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대체 누가 어떻게 하는 거야?
지금의 결혼 생활을 이야기하려면 전 남자친구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결혼할 뻔했던 그와 헤어지고 나는 절뚝거리며 장기간 연애를 쉬어야만 했는데, 그 덕분에(?) 소개팅 어플로 결혼에까지 이르렀으니, 돌아보면 참 고마운 사람이 많다.
서른셋. 만나던 남자 친구를 엄마에게 소개했다. 엄마에게 만나는 사람을 소개하는 건 내 인생에서 처음이었다. 엄마는 남자친구와 같이 밥을 먹는 내내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며칠 뒤, 그녀는 생선구이 집에서 나를 앞에 두고 앉아 고등어 살을 발라내며 심드렁히 말했다.
“네가 결혼하겠다면 어쩔 수 없지만, 난 결혼식에 안 가련다”
왜냐고 물으니, 돌아온 대답은 “눈빛이 마음에 안 들어서”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나 간단명료한 이유도 없을 것이다. 사람의 눈빛은 생각보다 많은 걸 말해준다. 하지만 당시에는 엄마가 내 인생에 괜한 방해를 놓는다고 생각했다. 난 젓가락을 던지며 식당을 박차고 나왔다.
그와는 다른 이유로 오래가지 못했다.
그의 일이 잘 안 풀렸고 술을 이전보다 많이 마시기 시작했으며 내가 잠들면 전화를 해서는 아무 말 않고 울기만 했다. 나는 아빠에게서 술 먹고 우는 남자의 전형을 보며 자라난 탓에, 불알을 달고 우는 남자라면 참을 수 없었다.
수화기 너머 훌쩍훌쩍, 코를 쉴 새 없이 먹어대는 그에게서 아빠를 봤다.
수능을 100일 남겨놓고 지낼 곳이 없어 친구 집으로 쫓겨가는 내게, "네가 지금 인사도 안 하고 가면 아빤 이대로 죽어버릴 거야"라고 울며 자기감정에 매몰된 아빠가 자꾸 떠올라 참고 싶지 않아 졌다.
하지만 그는 서울에 집이 자가로 있었고, 꾸준히 해왔던 자기 일이 있었고, 무엇보다 착했다.
대관절 그게 무슨 소용이랴. 우리는 헤어졌다. 엄마 말이라면 무조건 반대로 하던 사춘기는 이미 지나왔고, 나도 사실 보는 눈이 있었다. 엄마가 말한 그 흐리멍덩한 눈빛이 나도 내심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가 가진 조건들에 잠시잠깐 헤까닥 했던 것이다.
3년이 흘러 서른여섯이 되었다.
스물아홉에서 서른, 그리고 서른아홉에서 마흔이 되는 것보다 35에서 뒤의 숫자가 6으로 바뀔 때 더 조바심쳤다. 마치 단체줄넘기 마지막 주자인데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발을 동동거리며 안달하는 것처럼.
매일 아침, 줄넘기에 걸려 넘어지는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3년 동안이나 누구도 만나지 못하고 시간이 흘렀는데 앞으로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은 위기감과 암울함이 나의 하루를 짙게 드리웠다.
급기야 '마뜩잖던' 데이팅 어플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길에서 만나 연애를 시작한 적은 있어도 어플로 사람을 만난다?
편견이겠지만 사람을 쇼핑하듯 피상적인 정보만 보고 만난다는 게 내게는 좀 어려운 일 같았다. 게다가 스쳐 지나가는 관계를 만들고 싶지도 않았고. 상대방이 솔직한가에 대한 의문을 품으면서도 나 또한 솔직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런 내가 충동적으로 소개팅 어플 하나를 휴대폰에 깔게 됐다. 발단은 이러했다. 독서모임에서 만난 모임원이 데이팅 어플 이야기를 해준 것이다.
나: “그렇게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어서. 어플로 사람을 만나면 위험하거나 하진 않을까요?”
그녀 : “어머, 손끝님! 외국에서 살다오지 않았어요? 되게 보수적이시네요. 요즘에 소개팅앱 안 쓰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리고 어느 곳이나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혼재하잖아요. 소개팅 앱이라고 나쁜 사람들만 모여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리고 이 어플은 자신에 관해 글을 엄청 써야 해요. 글로 사람을 먼저 만나는 거죠. 얼굴 사진은 맨 나중에나 볼 수 있어요. 해보세요.
독서모임이 끝나 돌아오면서, 그녀가 남긴 두 마디가 나를 소개팅 어플의 세계로 입문하게 했다.
분명 보수적이라는 말에 쓸데없이 긁혔다. 그래서 그날 당장 그 어플을 깔았고, 거기서 처음 연락을 주고받은 사람이 지금의 남편이다.
**시작이 어려웠는데 시작하고 보니 하고 싶은 말들이 쏟아져 나와 기존 연재일 수, 토에서 월, 수, 토로 변경해 글을 올리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