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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d Silence Jul 23. 2023

부담스럽지 않은 식사와 간식

어렸을 때는 매일매일 고기를 달고 살았다. 하교하는 시간에 맞춰 엄마는 삼겹살을 해동시켜두었고, 내가 씻으러 들어가면 불판을 달구고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집안에 고기냄새가 자욱하지 않게 안방과 내방의 문은 닫아두고, 대문과 베란다의 창문은 열어두고 냄새가 빠지게 두었다. 그래도 소파나 집안 어딘가의 고기 냄새가 빠르게 빠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성장기 청소년에게 고기를 먹여야 겠다는 어머니의 다짐을 피할 수 없었다.


성인이 된 후에도 고기사랑은 계속 되었다. 이상하게 고기만 먹으면 배가 부르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정말 배가 터질때까지 먹고 싶었다. 냉면이나 볶음밥과 함께먹는 고기가 정말로 정말로 맛있었다. 외국 사람들은 삼겹살을 안 먹고 버리다가 한국에 수출하면서 신대륙을 발견한 것 같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그 맛있는 것을 왜 불판위에 올릴 생각을 못했을까.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비계가 너무 많아 기름지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서른이 되어갈 무렵, 소화기가 잘 작동하지 않기 시작했다. 원래 부모님이 두분 다 소화기가 약하셔서 어느 정도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그 시기가 다가왔다. 그렇지만 식사패턴은 바꾸지 않았고, 그냥 소화제나 처방약으로 지내는 날들이 많아졌다. 물론 군대에서 라면을 많이 끓여먹은 탓도 있다고 생각한다. 헌병으로 군대를 다녀왔는데, 새벽 근무 끝나고 먹는 라면이 정말 맛있었다. 내 위장은 정말 싫어했겠지만.


그 무렵 채식이 점점 우리나라에 퍼지고 있었고, 나 또한 관심이 가게 되었다. 채식의 이유는 다양했다. 동물보호. 환경보호. 건강. 다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건강의 이유에 관심이 갔다. 아무래도 야채나 과일 위주로 식사를 하게되면 몸에 좋을 것이라고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디톡스를 한다는 사람들 대부분 야채와 과일을 갈아서 디톡스 주스를 만들어 먹지 않은가. 우리 조상님들은 고기도 많이 드셨겠지만, 우리나라 음식에 나물반찬이 개발되어 있는 것을 보면 우리에게 아주 먼 이야기도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독립하고, 첫 직장을 들어가기 2주 전, 나는 그 2주간 식사 약속은 잡지 않고, 집에서 채식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이미 합격 후 놀 것은 다 논 상태라서 입사 전 기념 모임 이런 것은 더 하지 않아도 무방했다. 그 날로 나물요리와 두부요리, 콩요리 등을 유튜브로 터득하고, 밥솥을 마련해서 삼시세끼 밥과 반찬으로 지내기로 결심했다. 목적은 소화기의 회복이다. 체력이 더 좋아지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넷플릭스에서 '게임 체인저스'라는 다큐를 두 번씩 보면서 채식의 효과와 공부법 등을 보고, 계속해서 채식에 대한 지식을 쌓아갔다. 


채식을 하면서 느낀 단점은 일단 배가 빨리 꺼졌다. 물론 식이섬유가 가득한 외국식 채식을 하면 배가 늦게 꺼지겠지만, 우리나라 나물반찬으로 채식을 진행하다보면 배가 빨리 꺼졌다. 두부와 콩 위주의 단백질 식사는 입을 빨리 지치게 하여 과식을 방지하는 점도 있었지만, 그만큼 먹는 양이 줄고, 허기가 빨리 찾아왔다. 아무래도 중간에 식사를 한 번 더해야겠다 싶어서, 점심과 저녁 사이에 유부초밥을 0.5인분 정도 해서 간식으로 먹었다. 지속하기에는 번거로운 작업이기에 비건 간식을 찾아 사두고 번갈아가면서 허기를 달랬다. 


그렇지만, 몸이 좋아지는 효과는 확실했던 것 같다. 짧은 시간만 지속했기에 채식의 부작용 같은 것들이 일어나기 전이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위장이 편해지고, 머리가 맑아지고, 몸이 가벼워졌다. 당시 러닝크루를 병행하고 있었는데, 기록도 예전보다 소폭 좋아진 것을 확인하고는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채식만의 영향이 아닐 수는 있지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채식으로 몸이 건강해진 영향이라고 결론 내렷었던 것 같다. 채식을 오래한다면 알러지 같은 것들이 올라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는데, 2주간의 채식으로는 그런 것은 없었다. 


이후 직장에 들어가면서 채식을 유지하는 것은 포기했다. 다만 간간히 주말 채식을 유지하면서 채식식당을 가거나, 채식요리를 해먹으면서 채식을 식사 종류의 하나로 받아들이고 있다. 건강에 좋고 힘들 때 회복용으로 좋은 식사. 이전보다 고기에 대한 선호가 줄어든 것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원룸 집에서 냄새가 나지 않는 것도 마음에 든다. 어쩌면 고함량 비타민이나 유산균보다 훨씬 좋을 수도 있겠다고 자기암시하면서.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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