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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가끔 삶이 말을 걸어온다. 유방암과 어머니의 죽음. 둘 중 하나라도 견디기 어렵다. 그렇게 삶이 말을 걸어올 때 귀를 기울이지 않을 도리가 없다. 말은 전해진다. 그래서 삶이 말을 걸어온 이들 옆에 있는 사람도 그 말을 들을 수 있다. 유방암과 어머니의 죽음이 동시에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친구는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다. 그렇게 그 친구의 삶 역시 자신에게 말을 걸어왔다.      


 삶이 말을 걸어올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이들은 애써 외면한다. 관성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삶이 걸어온 말을 외면한다. ‘수술하면 낳을 거야’, ‘사람은 누구나 다 죽는 거잖아’  슬픔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이다. 그래서였을까? 울먹이며 장례식장을 찾은 그 친구를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누군가의 삶이 전한 말에도 마음 아파하는 것은 이제 꽤나 드문 일이 되어버렸으니까. 

    

 삶이 말을 걸어 올 때 가만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삶이 내게 무엇을 말하려는지 겸허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 슬픔에 천착하지 말고, 슬픔을 외면하려 하지 말고. 그때 우리는 알게 된다. 삶이 말을 걸어오는 순간이 꼭 슬픔의 순간이지 않다는 것을. 기쁨이라는 이름으로 삶은 우리에게 말은 건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는 그 기쁨의 순간 역시 삶이 말을 걸어오는 순간이다.

      

 그렇게 삶이 말을 걸어오는 순간순간들에 귀를 기울일 수 있을 때 알게 된다. 하루가 저물가는 순간이,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순간이 모두, 삶이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는 순간이라는 것을.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관성의 삶’의 자리에게 ‘의미의 삶’을 채워나가는 것. 그것이 삶을 사랑하는 것이다. 기쁨과 슬픔의 교차로에서, 웃고 울며 하루를 보낸 사랑하는 그 친구가 어제보다 더 자신의 삶을 사랑하게 되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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