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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무너져내려 불안할 때

불안, 절망을 부정하지 말아요.

 살다보면 그럴 때가 있습니다. 삶이 무너져내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을 때, 그래서 모든 게 불안하게 느껴질 때. 저 역시 그럴 때가 있었습니다. 아니 지금도 그런 여정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며칠을 아팠습니다. 이 통증의 느낌을 알고 있습니다. 몇 해 전이었습니다. 밝아 보이기만 했던 사람이 고민이 있다며 찾아왔습니다. 그렇게 가볍게 시작한 상담에서 그녀는 제가 감당할 수 없는 과거의 상처를 꺼내놓았습니다. 


 말이 상담이었지, 저는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못하고 내리 한 시간을 그저 듣기만 했습니다. 저는 그날 밤 몸살에 걸린 것처럼 앓았습니다. 한 사람의 상처가 고스란히 내게 스며든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요 며칠 또한 그랬습니다. 몇 몇 사람들의 상처와 눈물, 절규가 배어있는 절절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하나 같이 삶을 버거워하고 있었고, 그래서 모든 것을 불안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상처가 고스란히 내게 스며들어 며칠을 아팠나봅니다.  

   

 그 며칠을 지내고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정리되었습니다. 삶이 무너져 내려 모든 것이 불안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먼저 제가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그 감정을 부정적인 것으로 보지 말자는 겁니다. 세상 사람들은 기존의 관성에 몸을 실어 살던 대로 사는 것을 ‘긍정’하고,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기존의 관성에서 벗어나려는 것을 ‘부정’하지요. 삶이 무너져 내려 불안한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 감정이 기존의 관성에서 벗어나려는 시그널이기 때문일 거예요.      


 답답한 가슴,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 이유 없이 두근거리는 가슴, 갑작스레 터져 나오는 눈물은 우리를 힘들 게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부정의 대상이 아니라 긍정의 대상이에요. 과거의 자신을 떠나보내는 일종의 추도의식이기 때문입니다. 그 추도의식은 슬프고 아프지만, 그 추도의식이 끝나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삶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아 불안하신가요? 그렇다면 스스로를 보듬어 주세요. “괜찮다”고 말해주세요. 그렇게 과거의 자신을 잘 떠나 보내주세요. 그렇게 찾아오는 새로운 자신을 맞이할 준비를 했으면 좋겠어요.   

  

 삶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기분, 그 불안, 절망을 부정하지 말아요. 그 감정이 없다면, 우리는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없을 테니까요. 삶이 무너지는 것 같아 불안할 때 한 가지 더 잊지 말아야 할 게 있어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여요. 강한 척, 성숙한 척 하지 말아요. 누군가에게 정직하게 말해요. “나는 지금 너무 불안해”라고. 한 번쯤 그렇게 목 놓아 펑펑 울 수 있다면 좋겠어요. 우리의 불안, 절망은 어쩌면 객관적인 삶의 현실에서 기인한 것이라기보다 스스로를 강한 척, 성숙한 척 속이려했기 때문에 발생한 감정일지도 모르니까요.     


 용기내어 저에게 보여주었던 사람들의 눈물과 상처, 절규는 가슴에 여전히 남아 있어요. 그 흔적이 저를 아프게 하지만 저는 멈추거나 주춤거리지 않을래요. 또 다시 세상으로 나가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함께 아파하며, 또 그것들을 감당해가며 그렇게 살아갈게요. 여러분도 그랬으면 좋게어요. 삶이 무너진 것 같아 불안하고 절망하고 있는 분들도 그렇게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삶은 원래 고된 것이고, 그걸 감당하는 것도 삶이니까요. 저는 세상의 모든 불안과 절망, 절규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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