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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의무일까?

'사랑'은 '믿음'일까?

사랑은 의무일까?


“오늘은 친구랑 술 한 잔 하기로 했어”
“누구? 저번에 걔? 그럼 또 클럽 가겠네?”“아마 그러지 않을까 싶어”
“오늘 약속 나가지마. 여자 친구 있으면 그 정도는 지켜줘야 하는 거 아니야?”     


 여자는 남자에게 오늘 약속을 취소하라면서 ‘그 정도는 지켜줘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말했다. 이 말은 어떤 의미일까? ‘연애 중이니 의무를 다하라’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말이다. 연애 중 비슷한 경험을 한 번 즈음은 해봤을 법하다. 연애를 하면서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사랑은 의무인 걸까? 어떤 사람은 사랑은 의무라고 말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사랑은 의무가 아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기 위해서는 연애를 세 단계로 나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연애의 시작, 연애 중, 연애의 끝. 먼저 연애의 시작을 말해보자. 연애를 의무로 시작하는 사람이 있을까? 누군가를 사랑해야 하기 때문에 연애를 시작하는 경우는 없다. 빚에 팔려 가는 불행한 경우가 아닌 이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연애의 시작은 결코 의무가 아니다. 너무나 매혹적이었기에 연애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사람과 연애를 시작한다. 연애의 시작은 의무가 아니라 욕망이다.



 두 번째로 연애의 끝을 이야기 해보자. 이 경우는 의무일까? 결론내기가 쉽지 않다. 사랑이 끝났음을 직감했기에 연인에게 이별을 말하는 사람을 생각해보자. 상대는 “사랑했잖아! 네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라며 사랑을 의무로 둔갑시키지 경우는 너무 흔하다. 상대를 여전히 사랑하는 경우든, 사랑은 이미 식었지만 이별 뒤에 감당해야 할 문제를 두려운 경우이든, 준비되지 않은 이별을 통보받았을 때 종종 사랑은 의무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이 경우도 사랑은 의무가 아니다. 사랑이 끝났다면, 의무로 그것을 이어가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서로에게 더 큰 상처만을 남길 뿐이다. 사랑은 의무가 아니다. 그 시작이 의무가 아니었듯이 그 끝 역시 의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정신적, 육체적 욕망으로 사랑을 시작했듯이, 상대를 사랑하는 그 욕망이 사라졌다면 많은 아픔에도 불구하고 이별을 말하거나 이별을 받아들여야 한다.



연애 중일 때 사랑은 의무일까?


마지막 남은 하나의 경우, 연애 중인 경우는 사랑이 의무인지 욕망인지 답하기 더욱 어렵다. 친구를 만나러 가겠다는 남자도, 그 친구를 만나러 가지 말라는 여자도 서로를 사랑하는 중이다. 두 입장 모두 이해가 된다. 남자는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즐겁게 술 한 잔 하고 싶은 것일 테고, 여자는 그 술 한 잔 하는 장소가 반쯤 벗은 여자들이 즐비한 클럽이라는 것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니까.


 여자는 남자에게 ‘지금은 연애 중이니 의무를 지켜!’라고 말했다. 이건 비단 여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남자도 마찬가지다. 여자 친구가 친구와 밥을 먹으러 간다는 이야기에 “남자 친구 있으면서 남자랑 둘이서 밥 먹는 건 좀 아니지 않아?”라고 말하는 남자는 흔하다. 이 경우도 연애 중이니 의무를 지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서로를 사랑하고 있는 연애 중인 시점에서는 사랑은 의무라는 논리가 정당화되는 것일까? 성급하게 답하기 전에 조금 더 깊게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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