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혼자 보내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주말 잘 보내셨어요?
월요일에 출근하면 사내 동료들과 함께 보지못한 이틀에 대한 안부를 묻는다. 이미 대단한 여행 계획을 발표했던 누군가는 그 여행의 소감을 밝히고, 이제 막 출산한 누군가는 주말이지만 잠을 못자 쉰 것 같지 않다며 아쉬워하고, 결혼식을 갔다온 누군가는 요즘 결혼식이 너무 많아 지출이 너무 많다며 괜스레 투정을 부려본다. 많은 얘기들이 오고가지만, 어쨋든 직장이라는 공간을 벗어나는 이틀의 시간은 각자의 사정을 챙기고 심신을 정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혼자서 쉬었어요' 라는 말에도 여러 반응들이 피드백 된다. 심심하진 않은지, 혼자서 뭐 하는지, 시간이 너무 뜨진 않는지 라는 궁금증을 비치는 분들도 있고, 결혼하면 그런 시간 없다면서 부러워 하는 분들도 있고, 재밌는 넷플릭스 작품 같은 것들을 추천해주시는 분들도 있다. 어떤 반응은 적절하다든지, 어떤 반응은 오지랖이라든지 하는 판단은 하지 않는 편이다. 이런 반응들에는 보통 대단한 의도나 감정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그냥 궁금하신 부분은 답해드리고, 부러움에는 겸연쩍어하며, 추천해주시는 것들은 시도해보려고 노력한다.
혼자 보내는 시간은 여럿이 보내는 시간만큼 다채롭진 않을 수 있다. 보통 친구 혹은 지인, 반려자와 함께 보내는 시간들은 그 시간을 고민하는 주체가 다수이기 때문에, 다양한 방안들에 대해 얘기하고 결정하니까 그 시간이 매번 다르게 느껴진다. 각자의 경험이 다르므로, 그 경험들이 다 함께 고민하면 혼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시간들을 보내게 될 수 있다. 혼자서 보내는 시간은 그러한 다양한 경험들의 추천을 받진 못하고, 혼자 검색하고 찾아보고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한다. 어쩌면 그냥 고민하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만 보내기 때문에 나 혼자만의 경험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군가는 혹은 언젠가는 다채로운 시간이 아닌 단조로운 시간을 원하고, 변수로부터 해방되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 있다. 내가 말하고 싶지 않을 때, 말하지 않고, 아무도 내 행동에 참견하지 않으며, 청소를 미루면 방이 좀 더러워지는 것을 지켜보는 상태. 그리고 나서 우주가 나에게 청소하라고 말하는 것 처럼, 마음에 전기가 통하는 그 순간 시작하고 끝내는 청소의 시간을 가지는 상태. 책상 위에 아까 먹은 물컵이 놓여져 있고, 켜진 컴퓨터는 아까 보다만 영상이 일시정지 상태에 있으며, 한 시간 후에 분리수거 하러 나가야지라고 마음 먹는 순간을 오롯이 나 혼자 결정하는 상태.
뿐만 아니라,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해방되는 시간은 또 얼마나 자유로운가. 그 타인이 비단 불편하거나 친하지 않은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 타인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을 상상하기 때문이다. 정말 친한 사이이고, 오래 본 사이이고, 좋은 지인이라면, 내가 어떻게 되든지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줄 것을 안다. 그만큼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에 더욱이 그렇다. 지금 상태로 보이기 싫고, 망가지기 싫고, 망가지는 나를 그렇게 보지 않도록 노력하는 타인을 만들기 싫다. 그래서 내 모습이나 상황이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무리 친한 지인이라도 그 시간을 뒤로 미루게 되는 것이다.
지루해서 불안할 필요 없고, 누구도 볼 수 없는 나의 이면에게 잘 있는지 안부를 묻는 시간이 소중하다. 이 시간은 너무 길 필요도, 너무 짧을 필요도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누군가는 주말 이틀 중에 하루 정도만 혼자 시간을 보내는 시간을 갖기도 하고, 마지막 저녁을 그 시간으로 정해놓기도 하는 등 다양하다. 어쩌면 더 멀리 나가기도 하고, 최대한 안 움직이기도 한다. 우리는 보통 타인에 둘러싸여 평일을 보내는데, 어쩌면 혼자 보내는 주말이 그 일주일에 가장 특이점을 찍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주말에 늦잠자고 밥먹으니까 날이 좋아서 잠깐 산책갔다 왔어요. 씻고 낮잠도 잤는데 일어나니까 해가 뉘엿뉘엿 지길래 저녁재료를 사서 반찬을 해서 먹고, 저녁에는 멍하니 있다가 영화 한 편 보고 출근 했답니다.
사진: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