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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익재 Aug 29. 2019

어느 날 거울을 보았다.

누구냐 넌?

누구냐 넌?


멘탈은 아직까지 어린인데, 어느 날 거울 속 슬슬 나이가 들어가는 내 모습 어른이 을 보고 놀랄 때가 있다.


나이를 한 살씩 먹어갈수록, 시간이 흘러갈수록 나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과 역할'도 하나씩 늘어만 간다.  


아직은 미숙한 20대 중후반, 처음 져보는 '책임' 내지 '역할'이란 녀석은 족쇄가 되어 나를 옥죄어 오는 것만 같다.


"이 나이쯤 되었으면 취업은 해야지"


"결혼은 언제 할 거니?"


그리고 필자가 자주 듣는 이야기,


"대학원 나와서 뭐하니"


분명 각자 나름대로 주어진 환경에서 열심히 살아보려 아등바등하는 과정에 있는 것일진대, 주변의 평가는 갈수록 냉랭해져만 간다.


더불어 어릴 적 자주 듣곤 했던 "잘하고 있어", "그 나이땐 그럴 수 있어" 같은 칭찬은 자취를 감추어 간다.


몇 주 전, 필자가 거주하는 독일의 다른 지역에 사는 친한 지인과 술을 한 잔 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필자: "형, 살아오면서 학교도 졸업하고, 유학도 하고 나름대로 할 건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뭘 할 수 있는지는 어렴풋이 알겠는데 말이야. 뭘 하고 싶은지를 모르겠어. 애당초 없었던 것처럼 말이야."


나의 질문에 지인의 대답은 내심 '명쾌한 답'을 원했던 탓이었는지 예상외였다. 사실 나보다 두 살 위의 그 역시 아직은 낯선 독일살이 그리고 인생살이에 고민이 많을 터였다. 그리고 그걸 모르는 바도 아니었다.


지인: "그렇지.. 나도 잘 모르겠어. 그래도 넌 다행이지. 난 사실 지금 뭘 해야 하는지조차 모르겠어."


지금 내 나이 스물일곱. 나는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 이전에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가 자꾸만 흐려져간다.


이것이 내 눈 앞에 펼쳐진 현실에 적응해 나가는 하나의 과정인지,

내 꿈을 이야기하기엔 지금 눈 앞에 맞닥뜨린 환경이 너무 힘들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내가 살아오면서 꿈을 가지지 않은(혹은 못한) 것인지.


정해진 답은 없다.

힘들겠지만, 다시 한번 거울을 보자.

그리고 물어보자.

"누구냐 넌"

이라고 말이다.


글을 마무리하며

요새 청춘의 화두가 '취업'에 맞추어져 있지요. 대학에 들어와서도, 공부를 하면서도 그리고 '졸업자'라는 수식어가 두려운 나머지, 졸업을 유예하는 목적도 취업에 더 유리하기 위함이라는 이야기는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다 못해 자괴감마저 들게 합니다.


사실 이 모든 것이 단지  "노력을 하지 않아" 그렇다고는 하기 힘듭니다. 그런고로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우리에게 크게 위로로 다가오지 않는 것처럼 말이지요. 열을 받았으면 받았지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타인이 바라는 '나의 화두'가 아닌, 정말로 '내가 하고자 하는' 화두에 대해서 한 번 생각을 해 본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이것이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유학 나가서 취업 걱정 없이 있으니 할 수 있는 속 편한 소리"라고 느끼실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취업'이라는 화두를 배제하고서, 같은 20대 중후반의 청춘으로서 자신에게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데 있어서는 같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글은 어찌 매끄럽지가 못합니다.

그저 오늘은 글을 쓰는 데 있어 너무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휘감아 그렇다고 스스로 합리화를 해 보려 합니다.


나머지 미처 다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은 제가 주로 듣는 가수의 곡 가사 일부로 대신하여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윤딴딴, 윤딴딴(곡 제목)

[...] 내가 제일 잘하는 건 뭘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뭘까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곰곰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지.
[...] 딴따라할래 딩가딩가할래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 전하고
노래하자 기쁨 슬픔이 돼 주자
딴딴히 가자 천천히 가자
길게 보자 하루 하루
그렇게 살다 보면
정말 뭐라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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