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재우 Sep 28. 2016

스위브SWIB 백팩을 메어 보고서

한 달 쯤 전이었던 것 같다.


메일을 받고 '피식' 웃었다. 블로그와 브런치를 짧지 않은 시간 운영해 왔지만, 이런 제안은 처음 받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이 곳을 찾아주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사실 나는 수익 목적으로 블로그(혹은 브런치)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블로그를 통해 합법적으로 지원되는 수익 시스템에도 전혀 관심이 없었다. 하물며 '블로그 대여 원합니다.' '블로그를 참 잘 꾸며 놓으셨네요.' 운운하는 제안들은 말할 것도 없었고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들어온 제안은 말 그대로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든 것이었다. 이 제안이 얼마나 '어리둥절' 한 것이었느냐면, 특히 나 자신은 물론 나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 한 명도 빠짐없이 예외없이 '피식'하는 반응이 나왔다는 사실로서 알 수 있는데, 바로...


'패션 브랜드의 협찬 제안' 이었다. 


써놓고 보면 거창하지만, 사실 제안 내용은 단순하다. 어쩌면 수많은 인기 블로거들이 이렇게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내가 아는 어떤 '활발히 활동하는 주부 블로거'는 맛집들을 열심히 포스팅했는데, 그러다 보니 음식점들에서 협찬 제안이 쏟아졌단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블로거지'처럼 행동하지 않아도, 그저 열심히 성실히 맛집을(혹은 주말에 들르는 거의 모든 음식점을 부지런히) 포스팅한 것에 불과했는데도, 그런 제안들이 밀려왔다고 한다. 덕분에, 협찬받은 음식점을 돌아다니며 먹는 것만으로도 주말의 외식을 채우고 남았다고 했다.


물론, 협찬받은 메뉴만 먹고 나오기 미안해서 사실상 다른 음식도 꽤 시키긴 했고, 그러다보니 남편 분의 체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문제를 안고 있긴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내가 받은 협찬 제안은, 당사의 패션 아이템을 착용하고, 그 모습을 포스팅 해달라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모든 광고 협찬 요청들에는 아무 관심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왠지 솔깃했다. 왜 그랬을까. 패션 아이템이 탐나서? 호기심 때문에? 연예인 체험이 하고 싶어서?


나도 잘 모르겠다. 아무튼 내가 이 제안을 전한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나, 이런 제안 받았어. 패션 브랜드에서 착용하고 찍어달래.) 듣자마자 피시식 웃는 공통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점, 그 모든 분들의 섬세한 무의식 골짜기 구석 어딘가에 답이 있을 것이다.


하여, 진행 하기로 했다. 내가 워낙에 패션과는 거리가 멀고, 촛농처럼 늘어진 배며, 무라카미 하루키가 알았더라면 소설의 제목으로 썼을지도 모를 '상실의 허리 라인'이며, 볼링핀을 거꾸로 세워놓은 것 처럼 커다란 두상이, 의복하고는 영 안어울리는 까닭에, 옷 대신에 백팩을 달라고 했다.


메일을 주고 받은 마케팅 직원 분은 흔쾌히 신제품 백팩을 보내주셨으며(생각보다 예뻤다), 백팩과 함께 포스팅 기준에 대한 상세한 가이드 라인까지 보내주셨고(이건 좀 귀찮았다), 하지만 내일부터 센스있게 생긴 백팩을 메고 다닐 생각에 기뻐진 나는, 약속한 바대로 이렇게 가이드라인을 준수한 백팩 리뷰 포스팅을 올리고자 한다.


아래 이어질 글은 "스위브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는 부분이다. 백팩에 대한 찬가에 가까운 리뷰가 예정되어 있으므로, 광고/협찬 글을 볼 필요는 없다, 이미 나는 가방을 사버렸다, 가방을 사주고 싶어도 사줄만한 여자/남자 친구가 없다, 여기까지 글을 읽은 것만 해도 실수다, 촛농 배와 상실된 허리와 커다란 머리의 주인공을 보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 하시는 분들은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가주시면 감사드린다.


그럼 시작하자.




"해당 포스팅은 스위브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였으며 홍보성 글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6 F/W 스위브 W블랙 백팩이다.  

제품명은 [SWIB] BLACK301_WD5Q13011

캐쥬얼 아웃도어 브랜드를 지향하는 스위브에서 만들었다.


받아보자마자 처음에는 '엑, 비닐이야? 가죽이 아니네?' 라고 생각했으나

저 가격에 가죽을 기대했다는 것 자체가 패션 아이템에 대한 내 무식의 소치였다는 사실에 정신을 차렸고,

다시 보니 제법 튼실하고 쉬 상할 것 처럼 보이진 않았는데 홈페이지를 확인하니

'나일론 고밀도 트윌 원단' 이라고 한다(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모른다. 적어도 원단 이름이 나왔으니 원단에 신경을 썼구나.. 라고는 생각할 수 있다.)

 


남녀 커플 내지 커플 워너비를 겨냥한 신학기 개강 패션 최적화된 아이템... 이라는 사실을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저 사진에서 알 수 있다. 개강 패션으로도 적합하다...는 스위브 측의 설명에 딱히 부인할 점은 찾지 못하겠다.


남녀가 각기 다른 장소에서 찍어서 이어 붙였는데, 커플처럼 자연스럽게 나온 저 컨셉의 사진을 구상하느라 직원 분들이 아이디어 회의에서 꽤나 머리카락을 쥐어뜯으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여자친구 혹은 남자친구에게 선물하기도 좋고, 커플 가방으로 매어도 좋다'는 스위브 측의 설명에도 대략 끄덕끄덕.


혹시 아직까지 '촛농 배와 상실된 허리와 커다란 머리의 주인공을 보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으신데도 이 창을 덮지 않으신 분들이 있다면 지금 마지막으로 말씀드립니다.


이제 약속대로 제가 직접 착용한 사진이 올라갑니다.



시간은 일몰이 가까운 일요일 저녁.

장소는 서울대 뒤 노천극장.

까만 가방에 최대한 조명이 집중되도록 블루 계열로 매칭했다.



주관적인 착용 리뷰를 드리자면,

우선 가방이 가볍다.

천도 부드럽고 곱다.

하지만 아래쪽이 제법 커서 용량은 작지 않은 편.


15인치 노트북까지 들어간다고 하는데, 노트북 들어갈 공간 말고도 제법 책을 넣을 자리가 나온다.

사진에는 가방이 무슨 군대 군장처럼 크게 나왔지만, 그것은 모양을 이쁘게 잡느라 펴서 그렇게 되었고 실제로는 그리 크진 않다. (크지 않으면서 공간이 넉넉하니 도깨비 주머니인가...)



W 로고가 가운데 박혔는데 나쁘지 않다.

버클 두개는 특별히 '흑진주 투터치 버클' 이라고 하는데,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예쁜 것만은 분명하다. 버클이 반짝이고 묵직하고 부드럽다. (마감이 잘 되었는지를 보면 제품의 완성도를 안다고 했다.)



한쪽으로 메어봤는데, 그래도 편하다.

전반적으로 편한 느낌.

고시 서적을 가득가득 넣어 다닐 목적이 아닌 바에야 용량은 충분하지 않나 싶다.

편하고, (상당히) 가볍고, 많이 들어가면 가방으로서는 할 일을 다 한 셈이라고 생각한다.

나머지는 디자인이 내 마음에 드느냐, 내 지갑이 충분히 두둑하느냐의 문제일 뿐.


다행히도

가격은 129,000원이나 스위브 홈페이지(www.swib.co.kr)에서는 103,200원에 할인 중이다.

혹시 끌리시는 분들은 홈페이지를 가 보시기를.

작가의 이전글 노르웨이, 오슬로 여행 음식 총정리_3 (집 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