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 속에 깃든 마음
(조용한 집)
아침부터 창밖에는 잿빛 하늘이 깔리고, 작은 바람에도 바람 종이 흔들리며 쓸쓸한 소리를 낸다.
이른 시간인데도 집 안이 괜히 더 조용하게 느껴지는 건 내 마음이 한편 비어 있어서일까.
아! 집에 아무도 없지.
학교 근처에서 독립해 산 지 4년 된 첫째. 군대가 있는 둘째.. 셋째 코코가 떠난 지 2년이 지나고 보니
집안은 고요할 수밖에 없었다.
남편은 있어도 없는 듯 각자의 일을 하고 돌아 오보면
자는 모습만 얼핏 보곤 넓은 등짝 구경만 매일 마주할 뿐이다. 그도 그럴만한 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벽형 인간인 나와 야행성 인간인 남편의 다른 시간표대로 살아왔으니 이제 와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오늘도 난 늘 그렇듯 새벽에 차를 내리고 식탁에 앉았다. 따뜻한 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지만, 온기가 손끝에서 마음까지 닿기에는 조금 부족했다.
창가에 두었던 오래된 화분을 바라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저 화분처럼, 한참 물을 주지 않아도 버텨왔던 건 아닐까.”
아이들이 떠난 집, 은퇴가 코앞인 남편, 점점 줄어드는 아이들의 연락들. 내가 필요한 곳이 줄어드는 것 같은 기분에 스스로를 더 작게 접어두곤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따뜻함을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어색해진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밀려들었다.
예전엔 친구들이 빈집 증후군 얘기를 할 때
‘나는 아닐 거야’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퇴근 후 돌아온 집에 누구도 반겨주는 이가 없다는 걸 실감하며, 그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허전한 기분
꼬리 치며 내 품에 안기던 강아지 코코,
“엄마 밥!” 하고 부르던 아이들의 목소리,
툴툴대며 주고받던 부부의 대화. 그 시절의 모든 소란스러움이 결국은 나를 데우던 따뜻함이었다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
고요한 아침을 좋아하던 내가 오늘 아침은 그 고요함이 너무 깊어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 고요 속에 스며드는 작은 불안. 이 정적이 오늘 하루를, 그리고 나를 삼켜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문을 활짝 열어봤다. 습한 공기가 볼을 스쳤지만 묵은 공기가 바깥으로 쓸려 나가는 기분을 느껴본다.
한참을 그렇게 선 채로 금방이라도 태풍이 올 것 같은 바람에 내 마음 한편을 씻겨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