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땐 아빠가 그냥 무서웠다.
아빠의 눈을 쳐다보면 무서워서 눈물이 나왔다.
주변 사람들은 아빠를 불편해했다.
여섯 살 때였던 것 같다.
엄마와 나는 집에서 좀 멀리 떨어진 교회를 다녔다.
우리는 그날 유독 집을 오래 비웠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아빠는 화를 많이 냈다.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TV 앞에 서 있었고,
엄마 아빠는 조금 옆에서 큰 소리를 내며 싸웠다.
나는 엄마 아빠가 싸울 때마다 어떻게 해야 싸움을 그만두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곤 했는데,
그날의 결론은 '토하기'였다.
엉엉 울다가, 헛구역질을 하고, 바닥에 토를 하면
엄마 아빠가 그걸 보고 놀라서 싸움을 그만두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나는 꺼이꺼이 소리 내어 울었다.
엉엉 크게 울다 보면 토가 나올 줄 알았는데 토는커녕 침만 잔뜩 떨어졌다.
토하기 실패, 엄마 아빠 싸움 그만두게 하기 실패.
(요즘도 종종 그날을 떠올린다. 그때 만약 내가 토를 했다면 엄마 아빠는 싸움을 그만뒀을까?
슬프지만, 그렇지 않았을 것 같다. 오히려 토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한바탕 싸우고 난 뒤, 엄마는 얇은 이불에 자신의 옷가지들을 던져, 묶어 나갔다.
아빠는 씩씩대며 부엌에 앉아 열무김치에 찬밥을 비벼놓고는 소주를 마셨다.
나는 내 방에 들어가서 책을 읽었다.
불도 켜지 않은, 어둑어둑한 그 방에서 눈에 들어오지 않는 글자를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다행히 엄마는 다음 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다음 날이면 돌아오겠지 하던 때,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빠는 많이 울었다.
아빠가 우는 모습을 본 최초의 경험이었다.
그 뒤로도 아빠는 더 자주 울었다.
술 취해 집에 들어온 어느 날, 할아버지가 남겨 둔 일기장을 보면서.
큰아버지와 재산 문제로 다투다 모든 욕심 버리고 할머니만 잘 모시자고 말하는 새엄마의 손을 붙잡고.
고시 공부가 힘들다며 그만두고 싶다고 엉엉 울던 내 앞에서.
갑자기 임신을 한 여동생의 결혼을 앞두고 몇 번.
내가 시집갈 때.
...
이제 나는 아빠의 눈을 쳐다보아도 무서워서 눈물이 나지 않는다.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꺼냅니다.
오래된 기억과 감정들을 지나, 여전히 나인 나로 살아가며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