구에 빻아 가루로 만들고 바람에 날려 보낸다. 그 가루가 현재 주둥이가 뾰족한 모기가 되었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 동화가 잔인했던 탓일까. 아니면 꽁지 닷발이란 발음을 힘겨워하시는 아버지의 모습 때문이었을까. 19년이 지났지만 난 아직도 그때 일을 추억한다. 어떻게 하면 책 읽기를 즐길 수 있을까. 바로 책과 좋은 친구가 되는 일이다. 처음부터 서울대 권장도서 100권을 읽으려고 하면 망한다. 처음부터 어려운 책을 읽으면 잘 안 읽히고 재미없다.




아빠가 되면 하고 싶은 일이 있다. 내 자식을 무릎 위에 앉혀 오순도순 동화책을 읽는 일. 남들이 좋다는 책을 읽히는 것보다 책과 좋은 추억을 같이 만들고 싶다.

이전 25화자연과 더불어 산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