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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재우 Feb 10. 2017

#188 우아하게 먹는다는 것

요즘들어 "차린 건 없지만 우아하게 먹는 연습"을 하고 있다. 

우아하게 먹는다고 해서 별건 아니다. 반찬을 그릇에 덜고, 김치를 김치통에서 먹을 양만 꺼낸 뒤에 먹는 것에 불과하다. 설거지할 가짓수를 줄인다고 자취하는 대학생처럼 라면도 냄비 채, 계란 프라이도 프라이팬 채로 먹어 왔는데, 보름쯤 전인가 문득, 우아하게 먹는다는 것이 경제력의 문제도 아니고, 매너의 문제도 아니며, 단지 어떤 마음가짐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나 자신을 조금 더 소중하게 대하는 마음가짐 말이다. 

우리는 우리 집의 귀퉁이 떨어진 밥상 위에서도, 언제든지, 그리고 얼마든지 우아해질 수 있지 않을까. 접시 몇 개 더 씻을만큼의, 아주 약간의 바지런함만 있으면.

잘 살아야 우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아해야 잘 사는 것일게다. 비록 라면이나 3분 요리를 먹을 때라도 그렇다. 

            

지난 #187 글에서, 오랫동안 블로그 글을 읽어주셨던 이웃 한 분이 이런 댓글을 남겼다. 

'끄적거림이라도 얼마든지 감동과 솔직함이 묻어 있다고 생각'한다,고. '올해도 더욱 더 많은 글들 부탁'한다, 고.

그 댓글을 읽으면서, 힘이 났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시간이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궁전을 덮을 카페트든, 소주잔이나 올려 놓을 컵받침이든, 그저 부지런히 짜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카페에 앉아 하루 종일 맥북을 만지작 거릴 수 있었던 여유와, 퇴근한 뒤의 텅 빈 시공간을 이런저런 글로 채워나갔던 몇 년 전의 일상이 이제는 다시 돌아올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계속 써야 하니까. 

짧고 거칠더라도, 틈틈이 쓰겠습니다. 일일이 말씀은 못드리지만, 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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