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깊은 곳을 그려내는 것
열두 살이 되었을 무렵, 무더운 여름방학이 찾아와 교회 식구들과 어디론가 향했다. 향긋한 풀내음과 시원한 산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에서 항상 나오는 메뉴가 있었다. 고소한 카레다. 당근, 감자, 브로콜리 등을 양껏 썰어 냄비에 넣는다. 노르스름한 가루를 붓고 물을 뒤섞은 뒤 팔팔 끓인다. 30분 정도 흐르면 산바람을 타고 흘러온 고소한 냄새가 아이들의 코를 적신다. 나와 친구들은 먼저 카레를 먹겠다고 앞다투어 냄비 앞으로 뛰어갔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난 아직도 그때 그 카레를 추억한다.
난 차가운 총 한 자루를 쥐었다. 군인 12명을 실은 5톤 트럭은 북한 DMZ로부터 고작 1km 떨어진 곳으로 달렸다. 칼날 같은 산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발가락이 얼 것만 같은 땅을 디뎠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어렸을 적 경험했던 산속과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그때 차가운 바람을 타고 익숙한 냄새가 흘러 왔다. 카레 냄새였다. 취사병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비닐봉지를 탈탈 털어 공간을 확보한 뒤. 하얀 쌀밥을 봉지에 털털 넣었다. 반합에 카레를 푹 담아 비닐봉지 안에 그득 부었다. 비닐을 묶어 빠져나올 수 없게 한 뒤 뜨거운 카레를 이리저리 뒤섞었다. 짜게 주머니처럼 다른 한쪽에 구멍을 뚫었다. 뜨뜻한 카레를 손난로 삼아 차디찬 손을 녹였다. 꾀죄죄한 손으로 뒤섞인 밥을 힘겹게 입으로 밀어 넣었다.
카레를 먹었다. 맛이 슬펐다. 추억을 향한 그리움이 카레의 맛을 뒤바꿨다. 묵묵히 뜨뜻한 걸 구겨 넣었다. 그는 침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