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을 하면서 어떤 가치로 사랑받고 싶을까?
‘자아실현의 욕망’과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 사이
우리는 사랑받기 위해서 일하고, 사랑받기 위해 일을 그만두지 못한다. 이 삶의 진실에 직면하면 우리는 하나의 세속적 질문에 답할 수 있다. '왜 직업 선택의 기준에서 돈, 권력, 명예보다 자아실현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는가?'라는 질문 말이다.
대답은 어렵지 않다. 돈, 권력, 명예가 있다면 비교적 쉽게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을 충족할 수 있지만, 자아실현으로는 그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아실현 역시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에 충실한 것이지만,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 직업적 자아실현으로 누군가에게 사랑받기가 녹록치가 않다. 자아실현이 뭔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긍정하며 표현하는 것 아닌가? 세상은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했었던가? 같은 생각을 하고 시키는 것만 충실히 하는 기성품이 되기를 원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세상은 자아실현을 위해 일하려는 사람을 외면하고 무시하고 천대하는 것이다. ‘네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는 없어!’라고 말하면서. 현실이 그렇지 않은가? 돈, 권력 명예가 있다면 불특정 다수에게 비교적 쉽게 사랑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자아실현은 다르다. 일로써 자아실현을 한다고 해도 아주 소수의 사람에게만 사랑을 받을 수 있을 뿐이다. 이것은 재벌, 국회의원, 임원은 내심 부러워하고 좋아하지만, 심오한 작품을 창조하는 예술가나 깊은 사유를 표현하는 철학자를 부러워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드문지를 생각해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돈, 권력, 명예는 중요한 것이라 믿고 있다. 하지만 자아실현은 순진한 것이라 믿고 있다. 그런데 일을 하면서 돈, 권력, 명예만을 쫒았던 삶 끝에 행복이란 것이 있을까? 쉽게 사람들에게 사랑받기위해 나답게 살 수 있는 자아실현 따위는 어찌 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삶은 불행하다. 나는 없고 오직 다른 사람의 시선에만 휘둘려 사는 인생을 행복하다 말할 수 없는 까닭이다. 진짜 자신의 모습은 뒷전으로 밀어둔 채, 불편한 옷을 입은 것 같은 느낌으로 억지스럽게 부자, 국회의원, 경찰관이 되려는 사람이 나는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인간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긍정하지 않고서는, 달리말해 자아실현을 하지 않고는 행복할 수 없는 존재다. 동시에 인간은 누구나 타인에게 사랑받고자 하는 욕망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도 없는 존재다. 이것이 바로 우리 시대 밥벌이 고민의 본질이자 핵심이다. 쉽게 사랑받기 위해 돈,명예, 권력을 쫒지만 그 끝에는 결국 자신을 잃게 되는 것, 이것이 지금 시대 일에 관한 고민의 핵심이자 본질이다. 그렇다면 행복한 밥벌이는 ‘자아실현의 욕망’과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 사이의 균형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쉽게 말해, 돈,권력, 명예, 자아실현 중 어떤 가치를 얼마나 선택해서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을 채워나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바로 그 선택과 결정이 일을 하면서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게 될 테니까. 돈을 쫒아 일하던지, 명예, 권력을 쫒아 일하던지, 자아실현을 쫒아 일하던지, 그건 분명 자신의 몫일 테다. 그러니 이제 스스로에게 물을 차례다. ‘나는 일을 하면서 돈, 권력, 명예, 자아실현 중 어떤 가치로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