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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우정의 구별법

어느 동성애자의 커밍아웃

사랑과 우정 사이


사랑과 우정을 헷갈려 실수 한 적이 많았다. 그저 친하게 지내는 친구인줄만 알았는데 나중에 돌아보니 그것이 사랑이었던 적도 있었고, 뜨거운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나보니 그건 그저 편한 친구 사이의 감정이었음을 알게 된 적도 있다. 전자의 실수가 깊은 후회로 남는다면, 후자는 둘도 없는 친구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된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익숙하지 않다면,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 혼란스러움은 필연적으로 연애에서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가져 온다. 모든 시행착오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의 시행착오라도 줄이기 위해 사랑과 우정 사이의 구별법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다.


     

어느 동성애자의 커밍아웃


언젠가 동성애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를 통해 사랑과 우정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동성애자를 통해서 이성애 대해서 좀 더 깊게 알 수 있게 되었으니 참 역설적인 일이다.  

    

“언제 자신에게 동성애적 기질이 있다는 걸 아셨어요?”
“어렸을 때 친구들이 많았어요. 그 중에 한 명하고 유독 친하게 지냈어요. 처음에는 같이 있을 때 좋으니까 그냥 친구라고 생각했죠. 근데 그 친구가 어머니랑 여행을 갔나? 캠핑을 갔나? 그랬어요. 한 일주일을 못 봤거든요. 그런데 다른 친구들은 보면 좋은 걸로 끝인데, 그 친구는 못 보니까 보고 싶고 나중에는 힘들더라고요”    

 


 동성애자의 사랑은 묘하다. 남자는 남자를 사랑하고, 여자는 여자를 사랑하기에 그들의 사랑이 가질 수밖에 없는 특이점이 있다. 이성애자들보다 훨씬 더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성애자에게 동성과의 관계는 무조건 우정이다. 하지만 동성애자는 그렇지 않다. 동성애자들에게 동성과의 관계는 우정일수도 있고 사랑일 수도 있다. 남자 동성애자에게 남자는 우정의 대상일 수도 있고, 사랑의 대상일 수 있다. 그러니 이성애자도 보다 더 사랑과 우정에 대해 헷갈릴 수밖에 없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앞서 말한 동성애자는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걸 동성 친구를 통해서 알았다고 말했다. 다른 동성 친구들은 볼 때는 좋았지만, 보지 못한다고 해서 마음이 아프거나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유독 ‘그 친구’는 달랐단다. ‘그 친구’를 만날 때는 너무 좋았지만, 못 볼 때는 마음이 아프고 힘든 자신을 보면서 깨달았다고 했다.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그 친구’가 없는 일주일 동안에 ‘그 친구’를 향한 마음이 우정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고 했다.



사랑과 우정의 구별법


그 동성애자를 통해 사랑과 우정을 어떻게 구별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게 되었다. 사랑과 우정은 그 대상과 함께 있을 때는 판별하기가 쉽지 않다. 연인도 친구도 함께 있을 때는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약 자신이 정서적으로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면, 우정을 사랑으로 오인하기 더욱 쉽다. 삶이 버거워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을 때는 그것이 친구이든 연인이든 그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위로를 받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삶은 버겁고 힘들기에 사랑과 우정은 더욱 구별이 힘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랑과 우정은 그 상대와 함께 있지 않을 때 판가름 난다. 우정은 그 사람과 함께 있을 기쁨을 주지만, 함께 있지 않을 때 슬픔을 동반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랑은 다르다. 사랑은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기쁨을 주는 동시에 그 사람과 함께 있지 못할 때 큰 슬픔으로 다가온다. 그 슬픔을 사람들을 그리움이라고 부른다. 그렇다. 우정은 함께 있을 때 좋지만 헤어져도 상관없는 감정이다. 하지만 사랑은 함께 있을 때 너무 좋지만 헤어지면 너무나 고통스러운 감정이다.


 이런 사실을 20대에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좋은 친구라고 믿고 있었던 그녀를 친구에게 소개해주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았을 텐데. 그랬다면, 사랑과 우정을 동시에 떠나보내는 일은 없었을 텐데. 또 힘들 때 옆에 있어주었던 그녀를 향한 내 마음을 사랑이라고 착각해서 그녀에게 ‘사귀자’고 말하지 않았을 텐데. 그랬다면, 그 좋은 친구에게 뒤 늦게 ‘이건 사랑이 아닌 것 같아’라고 말하는 상처를 주지 않았을 텐데. 삶에서 시행착오는 피할 수 없지만, 연애에서만큼은 최대한 시행착오를 줄이며 살고 싶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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